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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Sep 17. 2015

진심으로 다하는 일

연극배우 곽유평 

7회차 공연 연극을 위해 삭발을 한 친구의 공연을 보고 왔다. 사실 며칠 전 올린 그의 장문의 글 때문에 대학로로 향했다. 공연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관객이 많이 없어 힘이 빠지니 꼭 보러 와 달라는 긴 글이었다. 카톡도 단답으로 하는 놈이 그 긴 글을 쓸 동안 얼마나 더 힘이 빠졌을까. 

오랜만에 밟아보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수요일 밤인데도 활기찼다. 누군가를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길바닥에 앉아 연극을 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이곳에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작은 극장에 작은 의자들에 몸을 밀어넣었다. 다닥다닥 붙은 사람들과 좁은 무대를 지닌 그곳에선 몸 냄새가 났다. 극이 시작되었고, 전신마비인 그는 힘든 몸을 움직이며 대사를 하기 시작했다. 1시간 30분 여정을 몸을 비틀고, 기침을 쉼 없이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못 꼈는지 알 수 없지만, 예전의 화목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무너져버린 가족들의 이야기. 가족들이 서로 소리를 질러대고, 서로를 원망하는 씬보다 반 미쳐버린 어머니와 전신마비 아버지의 의미없이 나누는 잔잔한 대화가 그렇게 마음이 아프더라. 평범하디, 평범한 건 왜 살면서 더 힘든 걸까. 

극이 끝나고, 정말로 거의다 밀어버린 머리가 부끄러웠는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친구가 나왔다. 그를 보러 와 준 모든 이들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고 있었다. 끝나고 그와 맥주 한잔을 같이 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너의 서른한 살과 나의 서른한 살의 갭이 너무 커 괜히 맥주만 연커푸 들이켰다. '배우'라는 직업 앞에 떳떳하기 위해, 극에 몰입하기 위해  매일 자신과 싸우는 너. 

"그래도 열심히 하니깐 다 알아봐주더라. 선배들이 칭찬해주더라." 이번 연극하면서 잘 봤다는 카톡을 많이 받았다며, 연신 웃는 너를 보니 이거 뭐 돈이고 뭐고 자신의 몸을 다 던져 이렇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니. 넌 그거 하나만으로도 인생을 참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날 선 채로 살아가자'라며 훈훈하게 마무리하며, 사진도 이렇게 한컷 남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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