원하는 게 꿈에 잘 나온다. 마냥 꿈일 뿐이라 아쉽고, 슬프지만
오늘도 같이 들으면 좋을 음악 하나와 함께.
나는 어린이도 아니면서, 원하는 게 있으면 꿈을 그대로 꾸는 편이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빌던 당시엔 그 선물을 갖는 꿈을 꿨던 것 같고, 시험 전날이면 시험에 고득점으로 붙는 꿈을,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서 데이트를 하는 꿈, 뭐 이것저것 꾼 것 같다.
로또를 바랐더라면 로또 번호가 나오진 않을까? (아쉽게도 일확천금을 노릴 마음은 없다. 왜지?) 할 정도로 머리가 꿈을 많이 지배하는 편인데, 최근엔 그의 꿈을 꿨다. 헤어진 이후로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구장창 떠올린 것도 아니었다. 나도 나의 삶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젠 헤어진 지 반년도 넘어가는 그가, 꿈엔 웬일로?
그가 꿈에 등장한 건 꼬박 반년만인 것 같다. 난 쓸데없이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악몽을 꾸거나, 영감을 얻는 장면이나, 기억해야 할 것이 꿈에 나오면 모든 것을 적어두는데. 그 사람이 꿈에 등장하던 날에도 어김없이 메모를 썼다. 1월의 내 메모장엔 그가 나왔다고 적혀 있었고, 꿈에서 일어난 다양한 일과 함께 깨어난 뒤 심장이 실제로 아팠다는 말도 붙어 있었다. 그리고 7월, 또 한 번 그가 내 꿈에 등장했다.
꿈속의 난 그 공간 안에서 원하고 기대한 상황을 펼쳐두고 있었다. 내 앞에 오랜만에 서 있는 그에게 “오랜만이야”라는 뻔한 인사를 건네는 것부터, 여전히 바빠? 요즘은 잘 일어나? 어디 아픈 덴 없어? 라는 다양한 안부를 물었다. 중요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롤 보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했고, 그에 맞춰 활짝 웃을 뿐. 얼굴을 보고 웃고,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싶었던 게, 내가 원했던 전부였던 것 같다.
일도, 사랑도, 사람도 그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꿈 하나만큼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상황이 좋았다. 그땐, 꿈인지 아닌지도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꿈이라면 깨지 않고 싶다고 꿈에서마저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나는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눈을 번쩍 떴다. 그것도 알람마저 울리지 않는 이른 새벽에. 그때 느꼈다. 사실 나는 네가 지금 보고 싶다는 걸. 나는 널 금방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 쉽사리 이별하지 못했다는 걸. 이 연애의 문장부호는 쉼표가 아닌 마침표라는 것마저.
이별 직후엔 너무도 괜찮았던 게 문제였을까? 알게 모르게 머리와 마음에 쌓여있던 그의 존재가 꿈으로 발현되는 걸 보니, 사실 괜찮지 않았던 게 맞는 것 같다. 누가 보면 이별 처음 해 본 사람인 것 마냥 정신을 못 차리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 꿈은, 꿈이니까!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지 않을 걸 안다. 그래도, 지금은 그냥 이 상태에 놓여있는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기로 했다. 슬플 땐 한없이 슬퍼하고 그리울 땐 한없이 그리워하며 감정에 잠식되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오늘의 이 감정을 그대로 남길 수 있도록 도와준(?) 하나의 노래가 있는데, 놓고 가야지 싶다. 한 곡 반복으로 듣다 보면 눈물도 나온다. 이 정도로 빨리 눈물을 흘릴 거라면, 연기자로 데뷔할걸!
온유의 목소리라서 더 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오늘의 노래는 ‘사랑이었을까(Illusion)’. 사실 근데 이 앨범 전 곡이 다 좋다. 되게 바이럴 같네?
괜찮은 척 또 아닌 척을 해봐도
붉어진 두 눈이 말을 해
아직 너를 잊을 준비가 되지 않았었나 봐
많이 아팠나 봐
한참을 지금껏 이런 나를
왜 몰랐을까 여태
정말 사랑이었을까
나의 불안했던 날에
꿈처럼 너를 또 본건 아닐까
우리의 지난날이 초라해 보여
무색해진 나의 후회가 가끔 슬퍼
이런 너를 보면
낡아 버린 기억으로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