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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Aug 13. 2022

천 년의 역사가 반짝이는 밤 - 경주 여행 코스 2편

경주 밤 코스: 국립경주박물관 - 동궁과 월지 - 월정교

이 글로 하여금 경주 여행 시리즈가 드디어 완성된다! 경주 여행 첫날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 돌아다닌 코스를 적어보려 한다. 국립경주박물관 - 동궁과 월지 - 월정교 순서로 첫날 여행의 막을 내렸다. 미리 적은 경주 여행 코스 1일 차 1편을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https://brunch.co.kr/@choeeunjin/55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월성을 지나 도착한 곳은 국립경주박물관이다. 5월 중순의 경주는 여전히 쌀쌀했다. 늦은 오후가 되어 더욱 한기를 느끼던 도중 실내 코스를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초등학생 때 경주에 온 이후 이번 경주 여행이 첫 방문이었는데 국립경주박물관은 왠지 그때 와봤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나는 건축을 정말 잘 모르지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건물은 밖에서 옆면, 정면을 각각의 구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예뻤다. 그리고 바깥에서 에밀레종과 여러 탑을 보고 들어갔다. 에밀레종은 보존하기 위해서 지금은 타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신 녹음해둔 종소리를 한 번씩 틀어주고 있기 때문에 녹음된 종소리를 듣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다른 종소리와 어떻게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1편에서 언급했던 천마총에 있는 유물들은 다 가품을 전시해둔 것이었다. 진품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꼼꼼히 보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눈에 들어오는 것들 위주로 봤다. 그렇게 금관도 보고


사람 모양 토우도 봤다. 토우는 어떤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귀여운 모양새가 눈길을 끌었다. 나는 쓱 보고 지나쳤는데 동생이랑 친구가 토우가 너무 귀엽다고 해서 나도 다시 가서 봤던 유물이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유물은 뭔가 요즘 감성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금동여래입상에서도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한창 갸루피스, 루피피스, 부다피스가 유행할 때라 금동여래입상의 손 모양을 따라 하는 인증샷을 찍었다.


내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유물은 '웃는 기와'로 유명한 얼굴무늬 수막새다. '신라의 미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설명을 보니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손으로 빚은 얼굴무늬 수막새이자 신라인의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온전한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화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꼭 보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


박물관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는 창도 멋있었다. 이렇게 유물이나 작품 말고 자연이랑 뷰, 건축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들을 좋아한다.


박물관이 여러 개의 관으로 나뉘어 있어서 보고 싶은 곳을 몇 곳 보고 동생이 가고 싶어 했던 이디야 국립경주박물관점을 갔다. 이곳에 특별히 얼굴무늬 수막새 마들렌이 있다고 해서 갔다. 흑임자 맛과 쑥 맛이 있어서 엄마 아빠 선물용까지 몇 개를 샀다. 맛이 엄청 특이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벼운 기념품으로 좋은 것 같다!


여기가 바로 이디야 앞에 있는 곳. 이런 뷰를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생각보다 뷰가 정말 예쁜 곳이라 카페를 따로 안 갔다면, 걷다가 힘들다면 이디야에서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는 수막새 마들렌만 사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갔다.



동궁과 월지

밥을 먹고 향한 곳은 동궁과 월지였다. 이때 동궁과 월지가 공사 중이라 완전한 상태를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입장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었다. 입장하고 바로 자리한 기념품 샵에서 얼굴무늬 수막새 배지도 샀다.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인터넷에서 잘 안 팔고 있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하나쯤 사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사실 동궁과 월지는 안압지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지금까지는 계속 안압지로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점은 안압지에서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뀐 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는 점이었다. 후대의 발굴 조사를 토대로 2011년 7월에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7시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상태에서 와서 해가 지기까지 기다렸다. 어둠이 찾아오고 불이 다 켜지니까 훨씬 아름다웠다. 그냥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공사 중이지 않았다면 더 멋있었을 것 같았다. 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낮에 보는 모습도 멋있는 곳이다. 만약 동궁과 월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면 루트를 잘 조정해서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봐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다.


동궁과 월지는 그 자체로 신라의 정원 조경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게 한 곳이라고 한다. 또 이곳에서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1980년대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굴되었고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의미를 가진 '월지'라고 불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동궁과 월지를 한 바퀴 빙 돌고 마지막 코스인 월정교로 향했다. 동궁과 월지에서 월정교로 가는 길이 카카오맵에서 22분으로 나와서 날이 괜찮으면 걸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날이 추워서 택시를 탔다. 택시로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월정교

택시에서 내려 월정교 도착! 이 앞에서도 다른 분께 부탁해서 셋이서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


월정교를 옆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기다랗게 뻗은 다리!


택시에서 내려서 반대편으로 쭉 다리를 걸었다. 사실 이렇게 다리를 걷는 것 말고 크게 인상적인 것은 없긴 하다. 월정교를 검색해보니까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졌던 교량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 유실된 것을 2018년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복원 과정을 거쳐서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나도 볼 수 있음에, 걸어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특히 이 사진에서 오른쪽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구도도 그렇고 월정교가 물에 비치는 모습이 함께 나온 게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는 동궁과 월지보다 월정교가 마음에 들었고, 첨성대보다도 월정교가 마음에 들었다.


이번 글은 월정교를 생각하고 제목을 떠올렸다. '천 년의 역사가 반짝이는 밤'. 어두컴컴해진 세상 속에서 늠름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월정교의 모습에서 천 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되면 뭐하지 고민이 생기는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경주의 밤은 온전히 경주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어딜 걸어도 그 옛날 신라의 모습을 짐작케 하던 경주 여행 포스트의 막을 드디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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