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뉴 이어>를 보고 겨울 삼청동에 가다.
영화 <해피 뉴 이어>가 며칠 전 개봉했다. 요즘 각종 OTT를 구독하며 이런저런 영화와 드라마를 자주 보고 있는데 연말 영화라기에 궁금해져서 개봉 당일에 티빙으로 시청했다. 짤막하게 소감을 남기자면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러웠던 따뜻한 감성의 영화였다. 많은 생각과 고민 없이 연말을 맞이하고 싶을 때 딱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해피 뉴 이어>를 이야기한 이유는 <해피 뉴 이어>를 보고 삼청동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영화가 한국 로케이션인데도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태원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삼청동이었다! 여름에 촬영한 영화인데 삼청동의 겨울을 정말 예쁘게 담았다. 항상 서촌 위주로 다니고, 삼청동은 가본 지 굉장히 오래였기에 바로 다음 날 혼자 산책하러 갔다.
산책을 좋아해서 자연 브런치를 운영하는 나는 사실 파워 집순이이다. 그래서 한 번 나갈 때 모든 것을 한다. 그 근처에서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간다. 그래서 이번에는 삼청동길 걷기, 삼청공원 산책, 한양도성 트래킹, 카페 산모퉁이 이렇게 총 네 가지의 큰 목표를 세웠다. 그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 그렇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부터 시작!
광화문은 정말 시각적으로 재밌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탁 트인 배경 속에서 산도 볼 수 있고, 이렇게 세종대왕 동상도 볼 수 있고, 양 옆으로 매력 있는 건물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세종대왕 동상 뒤로 바로 경복궁! 하늘이 맑고 청명한 날이라서 너무 좋았다. 경복궁에서 삼청동길로 걸어갔다. 경복궁, 덕수궁 등 우리나라 궁의 돌담길은 사계절 내내 언제 걸어도 너무나 설렌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니 국립민속박물관이 나왔다. 언젠가 한 번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무 러버답게 저 나무의 잎이 가득할 때 또 보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걸어서 삼청동 깊이 들어왔다. 가장 왼쪽 사진이 내가 기억하기론 <해피 뉴 이어>에 나온 장소 중 한 곳이다. 삼청동에서 여러 장면을 찍은 것 같던데 굳이 굳이 다 찾아가 보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와봤던 기억이 없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항상 새로운 곳을 갈 때면 기분이 새롭고 좋다. 잔잔하고 순한 맛의 새로운 자극이 나를 신나게 한다.
삼청동길을 걸으면서 삼청동은 '곡선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동네라고 생각했다. 길도 구불구불하고, 언덕도 많기 때문에 차가 달려오는 모습, 그리고 눈을 두는 곳곳에 곡선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둥글둥글함은 직선처럼 일정하지 않다. 예측 불가능해서 재밌다.
나는 삼청동을 걷다가 삼청공원으로 들어온 거라 삼청 테니스장을 지나서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규모가 큰 곳이었는데 사람이 많이 없는 점이 나에겐 너무나 좋았다.
삼청공원을 들어와서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소나무가 많다는 점이었다. 사실 겨울이 되면 나무에 잎이 다 떨어지고 없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가득 찬 느낌이 아니다. 그런데 삼청공원에는 소나무가 많이 있어서 그래도 공원이 비어 보이는 느낌이 덜했다. 이번 겨울 산책을 통해서 침엽수의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다. ㅋㅋ
이렇게 넓은 공원과 나무들을 보니 여름이 되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가 된다. 산책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2021년에는 안 가본 곳을 더 많이 찾아가 보려고 노력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이 주는 느낌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번 가본 곳이더라도 다른 계절에 가면 어떨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무에 낀 이끼를 보면 습관처럼 찍게 된다.
삼청공원을 돌아보며 느낀 점 중 하나는 다른 공원보다 소나무가 많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관리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다른 공원들을 가봐도 이렇게까지 관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잘 없었는데 이곳은 건강 체크하는 기구(?)도 있었고,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삼청공원 열린 서가도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는 것도! 이런 소소한 것들이 공원에서는 크게 티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느낀 점 세 번째는 아이들이랑 오기 정말 좋은 곳이다! 유아숲체험장이 테마 별로 잘 돼있었다. 12월이라고 물이 얼어버린 게 신기해서 찍어본 물의 숲이다.
유아숲체험장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고, 흔들 그네가 있는 작은 놀이터도 재밌었다. 또 삼청공원 안에는 열린 서가도 있지만 숲 속 도서관도 있다. 숲 속 도서관은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창문에 걸려 있는 트리가 예뻐서 한 장 찍어봤다.
그리고 아마 이 길도 걸었었던 것 같다.
공원은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갈색 공원도 멋있다.
삼청공원에서도 사람이 정말 거의 없는 곳까지 왔는데 정말 길 찾아가기 너무 어려웠고 여러 번 헤맸다. 그리고 삼청공원에서 나갈 때 카카오맵이 알려주는 대로 가긴 갔는데 정말 이 길이 맞나 100번은 생각했던 것 같다.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발길이 나있는 걸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삼청공원에서 탈출! 삼청공원을 둘러보고 와룡공원으로 걸어가서 한양도성 백악구간을 트래킹 했다. 나의 삼청 루트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아래 글도 함께 클릭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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