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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Sep 30. 2015

살아있는 것들의 울컥함

살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조금의 울컥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평생 죽지 않는 무생물과는 다르지 않은가. 생을 마친다는 것. 죽음이 기약되어 있다는 것. 수많은 목숨이 그렇게 사라져버린 것을 본 이후로 더욱 생 있는 것들을 바라볼 때 울음이 기어나온다. 카페에 들어서는 데 화려함을 몸에 두른 생화가 눈에 들어왔다. 크기와 색이 그렇게 느끼게 했으리라. 기분이 좋아졌다. 살아 있는 것의 생생함이 느껴졌다. 2층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고개를 쳐들었는데 노란 해바라기가 또 눈에 들어왔다. 껵여진 그 순간 어쩌면 생을 다 한 것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렇다면 인간의 삶도 그런 게 아닐까란 생각. 꼭 목숨이 끊어져야 생을 다한 것일까. 생각이 멈추면 그것 또한 삶이 끝난 게 아닐까. 김승옥 작가의 생명연습에서 다루고 있는 '왜 사람들은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각자의 방식으로 죽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건, 어쩌면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칙칙하고 어두운 지하실의 모습일 지라도 자기만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기에 이 세상을 나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오늘 저녁 이렇게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이들을 불러 모아 술을 진탕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박준 시인이면 더 좋을 텐데, 이병률 시인이면 더더욱 좋을 텐데라는 생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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