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 다녀오다.
'철원 고석정'에 다녀와서 친구에게 들은 말. '와~ 오늘은 강원도네?'였다. 그만큼 저번 달에 많은 곳에 놀러 갔다 왔다. 10월 한 달 동안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까지 다녀왔다. 사실 10월 말일까지 (지금은 이미 끝남!) '고석정 꽃밭'이 열린다길래 다녀온 건데 우리는 10월의 막바지에 가서 그런지 꽃은 다 진 상태였다. 그런데 꽃밭보다 마음에 드는 게 있었으니!! 사실 그렇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던 '고석정'이었다.
'고석정 꽃밭'만 생각하고 갔기에 '고석정'에 대해서는 찾아보지 않았는데 동생과 나 모두 '고석정 꽃밭'보다는 '고석정'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 아쉽게도 꽃밭에서 꽃은 많이 볼 수 없었지만 갈대가 너무나 예뻤으니 그래도 함께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고석정'은 강원도 철원에 위치해있다.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강원도를 다녀올 수 있냐고 묻는다면 정답은 YES이다. 항상 서울 근교 중에서도 같은 곳만 놀러 다녔다면 철원도 추천한다. 내가 운전을 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꽃밭의 꽃들이 막바지인 상태였기에 갈대를 위주로 구경했다. 약간 오후 시간대에 가서 그런지 해가 살랑살랑 들어오는 것이 참 좋았다.
이름은 모르지만 아무튼 특이하게 생긴 나무를 중심으로 찍은 사진, 그리고 숲 같이 침침한 색의 나무들이었다. 어째 자작나무 숲이 생각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철원의 마스코트 궁예가 너무나 귀여웠다.
'고석정 꽃밭'은 규모가 정말 컸는데 꽃이 없어서 아쉽기는커녕 갈대가 그 빈자리를 다 채워주었다. 갈대도 정말 많이 심어져 있었고, 그래서 사진을 찍어도 사람들이 여기저기 걸리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볼 때와 저기서 볼 때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왼쪽의 사진처럼 조금 위쪽에서 갈대를 바라보면 계단식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느낌이 드는 게 제일 좋았다.
'고석정 꽃밭'이 얼마나 넓은지 느낄 수 있는 사진일 것 같다. 이런 풍경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리고 '고석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석정'을 보려고 내려가는데 여러 촬영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인성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 '그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지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가 돼서 빠른 발걸음으로 내려갔다. 검색해보니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이곳에서 눈이 왔을 때 촬영했었다.
처음 도착해서 마주한 풍경이었다. 구름도 많았고, 해도 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에 담기는 색감이 생각보다 많이 아쉬웠다. 이 사진보다 더 예쁜데!!
혼자 우뚝 솟아 있는 바위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단순히 바위만 있었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바위의 모자처럼 꼭대기에 자라 있는 소나무가 멋을 더해주었다.
왠지 이곳은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태국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왔었는데 오른쪽 사진처럼 두 바위 사이로 강물이 흐르는 것이 그때 다녀온 태국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뭔가 신서유기를 찍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리고 고석정에 보트 투어가 있어서 예정에 없이 보트를 타기로 했다. 그래서 보트 순서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인데 아무래도 이게 내가 2021년에 마지막으로 포착한 녹음인 거 같다. 이제는 벌써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니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참 믿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보트를 탔다. 보트를 타고 구경만 시켜주는 줄 알았는데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설명해주었다. 강을 지나다니면서 보이는 악어 같이 생긴 바위, 고릴라 같이 생긴 바위들을 설명해주셨고, 주상절리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고등학생 때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절리를 봤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도 절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한, 임꺽정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임꺽정이 고석정에서 숨어 활동했었다고! 뭔가 책에서만 보고, 수업에서만 듣던 전설 속 인물이 활동했던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임꺽정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되게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때 이곳에 데크가 곧 세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듯했다. 검색을 통해 '그겨울 바람이 분다'에 나온 '고석정'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에 한 번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겨울의 멋이 가장 강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었다.
임꺽정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호기심이 더욱 피어올랐던 것 같다. 나도 저 바위의 꼭대기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설이 깃든 곳이라고 하니까 괜히 나도 가보고 싶은 느낌. 믿거나 말거나 임꺽정만 저 위에 올라갔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무언가 이야기가 있으니 더욱 신비로워 보이고, 거대해 보였던 곳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아빠한테 겨울에 가보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이면서도 어딘가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던 '철원 고석정'이었다. 가을, 겨울 서울 근교 여행지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단연 추천할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