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생각보다 과제를 일찍 끝냈다. 야호! 그래서 브런치 글을 하나 더 쓰고 자려고 한다. 한 달 정도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감을 잡기 시작했다. 나는 공교롭게도 첫 글이 가장 반응이 좋았던 케이스인데 아무래도 국내 여행에 대해 글을 쓰는 만큼 '시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1) 계절에 따라 조회수의 영향이 크고, 2) TV 프로그램이나 여타 SNS 채널에서 입소문이 난 곳일 경우 조회수가 또 확 늘어난다.
이게 좋은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다. 좋은 점은 조회수가 잘 나올 여지가 있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뭔가 시기에 맞추어 빨리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렇게 훌쩍 다가와버린 가을 때문에 여러 주제 중에서도 가을에 좀 더 잘 맞는 주제를 먼저 올렸고, 자연스레 순위가 밀린 여름 장소들을 오늘부터 올려볼까 한다. (또 하나 강박이라면 제목을 내 마음대로 쓰고 싶어도 조회수를 생각해서 자꾸 지명을 넣으려고 한다는 점이 있다. / ex. '재인폭포' 대신 '연천 재인폭포')
이제는 가을 명소를 대부분 올렸기 때문에 앞으로 나의 2021 여름 추억을 남겨보고자 한다. 원래 목적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보다 나의 자연 취미를 좀 더 길게 적어보기'였으니 말이다. 내가 느낀 점, 좋았던 점을 조회수에 신경 쓰지 않고! 올려보겠다. (대충 기대해 달란 뜻 ㄟ( ▔, ▔ )ㄏ)
여느 때처럼 수업이 있든 없든 노트북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 아빠가 놀러 갈까? 물어봤다. 그때 당시의 나는 공부가 너무나도 하기 싫었던 나머지 바로 콜!!! 을 외쳤고 (동생은 나랑 1+1 패키지니까.. 당연히 함께) 우리 셋은 '연천 재인폭포'로 향했다.
달려오는 동안 하늘이 너무너무 좋았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것도, 구름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경기도로 나오니까 낮은 산도 참 많았는데 구름과 해의 조화로 산에 그림자가 지는 것도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9월 말, 가벼운 셔츠 한 장 입어도 될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실은 너무나 춥다..
열심히 달려와 재인폭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왔는데 만난 한탄강의 풍경이었다. 진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면 폭포를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가 봤을 것이다. 산 전체가 나무가 아니라 이끼에 뒤덮인 것 같았다. 그리고 강은 왠지 늪지 같았다. 밟으면 발이 아래로 푹푹 빠질 것 같은 느낌?
계속해서 한탄강 사진을 찍으니 걷는 속도가 느려졌고, 아빠랑 동생은 먼저 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상황이기에 나도 적당히 사진을 찍고 뒤를 졸졸 따랐다. 원래는 밑에도 내려갈 수 있다고 그랬는데 우리가 간 날은 밑에 내려가 볼 수 없었다.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오늘의 목적지였던 '재인폭포'를 만났다. 이 사진은 흔들다리에 서서 찍은 사진이다. 솔직히 높은 곳을 안 무서워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흔들다리는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밑으로 내려갈 수 없었기에 폭포를 멀리서 감상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흔들다리 말고 사진 안에 보이는 전망대에서도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이게 전망대에서 본 폭포 사진이다. 이날 폭포 사진이 잘 안 찍혔다. 그래서 많이 안 찍었던 것 같다. 대신 절리를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제주도에 갔을 때 해안가에서 주상절리를 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절리가 깎인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에메랄드빛 물도 너무 깨끗했다. 개인적으로 태양의 후예 촬영지였던 그리스 자킨토스 섬의 모습이 연상됐다. 은근히 이국적인 느낌을 줬다.
폭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니 백일홍 군락지를 볼 수 있었다. 마침 교양 과제가 식물 분류해 보는 것이라 이곳에서 백일홍과 사진엔 없지만 천일홍 사진을 찍어와서 제출했다! 힐링도 하고, 과제도 하고 일석이조의 나들이!!
또, 인스타 스토리에 이 날 나들이 사진을 올렸더니 친구 Y가 가운데에 있는 사진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그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모습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나는 친구들이 자연 사진 잘 찍는다거나, 예쁘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다. 같은 곳을 놀러 가도 다른 것을 볼 수도 있는 거고,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시야로 볼 수 있는데 내가 보고 담은 시야를 마음에 들어 해주는 거니까!
재인폭포와 백일홍 군락지 구경까지 마치고 다시 한탄강 구경을 했다. 저 멀리 보이는 게 한탄강 댐이라고 한다.
초반에 나온 사진이랑 같은 거 아냐? 하면 오산이다!! 다르다.. '주객전도된'? 제목이 무슨 뜻이야?라고 생각하고 들어왔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재인폭포보다 그 앞에 있는 한탄강 지질공원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진한 초록빛의 향연, 그리고 서울에서 잘 접할 수 없었던 밀림 같은 한탄강 지질공원의 모습의 매력이 백일홍 군락지나 재인폭포가 주는 멋보다 더 컸다.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강부터 특이하게 튀어나온 나무들까지 갈 수만 있다면 저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수평에 맞춰 한탄강 지질공원 사진을 남겼다. 수평 인간으로서 사진이 마음에 들었지만 어쩐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빠랑 동생이 갈대에서 사진 찍는 것도 구경하고, 나도 갈대 사진을 좀 찍었다.
그런데 그때...
잠시 구름에 해가 가려졌다. 뒤를 돌아보니 한탄강 지질공원이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금 전까지와 완전히 다른 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해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가서 사진을 다시 찍었다. 어딘가 모르게 2% 아쉽던 마음이 사라졌다. 완전히 내 마음에 쏙 들었고, 이거보다 더 내 마음에 들게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아직까지도 내 배경화면이다.
'재인폭포'를 보러 연천으로 떠났지만 '한탄강 지질공원'에 반하고 돌아온 날이었다.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나들이였다. 꼭 다시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