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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Oct 11. 2021

지구 안의 작은 지구, 이끼 테라리움 만들기

집 안에 또 하나의 작은 생태계가 생기다.

나는 '핀터레스트'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을 좋아한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지금 핸드폰을 통해서 외국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어플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주 찾아보는 주제 중에 '자연'이 있다. 해외의 드넓고 광활한 풀이 펼쳐진 들판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저런 곳에 가볼 수 있겠지..' 생각하며 저장한다. 또 봤던 사진을 기준으로 비슷한 걸 추천해줘서 핸드폰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테라리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 본 영상은 1분짜리 테라리움을 만드는 영상이었다. 그때 이후로 테라리움에 대해 더 찾아보다 보니 나도 이끼 테라리움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들었다! 대부분의 참고 영상에서는 마른 이끼, 숯 등을 넣어주었지만 나는 당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흙, 이끼, 풀' 세 가지만을 활용했다.


혹시나 더 많은 자료가 궁금하다면 "moss terrarium", "self sustaining garden in a jar", "mini terrarium" 등의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다.


내가 만든 테라리움 사진 먼저 공개하고 시작!

테라리움이란 원예에서, 밀폐된 유리그릇이나 입구가 작은 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이다. 찾아보니까 뚜껑을 닫는 경우도 있고, 닫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테라리움의 별명인 '작은 지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 뚜껑을 닫아주었다.


'흙, 이끼, 풀'로만 만들어진 간단한 테라리움을 만들다보니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아 쉽게 구했다. 테라리움을 만들기에 앞서 인터넷에서 찾아본 이끼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는데 나는 집 주차장 쪽에서 구했다. 참고한 외국 기사에서 이끼를 채집하지 말고 사라고 하길래 무슨 이유일까 했었는데 이끼 채집이 불법인 곳이 있다고 했다. 근데 네이버에 쳐보니까 한국 분들은 많이들 동네에서 채집하시길래...


사진 속 이끼들은 아직 물에 씻어주기 전이다.

저도 세 덩이만 했습니다.. 잘 키워줄게요...

채집한 이끼는 물에 씻어서 위와 아래에 골고루 붙어 있는 흙을 털어내주면 된다. (그리고 소독이 필요해요!)


물과 산소의 순환이 유리병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테라리움은 '작은 지구'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유리병의 뚜껑을 닫아 완벽히 밀폐되면 물이 물방울로 되어 벽에 맺히다가 다시 뿌리로 흡수되는 원리이다. 나는 이런 작은 생태계의 구조를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풀도 하나 넣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내가 고른 풀은 잡초이다. 이 친구는 내 홍콩야자 화분에 몰래 자리한 손님이다. 얼마 전, 우리가 잡초라고 치부하는 식물들도 키우고 보면 다들 이름을 가진 식물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나도 홍콩야자 화분에 작은 풀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을 때 그냥 자리를 내주었다. 어떻게 자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풀은 자라서 세잎클로버 모양을 뽐냈다. 나는 이 아이를 테라리움에 옮겨주기로 결정했다.


가장 밑에 흙을 깔고, 이끼를 올려준 후에 세잎클로버의 자리를 잡아주었다. 솔직히 잘 자라던 이 풀의 자리를 옮겨 준 것이 너무 걱정됐다.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까봐!! 그래서 며칠 간 유심히 지켜봤는데 다행히 새로운 집에서도 자리를 잘 잡았다.


이게 심어주고 난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오늘의 모습이다. 어엿하게 자리를 잡은 걸로도 모자라 가운데에 보면 하나의 줄기가 더 나오고 있다. 덕분에 나는 세잎클로버를 4개나 가진 사람이 되었다. 행복도 4배!


지금은 이렇게 뚜껑을 닫은 상태로 키우고 있고, 물이 마르거나 과습으로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잘 봐주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가끔 열어서 습기를 조금 날려주거나 물을 더 넣어주는 정도의 일이다. 관상용으로 조금 더 예쁘게 꾸밀 수 있지만 나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작은 지구' 테라리움을 만들고 싶었다. 이 작은 유리병 안에서 생태계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하다.


이게 테라리움을 만든 지 20일 째의 사진이다. 이끼가 정말 많이 자란 게 체감이 된다. 그리고 풀은 왠지 모르게 휘어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줄기가 나오려고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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