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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May 01. 2022

도심 속 '홍릉숲'에서 엄마와 함께 힐링 봄나들이

우리나라 최초 1세대 수목원, 100년의 시간을 담다.

꽃이 만개한 봄의 한가운데였다. 스치듯 지나가는 봄의 순간들을 낚아채기 위해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여느 때처럼 혼자 나갈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엄마랑 놀러 간 최근 기억이 없었다. 또 엄마도 벚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홍릉숲에 같이 다녀오기로 했다. 



홍릉숲

홍릉수목원은 동대문구에 있는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라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있으며 홍릉시험림, 홍릉숲, 홍릉수목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홍릉숲은 '홍릉숲 탐방' 사이트를 통해 해설 예약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냥 자유롭게 관람하기로 했다.


들어가서 리플릿을 받아 걸으려고 했는데 종이로 된 리플릿은 없고, QR을 찍으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지도를 볼 수 있다고 안내해주셨다. 근데 나는 온라인 지도를 보고서는 내 위치가 어디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가벼운 산책이라면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향하면 침엽수원이 나온다. 나는 원래 침엽수보단 활엽수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활엽수가 잎이 넓고 크기 때문이다. 근데 이날 홍릉숲의 침엽수원을 산책하면서 내가 나무 기둥에 있어서는 침엽수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엽수 나무껍질의 짙은 색과 텍스처가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른쪽 사진은 내가 홍릉숲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출사 하시는 분이 프레임 안에 걸려서 더 멋진 사진이 되었다.

 

침엽수원을 지나니 벚나무가 나왔다. 정말 큰 왕벚나무들이 몇 그루나 서있었다. 벚꽃 시즌이 되면 이곳저곳 명소마다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없어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벚꽃 아래에 서있는 엄마를 여러 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올해 들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봄꽃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꽃구경을 자주 나가는 나와 달리 엄마는 적극적으로 꽃구경을 다니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는데 이날 완전히 만개한 벚꽃구경을 시켜줄 수 있어서 좋았다. 세상엔 즐겁고 멋있는 게 많으니 엄마 아빠에게 좋은 거, 멋진 거 많이 보여주고 싶다.


해가 뜨는 시간에 오니까 땅과 나무가 햇빛 때문에 더욱 붉게 보였다. 벚꽃나무를 감상하고 그 옆에서 나무도 보고 매화도 봤다. 엄마는 벚꽃보다 매화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부모님이랑 산책을 가기 위해 이 글을 검색했다면 힐링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의 홍릉숲은 주말임에도 조용하고 붐비지 않았다. 그래서 느릿느릿 걸으며 대화하기 좋았다.


그다음 간 곳은 초본식물원! 초본식물은 지상부에 목본 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식물을 의미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식물원마다 구분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숲이 엄청 넓고 식물원도 다양해서 나중에는 포기했다. 그냥 보이는 것들 위주로 관찰했다. 걸으며 시야에 걸리는 나무와 바위 위에 피어나던 이끼들! 버석하게 마른 갈색 이끼들을 보다가 촉촉해진 초록 이끼들을 보는 것이 내가 봄을 체감하는 방법 중 하나다. 다들 어떤 방식으로 봄을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이 사진은 가운데에 있는 연두색 나무가 예뻐서 찍었다. 색감이 아름다워서!


그리고 걸어가는데 가까이에 청설모가 있었다!! 물론 이만큼 가까웠던 건 아니고 내가 확대를 해서 찍었다. 땅을 막 파다가도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는 청설모가 너무 귀여웠다. 미니 캥거루처럼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나는 홍릉숲이 서울 한복판에 있어서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 생각한 것보다 정말 컸다. 그리고 나라에서 하는 곳이라 그런가 곳곳을 세심하게 해 뒀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길도 깨끗하고 울타리도 설치되어 있었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나무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너무 좋은 듯했다!


해가 드는 시간에 가길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사진들! 그리고 국립산림과학원 안에 있는 곳이라 그런가 나무와 꽃 종류도 정말 정말 다양한 게 체감됐다.


홍릉숲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곳들도 있었는데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나무 그루터기 주위로 둘러앉을 수 있는 의자들, 기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앉아 쉴 수 있는 곳들까지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조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의 막바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특히 오른쪽에 내가 찍은 목련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뒤에 자전거 보관소까지 감성 up!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약용식물원인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들 주위로 약용 식물이 가득 심겨 있었다. 여기에는 바닥에서 자라는 약용 식물을 구경하는 어른들이 많았는데 나는 어른들의 백팩, 챙이 있는 모자, 등산복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성의 패션을 구경하는 일도 너무 재밌었다. 




글로벌지식협력단지 한국경제발전전시관

홍릉숲을 갔다가 카페에 갈 생각만 하고 나왔었는데 얼떨결에 전시까지 보게 되었다. 홍릉숲 바로 옆에 글로벌지식협력단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릉숲으로 걸어가면서 "경제 관련 전시를 하네?" 했는데 엄마가 온 김에 보고 가자고 해서 들어가 봤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전시관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걸어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오래 걸어야 했다. 생각보다 꽤 깊은 곳에 전시관이 있어 사람들이 와볼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얼떨결에 들어온 곳이었는데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나서 좋았다.


이때가 한창 자두꽃을 찾던 때라 이게 자두꽃인 것 같아서 찍었는데 혹시 몰라서 다시 찾아보니까 자두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흑흑. 아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ㅜㅜ 완전히 대한제국의 국장 모양과 같은 오얏꽃을 꼭 한 번 보고 싶다.


생각보다 예쁘게 못 찍었지만 눈으로 보기에 너무나 예뻤던 글로벌지식협력단지의 건물들이다.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한 전시를 봤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볼 때여서 IMF 이야기가 더 눈에 잘 들어왔던 것 같다. 물론 이 전시 하나로 IMF를 다 외울 순 없었지만 한보철강이라는 기업 하나는 잊히지가 않는다. 그거 말고도 전자기기와 자동차의 발전 과정도 볼 수 있었다. 엄마랑 이 전시를 보면서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결국 '국민들의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홍릉숲에서 많이 걷다 와서 체력이 많이 닳은 상태였는데 이곳만을 목적으로 와서 길게 봐도 좋을 것 같은 전시였다! 한국의 경제를 한곳에서 모아볼 수 있으니까!


전시를 다 보고 나가서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글로벌지식협력단지 1층에 있는 카페가 운영 중이었다! 가장 왼쪽의 예쁜 건물에 있는 카페였는데 뷰도 너무 좋고, 사람도 없고, 테라스도 있었다. 오늘 어떤 카페를 가도 여기보다 만족스러울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음료 두 잔이랑 마들렌을 엄마한테 사줬다!


엄마랑 단둘이 다녀온 산책이었다. 이날 산책을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와 둘이 놀았던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봤는데 바로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엄마 꽃구경도 시켜주고 예쁜 사진도 찍어줄 겸 갔는데 엄마가 전시도 보자고 한 덕에 이날의 외출이 더 풍족해졌다.


사실 홍릉숲과 글로벌지식협력단지는 너무너무 만족스러워서 인스타에 올릴 때 위치 태그를 안 한 곳이었다. 얼마 전 대화를 하면서 너무 좋았던 곳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 사진만 올리고 태그를 안 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캠페인이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K2의 #SOMEWHERE 캠페인이었다. 자연도 '인증용' 사진의 대상으로 그치는 세상에서 무차별적 방문을 막고 자신만의 자연을 느끼게 하는 목적으로 정확한 위치는 공유하지 않는 방식이다.


공유하고 싶지 않은 곳도 브런치에 올린다. 사실은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곳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해서 그 순간의 내 감정을 단순히 흘려보내지 않고 나중에 꺼내보려고 브런치에 기록한다. 미래의 나는 또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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