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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Sep 11. 2015

홀로 보내는 금요일 저녁

참명란 비빔밥과 카페 라 노체

홀로 보내는 금요일 저녁


혼자 소녀방앗간에서 참명란 비빔밥을 시켜먹었습니다. 진보정미소 도정 30일 이내 햇쌀로 지은 밥에 청송 새마을방앗간 참깨와 참기름으로 양념한 명란신선란을 넣은 비빔밥이라니, 금요일 저녁으로 혼자 먹기에 가장 제격이지 않나 싶습니다. 먼저 명란을 조금 떼어내어 흰밥에 살짝 얹어 먹어보았습니다. 짭짤한데 맑은 맛이 돌았습니다. 샛노란 노른자까지 무참히 숟가락으로 슥삭슥삭 비벼 한 입 크게 떠 입에 넣었습니다. 먼저 느껴진 맛은 '참기름'. 참으로 오랜만에 입안 가득 퍼지는 구수한 참기름 맛이었습니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한 그릇을 다 비워냈습니다. 경상북도 청송이라는 곳의 새마을방앗간이 금방 눈으로 잡히진 않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참깨를 빻고, 참기름을 내릴 어떤 이들을 잠시 떠올렸습니다.


식사 후, 낮부터 간절히 떠올랐던 '카페 라 노체'를 마시러 자주 가던 카페에 들렀습니다. 더치커피 원액을 붓고, 그 위에 찬 우유를 힘차게 여러 번 쳐 생크림보다 부드럽게 만들어 올린 후, 사탕수수가루를 뿌린 커피입니다. 첫 한 모금은 솜사탕 같은 거품과 달달함이 먼저 입안으로 들어옵니다. 이런 첫 순간들을 사랑합니다. 오늘 이 시간, 이 맛이기에 가능한 순간들 말입니다. 아래에 깔린 시간을 들인 더치커피는 뭐랄까, 과격하게 쓰지도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무겁지도 않은 깊음을 선사합니다. 카페 음악이 굉장히 시끄러운 것 빼고는, 옆 여자들의 수다가 데시벨이 높은 것 빼고는 '홀로 보내는 금요일 저녁'으로는 완벽한 것 같습니다.  


참, 카페 통유리 너머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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