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BI Sep 14. 2015

가을부터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새우 감바스 

10시까지 일을 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비 오는 금요일이라 강변북로는 꽤 막혔고, 비가 잠시 그치는 틈을 타 창문을 열고 옆 한강을 빤히 바라보았다. 귀에서 흘러나오는 샤콘느와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이 묘하게 섞이는 순간이었다. 기사 아저씨도 꽤 지루했는지, 창문을 내려 같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나긴 여정 속 보광동 삼거리에 내려, 집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주인만 기다렸을 강아지를 생각하니, 그때부터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렇게 사람에게 의존적인 생물체는 대체 어쩌자고, 사람에게 정을 많이 주는 것일까. 지구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동물이게 말이다. 

강아지 산책과 집안 청소, 빨래, 설거지까지 마친 후 하이볼 한잔이 간절하다. 산토리 위스키를 대기시켜놓고, 냉동실에서 지난 주말에 사두었던 새우를 꺼냈다. 누군가 '새우는 은혜'라 말했다. 그렇게 '은혜스러운' 새우를  딱 4마리만 꺼내어(시계는 12시 5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올리브유를 두루 분포한 뒤 새우들을 투척시켰다. 냉동 새우인지라, 처음부터 지랄 맞게 튀어 손에 잡히는 종이로 프라이팬을 고이 덮어두었다. 양 면을 고루 뒤집어 준 뒤, 소금 간 약간 / 바질 약간 / 후추 약간을 양면 고루 뿌려주었다. 아름다운 자체를 갖춰가는 것을 보니 제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약 5분에 걸쳐 '요리'랄 것은 끝났다.


아름다운 자태의 그것을 고운 그릇에 담았다. 새우 4마리를 담고, 같이 불에 데워진 올리브유를 모조리 접시 담았다. 

얼마 전에도 감자수프를 손수 끓여먹었다. 따뜻한 음식들이 간절한 거 보니, 이미 몸은 가을을 마음껏 받아들이나 보다. 


가끔 혼자 갈 수 있는 술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손수 안주를 만들고 술을 대령시키는 건 어느 정도 에너지가 허락했을 때 가능한 법. 그러지 못한 날들, 음악이 좋고 조용하고 술과 안주가 있는 그런 곳. 그런 곳이 찾기 전까진, 간혹 간단한 술 안주를 만들어야겠다.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지만 요리를 하는 동안 알길 없는 흥과 기대가 올라왔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홀로 보내는 금요일 저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