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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Jan 29. 2022

숨겨진 조상님픽 서울 일몰 명소, 다산팔각정

장충단공원과 다산성곽길을 걷고 다산팔각정에서 일몰을 보다.

DDP에서 진행되는 살바도르 달리전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했었다. 12월 중순에 종강을 하고 바로 혼자 달리전에 다녀왔다. DDP 근처는 은근히 할 게 없기 때문에 어디를 같이 둘러볼까 고민하다가 조금 걸어서 장충동으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장충동은 잘 모르는 곳이었다. 내가 장충동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억은 단 하나였는데 몇 년 전 이모랑 신라 면세점에 갔던 기억이었다. 그때는 면세점에서 살 거만 사고 바로 지하철을 탔기 때문에 실제로 장충동을 느끼며 걸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장충단공원

DDP에서 걸어 내려와 태극당에 들러 빵을 사고 장충단공원에 들어왔다. SNS에서 본 이 다리 사진이 인상적이라 장충단공원에 와본 거였는데 겨울이라 차가운 느낌이 강했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 다리의 이름은 '수표교'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라고 한다. 청계천에 있다가 1965년에 이곳에 옮겨진 거라고! 겨울이라 실개천의 물이 말랐기 때문에 다리 밑을 지나가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한겨울인 12월에는 물이 완전히 말라 있었다. 그리고 내렸다가 완전히 녹지 않은 눈도 좀 남아 있었다. 겨울이라 내가 본 사진의 느낌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사진을 검색해서 찾아보니 봄, 가을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 위를 올라와서 공원을 돌아봤다. 나는 가볍게 산책을 하러 온 곳이었는데 이곳은 이한응선생비, 이준열사동상, 파리장서비, 장충단비 등 역사적 이야기가 많이 담긴 곳이었다. 이 날은 겨울에 온 게 못내 아쉬워서 여름에 다시 오겠다 마음을 먹고 짧게만 둘러봤다. 다음에 가면 역사적 의미까지 조금 더 길게 둘러볼 생각이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건물을 뒤로 두고 사람들이 운동하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의 메인 코스는 장충단공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짧게만 둘러보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공원을 나오니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발걸음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산성곽길

다음 코스는 장충단공원 바로 옆에 있는 다산성곽길이었다. 사실 다산성곽길을 걸으면서 다산성곽도서관도 함께 가고 싶었는데 월요일이라 다산성곽도서관은 쉬는 날이었다. 아마도 월요일 말고 다른 날에 오면 더욱 마음까지 채워지는 산책이 될 것 같다.


나는 장충단공원을 먼저 갔기 때문에 장충체육관 쪽에서 시작했는데 검색해보니까 대부분은 장충단공원에서 끝나도록 길을 걷는 것 같다. 여기가 장충체육관에서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다. 벌써 하늘에 약간의 주황빛이 돌고 구름이 가득한 게 얼른 길을 올라가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빠르게 발길을 옮겼고 구름을 더욱 잘 볼 수 있었다. 주황빛 햇빛과 구름 그리고 그 사이에 숨겨진 해까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예쁜 하늘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날 이후로도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요즘은 계속 미세먼지도 심하고, 해도 빨리 지고.. 여름만을 기다리는 나날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감각적이고 예쁜 건물들이 많았다.  특히 오른쪽 건물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봐도 잘은 모르겠지만 공간을 디자인하는 회사인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시점이라 창문 안에 트리가 있는 것도 너무나 연말 분위기! ; - )


반대편으로부터 들어오면 저 성곽 안쪽을 걷는 것 같은데 나는 장충체육관 쪽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성곽 밖만 걸었다 ㅋㅋ 그렇지만 덕분에 성곽 바깥쪽으로 빌라들도 보고 골목에 있는 고양이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다산성곽도서관에 도착했다. 쉬는 날이었는데도 직원 분이 계셨다. 도서관 밖에 계단에 잠시 올라서 풍경 좀 구경해도 되겠냐고 여쭤봤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계단에 올라 이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 이곳에 또 산책을 온다면 이번엔 반대로 와서 성곽 안쪽으로 걷다가 이 도서관에 올 것이다.




다산팔각정

다산성곽도서관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다산팔각정이 나온다. 팔각정이라고 검색하면 북악 팔각정, 매봉산 팔각정, 남산 팔각정 등 여러 곳이 나온다. 다산팔각정은 그중에서 가장 덜 유명한 것 같았다.


4시 29분

성곽 바깥쪽에서 걸으면 다산팔각정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헷갈릴 수는 있는데 돌계단을 올라가면 다산팔각정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벌써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이 바로 다산팔각정이다. 팔각정이 굉장히 많아서 어떤 의미인 건지 궁금했다. 팔각정은 평면이 정팔각형으로 된 정자 건물이라고 한다. 실제로 사진을 봐도 8면인 게 보인다. 팔각정은 딱 어디 한 곳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4시 30분

다산팔각정 위로 올라가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1분 1초가 흐를 때마다 뷰가 달라지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어차피 기록하는 김에 시간까지 함께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특히 좋았던 점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너무 열심히 걸어서 그런지 땀이 좀 났었는데 혼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쉬었다.


4시 32분

4시 32분. 해가 아예 보이지 않아서 이미 다 져버린 줄 알았다. 그래도 예뻐서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4시 36분


4시 37분

그리고 4시 37분. 해가 진 것이 아니라 구름에 잠시 가려진 것이었다. 동그란 해가 다시 나왔고, 나는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


4시 40분

4시 40분. 드디어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5시도 안 됐는데 너무 빨리 지는 것 같았다.


4시 41분


4시 42분

그리고 4시 42분에 찍은 마지막 일몰 사진!


유명한 핫플레이스도 아닌데 얼떨결에 온 곳에서 정말 멋진 일몰을 보았다. 산 뒤로 넘어가는 해를 보며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정자여도 조상님픽은 믿고 올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안에서 일몰을 보고 싶다면 곳곳에 있는 팔각정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고, 규모가 큰 다른 팔각정처럼 탁 트인 곳은 아니지만 혼자 산책하며 조용히 일몰을 보고 싶다면 다산팔각정도 추천한다.


사실 산책하기에 너무너무 좋았지만 혼자만의 추억이 담긴 곳 같아서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사진도, 나의 느낌도 남겨놓고 싶어서 글을 쓴다. 다시 생각해도 2021년 연말에 다산성곽길을 걸으며 일몰을 봤던 것은 완벽한 한 해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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