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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Apr 26. 2022

제주도의 한적함을 선사하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관람하고 예술인마을 걷기

제주도에 놀러 갔다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제주도에서 가장 좋았던 곳 중에 한 곳이 오늘 적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었는데 이곳저곳 다녀오고 중간고사 기간을 지나다 보니 이제야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같이 다녀온 수연이가 찾은 곳이었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은 한림에 있다. 제주도에 가기 전에 서울에서 코스를 짜는데 한림에 김창열 미술관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석파정에 놀러 갔을 때 서울미술관에서 본 작가였다. 그래서 되게 신기했다. 김창열 미술관이 제주도에 있구나!


들어가자마자 단연 눈길을 이끈 곳은 바로 빛의 중정이다. 몇 분의 간격을 두고 물이 나오는 곳이었다.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이곳의 건축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작품을 모티브로 빛의 중정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된 독특한 미술관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건축이 진짜 멋있었다.


빛의 중정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도 곳곳을 통유리창으로 해두어 밖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풀이 보이는 곳도 있고, 바위가 보이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작품들! 작품들의 규모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컸다. 이렇게 보면 체감이 안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작품을 직접 보니 '정말 서울미술관에서 봤던 그 작가가 맞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미술관에서는 가볍게 봤었는데 김창열미술관에 직접 오니까 더 다양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했을 때도 나보다 친구가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어서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다.


1층 내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외부로 올라왔다. 우리가 제주도에 간 날은 추운 날씨와 더운 날씨가 공존했는데 이날은 정말 따뜻하고 시원한 날이었다. 비수기에 간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여기서 김창열미술관에 대해 보면서 창열이라는 이름의 영어 스펠링이 tschang이라 신기했다. ts라는 스펠링에서 일본어가 생각났다. 일본에서 유학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창열 작가에 대해 더 찾아보니 한국 현대 화가로 1929년에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조부에게 서예를 배웠고 외삼촌에게 데생을 배웠다. 이후에는 경성미술연구소와 이쾌대(李快大)가 운영하는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고, 1949년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원주에 있는 뮤지엄산에서 이쾌대 작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봤었는데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다. 무언가를 알아갈 때 가장 재밌는 점이다. 두 가지의 다른 기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면서 또 물방울을 봤다. 물방울이라는 확고한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서 부러웠다. 나는 어떤 걸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전히 하고 있는 중)




김창열 미술관에 나와서는 예술인 마을을 그냥 걸었다.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곳마다 다 너무 예뻤다. 친구가 찍어준 나의 사진도 너무 마음에 든다.


예술인마을의 건물이 다 멋있었다. 따뜻함이 가득한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마을이란 개념이 좋다. 같이 모여서 살며 비슷한 관심사나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느낌?! 파주출판단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안동 하회마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마을이라 그런지 카카오 맵을 보면서 걷는데도 이곳이 집인지, 카페인지, 미술관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게 있었다. 진짜 이곳을 집으로 두고 사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는데 나 같은 관광객 때문에 힘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의 자라 니트를 입고 간 나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는 마지막으로 제주현대미술관에 들렀다. 입장 요금도 부담 없었다. 친구랑 둘이 각각 1,000원씩 낸 것 같다.


현대미술이라 그런지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들이 꽤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으로 찍어둔 작품들을 보면 다 이렇게 쉽게 이해되는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만 있었다. ㅋㅋ


그리고 제주현대미술관은 밖으로 나오면 있는 조각공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카페가 엄청 특색 있지는 않았지만 제주현대미술관과 예술인 마을이 주는 한적함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서 여기서 음료를 마셨다. 음료를 마시고 나서는 조각공원을 감상했다. 쇠구슬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유채꽃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서 큰길 쪽으로 나가는데 이런 조각들도 발견했다. 왼쪽 조각이 사람을 모티브로 만든 것 같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풀밭 위에 서있는 많은 사람들!!


우리는 이 제주현대미술관 안내판 앞에서 택시를 잡아서 다음 코스인 금오름으로 이동했다! 이 앞에서 유채꽃을 보고 유채꽃을 못 볼까 봐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제주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유채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산방산 근처에서 유채꽃밭을 진짜 많이 봤다.


쉬고 싶어서 떠난 여행에서 만난 한적함이었다. 비수기이기도 했고, 사람들이 많은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친구랑 최대한 사람이 많이 없는 곳에 갔다. 그래도 제주도는 여행지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간 곳 중에서는 가장 템포가 느리고 조용했다. 뭐 하나 유별나게 튀지는 않지만 이 마을 전체가 어우러져 주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이날의 기억을 문득문득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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