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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May 16. 2022

어른들도 천진난만해지는 곳, 봄여름의 '어린이대공원'

봄여름 어린이대공원의 꿈마루, 2022 생태연못, 환경연못

나에게 어린이대공원은 흐릿하긴 해도 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 그중 동생과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던 아빠와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던 기억이 가장 선명하다. 어린이대공원이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린이대공원에 가면 천진난만해진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른이 된 나의 시야로 보는 봄여름의 어린이대공원을 소개한다.

 


2022년 봄의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2022년 4월

(올봄에 4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기 때문에 시점이 번갈아서 나올 예정이다.) 최근에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다.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지만 어린이대공원에서도 안 가본 곳이 있었다. 그곳을 가보고자 오전에 강남에서 약속을 마치고 광진구로 이동했다.


2022년 4월 11일

가보고자 했던 곳은 바로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다. 건축에 관심이 생겼을 때 이곳을 한국 현대 건축계의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이 설계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꼭 한 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와서 설명을 읽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물이며, '한국 건축 100년'에도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번에 의릉에 갔을 때 나상진의 건축을 보고 나상진이라는 건축가가 궁금해졌다. 많은 건물을 지었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아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건축계와 연결고리가 없었다고 추측한다고 한다. 또한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 시절 주요한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많이 설계해 정치적 건축가란 평도 듣고, 그로 인해 보안상 공개하지 못한 작품이 많다는 것도 신비로웠다.


나는 처음 꿈마루의 건축을 보고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벽면이 막혀 있는 평범한 건물도 아니었고, 그냥 봐서는 건물의 용도를 짐작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그런 독특함이 좋았다. 도대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는 창살 같은 것도 신기했고, 여기저기 뻥뻥 뚫려 있는 것도. 굳이 굳이 그렇게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말했던 난해함과는 다르게 시민들에게는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시끄러운 어린이대공원 다른 곳들과 달리 꿈마루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싸온 도시락을 먹는 무리도 있었고, 가만히 앉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혼자만 동떨어진 세상에 있는 듯한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의자에 앉아봤다. 길게 앉아보지 못했지만 한 번 더 이곳에 와서 길게 쉬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2022년 5월 8일

그리고 어버이날에 한 번 더 엄마와 이곳에 왔는데 그때도 엄마에게 꿈마루를 소개해줬다. 이날은 흐린 날이라 그런지 꿈마루가 약간 음산하기도 했다.


다시 2022년 4월 11일

꿈마루에 올라 바라보는 어린이대공원 뷰가 무척 좋다. 다양한 색감의 나무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고, 분수대의 춤과 어린이들의 웃음으로 활기를 띠는 분수대 쪽도 지켜볼 수 있다. 너무너무 좋은 곳! 비밀 플레이스다.




2022년 봄의 생태연못

2022년 4월 11일

나는 매년 어린이대공원 생태연못에 간다. 꿈마루를 보러  날도 어김없이 생태연못에 갔다.


2022년 4월 11일

그런데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나무들은 여기저기 부러졌고, 연못 안의 갈색 풀들은 이리저리 엉켜있었다. 생태연못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생태환경 복원이 진행된다고 적혀 있었는데 당분간은 멋진 생태연못의 모습을 못 보는 걸까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2022년 5월 8일

그리고 한 달이 지나 5월에 다시 온 생태연못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생태연못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는데 내가 사랑하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푸르르고 짙었다.


대부분 자연을 구경할 때는 보는 뷰는 흐린 날보다 해가 쨍쨍한 날이 훨씬 예쁘다. 그런데 생태연못은 흐린 날의 모습이 더 멋있다. 흐린 날 산책은 기대를 많이 버리는 편인데 작아진 기대에 더 크게 보답하듯 멋진 모습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생태연못이 너무 좋다.


2022년 5월 8일

생태연못 앞에 복원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개입하는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추가로 자연의 생명력 만으로 생태계를 유지시킨다고 적혀 있었다. 스스로 복원해나갈 생태연못의 새로운 모습이 기다려진다.




2022년 봄의 어린이대공원 걷기

2022년 4월

4월 한창 벚꽃 철에 가니 곳곳에 벚꽃이 피어있었다. 벚꽃 길도 너무 예뻤지만 떨어진 벚꽃잎을 때문에 핑크색으로 뒤덮인 거리가 너무 예뻤다.


2022년 4월

어린이대공원을 많이 가봤지만 또 처음 발견한 게 있었다. 바로 땅굴!! 이 땅굴은 1970년대에 발견된 북한의 남침 땅굴을 모형으로 만든 거라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별안간 이진희도 생각이 나버린 나... 그래서 한 장 찍었다. 두 번째 사진은 나무가 모여 있는 게 너무 예쁘고 세 번째 사진은 나무 사이로 난 길에 해와 사람들이 들어와 있는 게 좋다.


2022년 5월

돗자리를 깔고 엄마가 싸온 도시락을 먹고, 돌아다니면서 아카시아 꽃도 봤다. 그리고 온실도 갔다. 온실은 코로나로 인해 닫혀 있다가 오랜만에 가봤는데 한쪽은 관리가 많이 안 된 느낌을 받았다. 선인장들이 많이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아쉬웠다. 혼자서, 그리고 엄마랑 같이 했던 올해 봄의 어린이대공원 산책!




2021년 여름의 어린이대공원, 환경연못

2021년 8월

이번엔 여름이다. 아직 올해의 여름은 오지 않았고, 2021년 8월 어린이대공원을 혼자 산책할 때 찍은 사진이다. 어린이대공원에 한여름에 가면 정문 바로 옆에 있는 환경연못에서 이렇게 멋진 연꽃을 볼 수 있다. 쨍쨍한 햇빛을 이겨낸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사진 속에 담긴 분수대와 동산을 보면 여름의 느낌이 난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걸어 다녔던 그 느낌이 살아 있는 듯하다.

 

그리고 앞에도 언급됐던 생태 연못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이렇게 쨍한 생태연못보단 흐린 생태연못이 좋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세 번에 걸쳐 다녀온 어린이대공원 생태연못에 대해 담은 보다 자세한 글은 이곳을 참고하면 된다.

https://brunch.co.kr/@choeeunjin/6


레고 캐릭터가 서 있는 길, 겹쳐진 나뭇잎 그림자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드는 길, 나무들이 중앙을 향해 우거져 그늘을 만들어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여름에 어린이대공원을 걸으며 마지막으로 마주한 것은 형형색색 다채로운 백일홍이다. 꽃 하면 사실 나는 봄만 떠올랐다. 그런데 여름에도 꽃이 다양하게 피고, 꽃이 피는 순서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올봄엔 개나리, 목련, 벚꽃, 라일락, 아카시아 이 순서로 꽃을 봤던 기억이 난다. 이제 여름이 되면 또다시 백일홍을 만나고 능소화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렌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나와서 반대편에서 보는 정문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어린이대공원은 어딜 가도 구석구석 예쁜 곳이 많다. 내용이 길어져 길게 적지 못한 곳도 많아서 아쉽다.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 번은 꼭 남겨보고 싶었던 어린이대공원! 다음엔 책 한 권 들고 가서 꿈마루에서 쉬다 올 것이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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