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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May 19. 2022

가벼운 제주도 서쪽 오름 두 곳, 금오름과 느지리 오름

15분 정도 걸으면 되는 야트막한 제주도 오름 두 곳

제주도에 갈 때마다 오름에 가야지! 마음만 먹고 하지 못했었다. 너무 덥다는 이유로, 너무 춥다는 이유로. 그래서 이번 3월에 제주도에 갈 때는 꼭 오름에 가기로 했다. 제주도엔 정말 많은 오름이 있지만 우리는 '금오름'에 가기로 했다. 금오름은 관광객들에게 이미 너무나 유명하지만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내 시선으로 바라본 금오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갔던 느지리 오름에 대해서도!



금오름

택시를 타고 금오름으로 가는 도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택시 기사님께서 원래는 위에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못 간다고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금오름은 15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나와 친구는 거대한 금오름을 보고 훨씬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일단은 택시에서 내려 푸드트럭에서 핫도그와 토스트를 샀다. 


금오름을 오르는 초입에 본 나무들이다. 나는 나무를 엄청 좋아해서 그런지 첫 번째의 특이한 나무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어지러운 매력이 있는 나무였다.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은 빼곡한 나무들의 모습이 사려니숲길을 떠오르게 했다. 

 

이 장면을 보고 켐튼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켐튼은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도시일 것 같은데 독일 뮌헨에서 조금 더 가면 있는 도시이다. 켐튼을 갔을 때 등산했던 산에서 본 풍경과 비슷했다. 이 글을 쓰면서 켐튼에 대한 이야기도 브런치에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은 흐렸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멀리까지 보여서 오르는 길조차 재밌었던 금오름이다. 높이 올라가니 말도 엄청 작게 보였고, 차도 엄청 작게 보였다. 글을 쓰면서 지금 막 든 생각이 있다. 나는 목적지를 향해 올라가는 중에 만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삶을 너무 목적 지향적으로만 살지 않고 뒤도 돌아보고, 옆도 보고 그러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금오름 도착! 진짜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택시 기사님 말처럼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딱 도착했을 때 오름에 압도당하는 느낌은 없었다. (너무 솔직한가?) 아마 하늘이 조금 흐릿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유명한 오름이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3월은 비수기라 이 정도면 사람 없는 편이라고 한다.)


오름 사진을 대충 찍고 한쪽에 있는 평상에 앉았다. 오름 바로 밑에서 사 온 샌드위치와 핫도그를 먹었다. 가물가물하지만 하나는 한라봉 토스트이고 하나는 흑돼지 핫도그?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둘 다 정말 맛있었다. 피크닉 온 기분!

 

정면에서 보는 오름은 좀 아쉬워서 옆으로 쭉 돌아보자고 했다. 나는 저기 철탑 쪽으로는 사람들이 안 가길래 괜히 청개구리처럼 거기로 가보고 싶었는데 안 가는 데엔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길이 없을 수도 있고?) 그냥 남들이 가는 방향으로 갔다.


옆으로 걸으면서 본 제주도 풍경! 높음에서 얻은 자유다. 나보다 높은 것들로 둘러 싸인 도시 속의 삶을 살다가 내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니 모든 게 내 밑에 있다는 느낌에 왠지 모를 해방감을 얻었다. 그런 나의 자유로운 모습이 움직이는 걸 영상으로 담아두고 싶어서 찍는 모습을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다.


나도 친구 찍어주기!


반대편에서 본 금오름의 모습이다. 반대편에서 보는 게 훨씬 멋있고 오름의 색감도 잘 나온 것 같다. 


진짜 옆쪽이 훨씬 멋있었는데 특히 이 마른풀과 신선한 풀들의 조화가 멋졌다. 그리고 오름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이렇게 일부만 봐도 되게 매력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오름을 열심히 찍으러 다니는 모습을 친구가 찍어줬다. 진짜 좋아하는 사진이다. 색감이 너무너무 예쁘다!


연두색 풀과 연갈색 풀, 그리고 짙은 붉은빛의 바위와 흙들이 너무너무 아름답다! 금오름에 오면 멀리서 보는 것도 좋지만 꼭 한 번 내려와 보면 좋겠다. 이 색감은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멋지다.


그래서 이런 돌탑 귀퉁이에 핸드폰을 세워두고 타이머를 설정해서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 사진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진이다. 돌탑 뒤에 숨은 나와 빼꼼 나온 친구! 둘 다 너무 귀엽게 나왔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금오름 물고인 분화구 주변에는 개구리들이 정말 많다고 하던데 내가 간 날에는 개구리 시체가 엄청 많았다.. 물이 말라버려서 죽은 것인지 무엇인지... 왜 죽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시 오름에서 내려오는 길. 울창한 나무들은 언제 봐도 멋있다!




느지리오름

두 번째로 간 오름은 '느지리 오름'이다. 계획한 코스는 다 갔고, 시간은 남아서 어딜 갈까 하다가 오름에 가서 일몰을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오름이다. 친구가 고른 곳인데 길이 닦여 있고, 야트막하다고 해서 이곳으로 선택했다. 5시 반쯤에 올라갔는데 어두워지면 무서울까 봐 빠르게 올라갔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ㅋㅋㅋ


올라가서 해가 왜 안 지지? 왜 이렇게 생각보다 밝지? 싶었는데 아뿔싸! 시간을 착각했다 ㅋㅋㅋ 3월이라 해가 조금 길어져서 7시쯤 지는데 6시에 진다고 착각했다. 엄청 빨리 걸어 올라올 필요도 없었는데 괜히 겁먹어서 마음만 급해지고..!!


느지리오름은 금오름처럼 색다른 건 없었다. 제주도의 뷰를 볼 수 있다는 것? 막 금오름처럼 그 오름만의 특색이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가볍게 힐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3월이라 바람이 엄청 세서 추워가지고 조금만 구경하다가 내려왔다. 오름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지만 추위를 이겨내기 어려웠다.


대신 내려오는 길에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다. 특히 이 길과 이 나무가 나온 게 마음에 들어서 제주도 엽서로도 뽑았다. 빛이 안 들어온 오른쪽 사진이 정말 정말 마음에 든다. 어둠은 무서움과 신비함을 동시에 주는데 이 사진에선 신비로움을 준다.


아래 내려와서는 택시를 잡았다. 애매한 시간이고 더 어두워지면 택시 말고는 방법이 없었는데 택시가 안 잡혔다. 그래서 내가 택시를 잡는데 와! 초심자의 행운! 내 걸로 한 방에 택시가 잡혀서 다행스럽게도 숙소에 안전히 들어갈 수 있었다.


오름 위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내려와서 본 일몰도 매우 매우 멋졌다! 서쪽 제주도를 여행하는데 힘든 오름은 오르고 싶지 않다면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는 금오름과 느지리오름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에 제주도에 가면 그때는 또 다른 오름에 올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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