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릴의 영국식 정원, 보벙가든
프랑스에 입국해 짧은 파리 여행을 하고 릴로 온 지도 어느덧 2주가 되어 간다. 처음에 파리 여행을 할 때나, 릴에 처음 왔을 때랑은 달리 이젠 이런 느긋한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온 만큼 부지런히 유럽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는 하지만 어딘가로 향하지 않는 날 종종 보벙가든에 갔다.
릴은 프랑스 북부 지역으로 날씨가 많이 흐린 지역이다. 처음에 8월 말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내리쬐는 태양에 생각보다 날씨가 괜찮은데? 생각했지만 가을에 들어서니 날씨가 확실히 오락가락했다.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고, 날씨 어플에서도 분 단위로 비 소식을 알려준다.
보벙가든은 1863년에 만들어진 곳이다. Jean-Pierre Barillet-Deschamps가 설계한 정원이라는데 영국식 조경 정원이라고 한다. 뮌헨 영국정원을 다녀와서 글을 쓸 때 검색해봤었는데 영국식 조경은 있는 그대로의 특징을 살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보벙가든도 뭔가 정리된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이날은 해가 없고, 구름이 많이 낀 날이었다. 해가 없기도 했고, 낙엽도 많이 떨어진 탓에 가을의 느낌이 물씬 났다. 오른쪽 사진이 되게 마음에 들었는데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가을가을하다!
친구들이랑 같이 여기서 샌드위치를 먹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딸이 산책하는 걸 보았다. 자전거와 연결된 유아차! 확실히 관광객들이 릴까지 와서 구경할 만한 엄청 큰 공원은 아니지만 릴 주민들에게는 좋은 공원임이 분명했다.
친구들을 기다리며 보벙가든 옆의 작은 냇물? 강? 에서 오리들을 구경했다. 유럽에는 진짜 오리가 많은 것 같다. 릴도 그렇고 얼마 전 다녀온 벨기에 겐트도 그렇고, 파리도 그랬다! 구글맵에서 보니 이곳에서 보트도 대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타는 사람들도 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보벙가든의 사진이다. 여기에 앉아서 아침 겸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었다. 해가 덜 들어와서 좀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도 이 사진을 다들 그림 같다고 해주었다! 내 생각도 그래!!
여기서 먹고 앉아서 쉬다가 이동했다. 나는 릴의 축 처진 나무들이 만드는 터널이 참 좋다. 길거리에도, 공원에도 있는 나무터널! 가을이 와서 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많이 봐 두려고 한다.
보벙가든에서 씨타델 쪽으로 걸었다. 씨타델은 나중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근처만 빙빙 돌았다. 씨타델이랑 지금 하고 있는 놀이공원을 가는 게 목표이다!! 조만간!!!
이 날은 다른 날이다. 친구들이랑 보벙가든에 피크닉을 갔다. 한창 춥고 비 오던 차에 오랜만에 밝게 해가 드는 날이었다. 프랑스에 와서 좋은 점은 한국에는 많이 없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대체로 한국 나무보다 키가 훨~씬 크다!!
흐린 날에도 사람들이 있었지만 확실히 해가 드는 주말이라 그런지 햇빛에 누워 있는 사람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등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벙가든에 모여있었다.
우리는 와인과 케이크, 과자 등 간식을 사들고 피크닉을 즐겼다. 프랑스 친구가 공원에서 술 마셔도 된다고 알려줘서 사갔음! 앉아서 노래도 듣고 얘기도 나누고 나는 그림도 그렸다. 릴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는 공원, 보벙가든 후기 끝!! 앞으로 유럽의 공원과 한국에서 못다 올린 여행 이야기를 올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