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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Feb 19. 2022

퇴근길에 감상하는 노을, 이촌한강공원과 한강철교

이촌한강공원 그리고 한강철교에서 보는 노을과 일몰

5시쯤이 되면 서울 일몰 시간을 검색한다. 원래 해가 언제 뜨고 지는지 오늘 날씨가 어떤지 관심이 없었는데 올 겨울 들어 검색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유난히 올해 겨울, 해가 떠있는 1분 1초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햇살이 가득해서 우울할 틈을 내주지 않는 여름과 달리 겨울은 쉽게 기분이 쳐진다.


6시가 되기도 전에 해가 지던 1월부터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해가 길어지기를 기다렸고,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루하루 속에서 가뭄에  나듯 찾아오는 맑은 날을 기다렸다. 그렇게 지난 화요일, 6시가 되자마자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뒤돌아보니 남산서울타워를 정면으로   있었다. 나는 남산공원이 중구에 있다고 알고 있어서 남산서울타워도 중구에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날 남산서울타워는 용산구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




이촌한강공원, 겨울의 노을

6시가 되면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던 것과 달리 신용산에서는 조금만 걸으면 이런저런 재미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쇼핑을 하기도 했고, 잠수교를 걷기도 했고, 국립중앙박물관 야간개장을 가기도 했다. 이번에는 혼자 이촌한강공원에서 일몰을 보고 집에 가고자 잰걸음을 걸었다.


6시 10분쯤을 일몰 시각으로 보고 갔는데 10분이 지났음에도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아직은 남아있는 해 옆에서 다리 사진을 찍었다. 한강대교 북단에서 찍은 다리 사진이다. 거울에 반사되어 무한히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주는 이 다리를 좋아한다.


6시부터 아슬아슬 뛰어오면서 노을을 못 보면 어쩌나, 이미 해가 다 졌으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내가 보고 싶었던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너무너무 추운 날이었지만 미세먼지로 따뜻한 날보다는 사진을 찍다가 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춥고 맑은 날이 좋다고 생각했다.


직전에 이촌한강공원에 왔던  2019 봄이었기 때문에 겨울의 모습을 풍기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낯설기도 했다.  이촌한강공원에 오면  한강철교에 들러야 하는데 해가 많이 지고 있는  같아서 마음이 급해졌다. 원래 달린다고 말할  있을 정도로 뛰지 않는데 얼떨결에 한강에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 > 주인공 기선겸이   같았다. 아무 걱정 없이 마스크를 벗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한강철교 쪽으로 와서 지나가는 지하철을 구경했다. 바람은 매우 드세고, 한강 물결은 잔잔하고, 지하철 소리는 좋은 말로 포장할  없이 시끄러웠다. 저마다 자기가 가진 소리를 뽐내려고 노력하는 듯했고, 나는  사이에 가만히 서서 그걸 귀에다 가득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 장면을 보며 드디어 오늘의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막바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사라지는 해와 어두워지는 하늘로 인해 한강 물결은 검은색인지 진한 파란색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가만히 서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퇴근길 고작 30분의 노을을 보려고 영하의 추위에 허겁지겁 달려서 한강에 도착했다. 누구는 이해할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삶은 대부분 비슷하고 휘발되는 날들의 반복이다. 그 속에서 고작  30분이  하루를 대표하는 억이 된다면 앞으로도 나는 기꺼이 체력과 시간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여의도는 지금껏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그 여의도보다 가깝게 느껴졌고, 이런 시시한 생각을 하며 다른 잡생각들을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예 검은 하늘이 되기 전 한강철교 진입로 쪽으로 넘어갔다.


한강공원 이촌2동 진출입로2에서 바라보는 지하철이다.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이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한강철교를 지나가는 지하철을 보며 여기서 열차를 타고 퇴근하는 사람들은 항상 멋있는 뷰를 볼 수 있는 건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온 한강철교 출입로는 예전만큼의 감흥이 없었다. 내가 기대했던 다리가 새 걸로 바뀌어 있었다. 안전을 위해서 다리를 바꾼 거겠지만 불빛도 안 비춰주고 울타리도 낮은 비교적 덜 튼튼한 예전의 다리가 그리웠다. 안전과 보수는 발전됨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라져 가는 추억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입로를 통해서 나와 걸었다. 기찻길 바로 앞에 있는 낮은 식당과 뒤로 보이는 빽빽한 밝은 건물들의 부조화가 용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빈센조> 촬영지라 한 컷 찍어봤다.




이촌한강공원, 봄의 노을

이촌한강공원을 다녀오며 브런치에 글을 쓴다면 2019년에 간 사진도 함께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9년의 사진도 함께 꺼내왔다. 2019년이 처음으로 이촌한강공원을 방문한 것이었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 거의 3년이 다 되어서야 다시 이곳에 온 것이었다.


2019년의 사진을 다시 보니까 알게  점은 다리그려져 있던 고양이 그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나름  다리의 마스코트 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없어진 듯하다. 이것도 아쉬운 점이다.


위에서 한강공원의 겨울 길 사진을 넣었는데 봄에 오면 훨씬! 예쁘다. 내가 찍어준 친구의 사진인데 내가 찍고 너무도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이다.


이날 우리는 발을 헛디디면 한강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물 가까이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밀크티를 마시고, 그림을 그렸었다. 이촌한강공원은 다른 한강공원에 비하면 사람이 굉장히 적은 편이다. 그래서 그때의 한강이 온전히 나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사진들을 보면 해가 질 때의 따뜻함, 코로나 전의 일상, 이촌한강공원의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이날의 기억으로 인해 이촌동은 나에게 따뜻한 동네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이게 내가 말한 이촌한강공원 진입로 육교의 공사 전 사진이다. 처음 왔을 때는 <함께(cure)> 뮤비 촬영지여서 왔던 건데 이제는 이 느낌이 없다. 달라진 다리를 보고 집으로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거의 3년 만에 다시 와서는 왜 변했냐고 떼를 쓰는 건 내 잘못일까? 세상은 변하는 게 당연하고, 내 추억을 간직한 장소가 하나둘 사라지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인 걸까?


아무리 희망차게 생각해봐도 달라지는 세상을 내가 막을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록하는  같다. 사진으로든, 볼펜으로든, 노트북으로든. 그날의 풍경,  장소의 묘사, 그리고 그날 나의 감정까지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두려고 하는  같다. 언젠가 다시 가볼 추억의 장소가 사라져도 쉽게 꺼내보고, 조금  쉽게 떠올리고 싶어서. 어쩔  없이 잊히는 기억들을 이따금씩 상기시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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