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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울 산책

한양도성 백악구간 겨울 트래킹, 종착지는 카페 산모퉁이

한양도성 백악구간 루트로 첫 트래킹,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 투어

by 최은진

'뚜벅이'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나는 혼자 산책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연말을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혼자 삼청동에 가기로 마음먹고는 지도를 열어 근처에 뭐 더 볼 게 있나 뒤적거렸다. 그리고 내가 고른 것은 카페 산모퉁이! 최근에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고 최한성의 집을 찾아가 보고, 최한결처럼 북악스카이웨이를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청동에서 출발해 카페 산모퉁이로 가는 루트였기 때문에 이번엔 북악스카이웨이 말고 한양도성 백악구간을 걷게 되었다. 2022년 새해 여름엔 북악스카이웨이에 아침 일찍 조깅을 가보는 것이 목표이다.



내가 간 루트

: 삼청공원 - 와룡공원 - 말바위 전망대 - 말바위 안내소 - 숙정문 - 청운대 안내소 - 북악스카이웨이 2교 - 카페 산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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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면 이런 식이다. 한양도성 백악구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걷지는 않았고, 와룡공원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청운대 쉼터에서 이탈했다. 첫 트래킹을 혼자 하는 거였는데 집에 돌아온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패기였는지 모르겠다. 카카오맵이 길을 잘 알려줘서 다행이지 길이 정말 많이 헷갈렸고, 길을 헤매서 왔던 길을 다시 가는 일을 세 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다. 만약 나처럼 혼자 온 초보 트래커라면 지도 어플의 GPS 기능을 꼭 켜야 할 것 같다!




삼청공원에서 와룡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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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청공원을 구경하고 싶어서 삼청공원에서 출발했다. 아침에 나오기 전에 시리한테 오늘 서울에 해 뜨냐고 물어봤는데 날이 너무 좋았다. 해도 비쳤고, 구름도 예뻤고, 겨울바람도 적당했다. 삼청공원에서부터 이미 경사가 있었기 때문에 산 꼭대기가 정말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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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울도 내려다 보였다. 오른쪽 사진은 대충 위치로 보니까 서울중앙고등학교인 것 같았다. 나무 사이로 전경이 보이는 게 멋있어서 여러 장 찍었다.


난 사실 녹음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름 산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겨울 산책을 나와서 겨울 산책만의 장점을 찾았다. 바람이 시원하고 속이 뻥 뚫리는 게 정신이 절로 차려지는 느낌이었다. 겨울에 산책하면서 정신수양하기 좋은 것 같다.




와룡공원에서 말바위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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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공원에 도착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벌써 힘들었다 ㅋㅋㅋ 와룡공원에 도착해서야 나의 트래킹이 진짜로 시작하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정말로 성곽을 따라 걷기 시작! 난 항상 카카오맵을 켜고 현재 나의 위치를 추적해가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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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을 보며 걷고 있는데 두둥! 우회하여 순성길을 이용해 달라는 표지판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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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가리키는 길과 다른 곳으로 걸으려니 걱정이 조금 되긴 했지만 이렇게 곳곳에 표지판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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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마주친 해를 가린 구름과 멋진 뷰! 이곳은 성곽길 쪽의 뷰다. 빌딩 숲, 아파트 숲을 보다가 이렇게 탁 트인 뷰를 보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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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말바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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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뷰도 좋았다. 낮 시간이었는데도 구름 때문에 늦은 오후처럼 보여서 조금 아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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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멀리에서도 광화문 옥외광고와 경복궁이 보이는 게 신기했다. 성곽길 곳곳에 이렇게 전망대가 있는데 어떤 산인지, 어떤 곳인지 표기가 되어있어서 구분하기가 쉬웠다.




말바위 전망대에서 말바위 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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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위 전망대에 도착해서 홀린 듯이 뷰를 감상한 뒤에 길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더니 보이는 표지판..! 나는 이곳이 말바위 안내소인 줄 알았는데 말바위 전망대였던 것이다. 하마터면 이상한 길로 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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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걷고 또 걷기! 혼자 왔기 때문에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내 그림자라도 남겨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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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만 제대로 설정하고 쭉 걸으면 말바위 안내소가 나온다.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 숙정문으로 가려고 했는데 길이 없나 싶었다. 근데 그게 아니라 꼭 이 안내소를 거쳐서 표찰을 받아 목에 걸고 다녀야 했다. 사진 한 방 남겨주고 다시 출발!!




말바위 안내소에서 숙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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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도 계속해서 오르막길이다. 이 사진은 걸어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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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길을 걸으면서 미니 퀘스트 같이 하나하나 단계를 설정했다. 안내소 다음엔 숙정문 그리고 스카이웨이 2교를 지나 산모퉁이! 혼자여서 그런지 길 잃을까 봐, 원하는 곳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갈까 봐 자꾸 되뇌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렇게 말바위 안내소의 다음 퀘스트 장소로 숙정문 도착! 숙청문이 숙정문으로 바뀌었다는 점과 현존하는 도성의 문 중 양쪽으로 성벽이 연결된 유일한 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책하면서 지식도 습득! (사진을 클릭하면 설명을 확대해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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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정문을 지나서 걸어가는데 소나무 군락지를 발견했다. 겨울 산책이라 낙엽이 다 떨어진 상태고 나무들의 멋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눈도 재밌는 트래킹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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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엽수인 소나무 덕에 한겨울에도 초록초록한 성곽길! 새삼 조상님들은 소나무를 참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숙정문에서 청운대 쉼터를 지나 청운대 안내소로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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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정문에서 걸어오면 청운대 쉼터이다. 이 사진은 청운대 쉼터에서 보이는 뷰! 원래 여기서 한양도성 백악구간을 따라가면 청운대, 백악마루를 지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중간에 나와서 카페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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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청운대 쉼터에서 길이 어딘지 기웃기웃 한참을 헤매다가 청운대 안내소 가는 길을 발견했다. 정말... 이게 일반 트래커가 이용해도 되는 길인가 긴가민가 할 정도로 왠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길이었다... 근데 거기로 나가면 됩니다... 정말 카카오맵이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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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청운대 안내소에서 표찰을 반납하고 만난 북악스카이웨이 2교! 극중 최한결은 북악팔각정 근처 곳곳에서 조깅을 했는데 이곳도 조깅 장면에 나온 곳 중 한 곳이었다. 다음엔 꼭 최한결처럼 여름에 오기로 다짐하고 여기서부터 나는 또다시 걷는다... 카페 산모퉁이로!




카페 산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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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최한성의 집이었던 곳이다. 최한성이라고 이름 남아있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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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2층인데 내가 이 카페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대칭도 좋고, 빛도 잘 들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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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주와 최한성이 누워서 놀았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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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찬이 탔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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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가 참 좋은 카페라는 걸 익히 듣고 갔는데 역시나였다. 여름에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트래킹 하면서 10km 걸은 상황이라 춥고 피곤해서 실내로 들어가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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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갈 때 마주친 쓸자!



나의 첫 트래킹,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대로 수정해본 트래킹 코스. 4시간 동안 10km를 걸은 걸 보고 놀랐다. 걸으면서 든 생각은 역시 나는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구나.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성곽길을 걷고, 카페를 가고. 그렇게 겨울바람에 잡념이 쓸려 내려가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내가 산책을 왜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오늘에서야 깨닫게 됐다. 혼자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틀려도 뒤돌아서 다시 확인하고, 내가 판단을 내리고. 그래서 실수해도 되고, 당황해도 되고, 시간도 내 마음대로 써도 되고, 즉흥적이어도 되기 때문이다. 오늘 트래킹에서 내 모험심과 결단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성곽 트래킹을 앞두고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조금 무서워서 트래킹 코스 관련 글을 많이 찾아봤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내가 간 코스를 자세히 나열해봤는데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맞춰서 코스를 수정해서 가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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