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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Nov 29. 2022

2022 독일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 당일치기 여행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득한 쾰른을 돌아보다.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에 당일치기로 다녀와서 쓴 일기에 '어딘가 무심한 독일의 느낌을 좋아한다.'라고 적었다. 프랑스에 있으면서 이곳저곳 다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한 곳이 독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마스에 로망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독일이라는 이유로 기대가 많이 되었다. 뮌헨과 베를린 이후로 세 번째 독일 여행!


새벽에 출발하는 투어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를 달려서야 쾰른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독일에 다시 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나에게 독일이 좋은 이유는 1. 무심함, 2. 카페 분위기, 3. 여유로움인 것 같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여행지보다는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여행지가 좋은데 그게 딱 독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먼저 쾰른 대성당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어딜 걸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때는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것도 몰랐다.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은 1번부터 6번까지 나뉘어 있다. 파리 패션위크에 갔을 때 도시 전체가 패션쇼장인 게 너무 신기했었는데 쾰른 곳곳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리에서 느낀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문구류! 만년필과 노트류를 구경하는 게 재밌었지만 디자인이 딱히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 걷지 않아 쾰른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쾰른 도시가 큰 편이 아니어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굳이 타지 않아도 충분했다. 


쾰른 대성당의 규모가 엄청 크다는 것은 알았는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고딕 양식의 성당이라고 한다. 사실 유럽에 있으면서 성당을 엄청 많이 봐서 많이 무뎌졌기에 쾰른 대성당도 나에겐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아마 예전의 건축 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본다면 엄청 큰 감동을 느꼈을 것 같다.


나는 성당의 규모나 어떤 건축 양식이냐를 보기보다는 그저 꼭대기 탑 부분이 검은색인 게 신기했다. 검색해보니 쾰른 대성당은 원래 하얀색이었으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과 매연으로 인해 검게 변했다고 한다.


쾰른 대성당을 구경하고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엽서도 구경하고 사람이 없는 평화로운 쾰른 거리의 사진도 찍었다. 사실 가장 가고 싶었던 카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었던 카페에서 친구들과 여유를 부렸다. 당일치기라 시간이 엄청 많은 건 아니었는데도 여유를 부리고 올 수 있었던 게 진짜 만족스러웠던 점 중 하나이다.


그리고 6번 마켓으로 고고!! 친구들 말에 의하면 6번 마켓은 별로 볼 거는 많이 없었지만 6번 마켓도 엄청 좋았던 이유가 있다.


6번 마켓은 혼자 조금 동떨어져 있어서 바로 옆에 공원이 있었다. 이제 가을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미디어파크에서 마지막의 마지막인 가을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아직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노란 잎들!


또 남들은 특이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 콜로니우스 타워를 본 것도 너무 좋았다. 베를린에 있는 TV 타워만큼 예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타워 콜렉터로서 만족! 타워와 함께 한 컷 찍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소품샵 구경도 하고, 디엠에 가서 영양제 쇼핑도 하고 나니 5시가 되었다. 5시인데도 벌써 어두워져 버린 하늘을 보며 진짜 곧 겨울이구나 느꼈다.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올해 알게 되었는데 아무리 해가 일찍 져도 이렇게 겨울 내내 밝은 분위기의 유럽이라면 살아볼 만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유럽!


이렇게 불이 한가득 켜진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도 하고, 커리부어스트랑 치치도 사 먹었다. 나는 츄로스라고 평생 불러왔는데 프랑스어로는 치치라고 부른다고 오늘 치치를 좋아한다는 친구한테 배웠다. 길거리에서는 버스킹까지 즐거운 연말 분위기를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거의 다 됐을 때 우리는 다시 대성당 쪽에 있는 2번 마켓에 갔다. 1번부터 6번까지 다 돌아본 결과 2번 마켓의 방쇼 컵이 가장 예뻤다. (1번부터 6번까지 컵의 디자인이 다 다르다.) 그래서 2번 컵을 사러, 그리고 불이 들어온 2번 마켓을 보러 빠르게 이동했다.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검색했을 때 불 들어온 2번 마켓의 사진을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진짜 반짝거리고 아름다웠다. 내가 미리 검색해서 본 사진처럼 멀리서 트리와 마켓, 성당을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해서 아쉬웠다.


사실 나는 꼭 가지고 싶은 것도, 꼭 먹고 싶은 것도, 꼭 보고 싶은 것도 잘 없다. 그런 내가 이번엔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1번부터 6번 마켓을 다 돌아보고, 가장 예쁜 컵을 고르고, 영양제도 사 오고, 콜로니우스 타워도 보고, 카페에서 여유도 부렸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돌이켜보니 친구들이 없었다면 쾰른 여행이 이만큼 꽉 찬 여행이 되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없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감흥도 만들어준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이 올해 나의 첫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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