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멋을 모두 품은 '벽초지 수목원'
(2020년 11월에 다녀온 사진입니다. 지금과는 조금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 >)
작년 11월 나는 인턴을 하던 중이었다. 내 생일이 있기도 했고, 인턴 기간의 끝을 앞둔 상황에서 연차 두 개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인스타에서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던 벽초지수목원에 가보고자 10월 말부터 아빠한테 날짜 맞춰서 쉬자고 얘기했다. 그렇게 둘이 함께 다녀왔다!
벽초지수목원은 파주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서울 근교로 놀러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부담 없는 장소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여름의 벽초지수목원 사진을 보고 다녀오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가을에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에 수목원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짙은 가을 느낌에 당황했지만, 가을의 멋도 여름의 멋만큼이나 풍성했다.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신화의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마음 속으로 별점 5점을 줬다. 이곳은 그냥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해외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안에서 이국적인 곳을 찾아나선다. 특히나 작년 초에 유럽으로 꿈꿔왔던 교환학생을 갔다가 어쩔 수 없이 돌아왔기 때문에 정말로 아쉬움이 큰 상황이었다. 벽초지수목원 '신화의 공간'은 그런 나의 아쉬움을 채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곳곳에 세워진 신화 속 조각상, 그리고 그런 배경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은 내가 정말 유럽의 정원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서울 근교에서 느낄 수 있는 유럽이라니! 이런 매력 때문에 촬영지로도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찍기도 했고, 블랙핑크의 제니가 다녀가기도 했다.
정원 가운데에는 키가 낮은 나무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초록색 외에도 붉고 노란 나무들도 많이 있었다. 이 나무들은 내가 자연에 본격적인 관심을 쏟게 된 이후 처음으로 가을을 알려준 친구들이다.
이런 분수도 참 예쁘다. 가을 하늘은 푸르르다더니 정말 청명했던 날이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정원의 풍경을 찍어본 사진이다. 정말 그림 같다. 그림으로 직접 그려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집이 기념품샵이었다.
여기는 신화의 공원 통로이다. 이런 안내판도 굉장히 디테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갈 때까지 유럽 정원 컨셉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내가 벽초지수목원에 오고 싶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이곳이었다. 여름의 벽초지수목원 사진을 보았는데 이곳이 완전 모네의 정원 같았다. 연두색 풀로 가득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가을에 왔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여름 풍경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서서 다음에는 꼭 여름에 와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빠는 이미 벽초지수목원에 너무 많이 갔다고 해서 아직도 못가고 있다.
가을 아침의 멋이 느껴지는지! 11월 중순은 단풍이 가득 든 때였다. 기대하고 온 여름의 풍경은 아니었지만 가을 풍경이 주는 새로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데크에 서서 보는 가을의 연못은 정말로 한국적이었다. 내가 방금 보고 온 곳이 유럽 정원의 테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곳과는 다르게 이곳은 너무나 한국적인 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가을 벽초지수목원에는 동서양이 모두 존재하고 있었다. 멋지게 자리하고 있는 정자와 예쁘게 물든 낙엽이 만든 경치이다.
연못을 지나 수목원 막바지로 향했다. 나무가 초가집 지붕처럼 엉겨 있는 길(여기는 영화 <아가씨>를 촬영한 곳이다! 김태리!)을 지나면 넓은 들판 같은 곳이 나왔다. 여기서 산책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저 분들은 어떻게 평일에 저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아빠한테 했던 것 같다. 남들이 보면 우리도 똑같이 평일에 일 안 가고 쉬는 사람이었을텐데.. 개인적으로 2019년에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의 여유를 많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마음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 했을 때 동서양미가 모두 담겨있는 곳이라 그런지 친구들이 어디냐고 정말 많이 물어봤던 곳이었다. 유럽의 느낌을 한국에서 느껴보고 싶은 사람, 서울 근교에서 힐링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나는 내년 여름에 꼭 다시 가서 벽초지수목원의 여름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