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주인공이 되어보다.
최근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합시다. 러브' 장면을 보면서 배경이 너무 아름답길래 촬영지를 찾아봤다. 촬영지인 만휴정이 안동에 있는 걸 알고 놀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내 예상과 달리 선뜻 가자고 했다! 여행 갈 때는 굉장히 결단력이 모자란 나인데 친구가 KTX도 끊고, 쏘카도 예약했다. 그래서 여행 준비가 빠르게 끝났다! 가고 싶은 곳을 골라 여행 어플 '트리플'에 대충 입력해서 코스를 보고 떠났다.
당일치기 코스: 안동 낙동강변 - 낙강물길공원 - 만휴정 - 부용대
낙동강.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직접 와본 건 처음인 것 같다. KTX를 타고 안동역에 내려 쏘카를 빌린 뒤 점심을 먹고 민속촌길 근처로 왔다. 뻥 뚫린 도로를 차 타고 달릴 수 있어 좋았다. 친구들이랑 차를 빌려 놀러 가는 건 처음이었는데 운전을 할 수 있으니까 여행이 편해서 정말 고마웠다. 나도 얼른 운전을 하고 싶었다.
낙동강 민속촌 근처에 있는 카페 월영당에 왔다. 내가 KTX에서 자고 있는 동안 친구들이 점심 먹을 곳과 카페를 다 찾아두었다고 한다. 나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대마 라떼를 골랐고, 마들렌도 인원 수보다 많은 네 개를 시켰다. 밥 값보다 카페 돈이 더 많이 나왔다. 여러 종류의 마들렌을 맛보며 먹고 싶은 건 다 먹는 멋쟁이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영당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강을 조금만 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강 왼편에는 거의 잎이 떨어진 벚나무가 있었다. 잎은 거의 다 졌지만 핑크색이 남아 있어 사진이 훨씬 예쁘게 나왔다. 또 낙동강의 윤슬을 보니 햇빛이 가득한 날에 여행을 온 것이 실감돼서 너무 행복했다. 강 앞에 서서 반짝이는 낙동강을 영상으로 담았다. 물과 빛과 바람의 조화로 만들어낸 그날 그 시간 낙동강의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았다.
낙동강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강 근처의 나무가 잎을 뽐내는 걸 보며 봄에 꽤나 접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카페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낙강물길공원이 있다. 여기는 친구가 찾은 곳이었다. 몰랐는데 이곳이 한국의 지베르니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하나둘 옷을 입고 있는 나무들 앞으로 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다. 엄청 큰 공원은 아니었지만 작은 규모에도 멋이 가득했다. 빨간 다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봄이라 아직은 푸릇푸릇 돋아나는 잎만큼 나뭇가지들도 갈색 우직함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푸릇푸릇함을 기대한다면 봄에는 조금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지베르니 같은 느낌을 만끽하고 싶다면 여름에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분수대 앞 돌다리 포토스폿에서 사진을 찍었다. 역광으로 찍어서 엄청 마음에 드는 사진은 아니지만 모두 사진을 한 번씩은 찍고 가는 곳이라고 하니 나도 찍었다. 낙강물길공원은 여름의 촉촉함 대신 봄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낙강물길공원을 걷다가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서 보는 낙동강도 너무 아름다워서 여기서도 사진을 찍었다. 높은 빌딩이 없는 곳에 가면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는 어딜 가나 높은 빌딩이 시야에 걸리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서울이지만 서울이 주지 못하는 게 있다. '뻥 뚫린 뷰가 주는 시원한 편안함'을 찾기 위해 문득문득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너무나 와보고 싶었던 만휴정! 안동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끝없이 펼쳐진 산을 봤다는 점이다. 이 사진은 만휴정 주차장에 내려서 본 산이다. 햇살이 들고 산의 굴곡에 그림자가 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멋진 뷰와 내가 함께이고 싶어 친구들에게 이 앞에서도 사진을 부탁했다.
만휴정은 위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얕은 오름에 올라가는 정도의 느낌?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입구부터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임을 알리고 있었다.
끝까지 올라가기 전에 나무들 사이로 폭포와 만휴정이 보였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본 만휴정 다리만 알고 폭포는 있는 줄도 몰랐는데 멋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우리나라 곳곳에 멋있는 곳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동안 다니지 않은 점을 많이 후회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만휴정! <미스터 션샤인>을 찍은 곳에 내가 직접 오다니!!! 먼저 계신 분들 사진 찍을 동안 잠시 기다렸다.
나는 유진초이 역할을, 친구는 고가 애신 역할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실 드라마에서는 만휴정 건물을 왼쪽에 두고 반대편에서 찍었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드라마의 씬을 따라 하겠다며 '같이 해줘!!' 하는 나에게 선뜻 같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다. 나는 정말 정말 x2 행복한 사람!
그리고 사람 없는 만휴정 다리도 한 컷 찍고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건너편에는 뭐 크게 볼 것은 없어서 돌탑에 나도 돌 하나 살포시 올려두고 왔다. 소원은 딱히 안 빌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나 빈다면 "평생 이렇게 즐겁게 낭만 잃지 않고 살게 해 주세요!"
만휴정 근처도 구경했다. 물을 살짝 만져봤는데 엄청 맑고 시원했다. 오후 4시쯤의 햇빛도 예쁘게 들어 보석처럼 빛났다. 이날 여행의 키워드는 제목에도 적었듯이 '햇살 가득'이다. 햇살이 분위기를 완성했다. 사진에도 멋있게 나와서 만족!!! 사진만 봐도 그날의 느낌을 떠오르게 한다.
친구들과 그림자 사진도 찍고, 타이머 설정하고도 사진을 찍었다.
내려가는 길에 나무 사이로 본 만휴정의 모습을 찍은 게 이날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왼쪽과 가운데 사진을 사랑한다.
내려오면서 야생 봄꽃도 봤다. 이름은 모르지만 미니 연꽃 같이 생긴 꽃이었다.
KTX를 타러 가기 전 마지막 코스로 부용대를 갔다. 부용대도 갈 수 있을지 몰랐는데 친구들이 시간이 살짝 남아서 부용대를 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 부용대도 엄청 높지 않아서 금방 올라갈 수 있다. 내가 여기를 가볍게 오르려고 전날 하체 운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해가 비밀스러움을 자아낸다.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본 안동하회마을 뷰!! 안동하회마을을 직접 가진 않았지만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안동 와서 하회마을을 못가보는 게 좀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그저 마을을 바라보며 날려버렸다. 해가 지고 있는 시간이라 주황빛 평화로움이 더욱 피부로 다가왔다.
나름의 오지랖으로 나서서 옆에 있는 가족의 사진을 찍어드렸더니 친구들과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셨다. 안동에 왔다!! 는 느낌을 가득 담은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좋았다. 이 위에서 하회마을을 바라보며 고등학교 때 배운 배산임수가 생각났다. 완전 명당 아니냐고!
부용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안동하회마을까지 즐길 시간이 없다면 가볍게 부용대라도 올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를 만났다. 사람의 손을 타는 고양이들이었다. 차에 앉아 초코송이를 먹으며 잠시 쉰 후에 지는 해를 보며 안동역으로 이동했다. 완벽하게 행복한 기억만 남은 안동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아마 친구들이 운전을 못했다면 안동에 올 엄두를 못 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엄청 넓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크게 느낀 점이 있었다. 언제나 낭만을 잃지 않고 즐거움과 여유를 추구하며 살기, 운전 연습을 올해는 꼭 시작하기, 국내여행을 자주자주 떠나기! 안동의 기억을 원동력으로 중간고사도 이겨내고, 할 일도 해내야 한다. 곧 새로운 여행을 떠나길 기대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CW, HJ 정말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