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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Sep 30. 2015

일상을 조금 빗겨 난 곳

부산, 부산, 부산.

도착한 부산은 낯선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바다를 가까이 둔 도시들은 산을 품은 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낭창 낭창 하다고나 할까. 바다로 이어지는 수영만을 따라 차를 몰다, 새벽  라이딩하는 이들을 마주쳤다. 그들의 삶은 이 곳에서 이렇게 이루어져 있구나 싶었다. 오션뷰라 하여 잡은 호텔은 바다가 조금은 멀었다. 허기진 배는 이미 서울부터 시작돼서 짐만 내려놓고 근처 5분 거리인 민락회센터를 찾았다. 철이라는 도다리와 돔을 4만 원에 흥정하고, 회센터 앞 등대 포장마차로 들어섰다. 밤바다를 마주하며 먹고 싶은 서울 사람 심정으로 내려왔지만, 눈이 닿는 곳에 바다가 자리하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셋이 먹고도 회가 남을 정도로 인정은 후했다.  

아침은 창문으로 쏟아지듯 들어오는 햇빛 때문인지 눈이 쉽사리 떠졌다. 새벽에 받아둔 조식 2권을 손에 쥐고 10층으로 향했다. 커피 한잔이 더 급해 한국식 보단 미국식 조찬을 시켰고, 브런치는 실망스러운 면을 두루 갖추고 있었지만 그날 아침의 여유와 그 곳의 뷰만으로 다 무마되는 일이었다. 


이번 부산에선 바다보다 나무를 더 많이 바라보았다. 조군이 가이드맵을 맡았던 더 파크 동물원을 보기 위해 겸사겸사 내려간 부산이었고, 그래서 아침 식사 후 바로 찾은 곳은 동물원이었다. 산에 둘러싸인 동물원은 산책하는 길가에 가끔 신기한 동물들이 보이는 기분이 들게 했다. 다리를 쫙 벌리고 물을 마시는 기린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남포동에 가서 돼지국밥을 먹겠다고 한참을 애꿎은 서울 사는 부산 토박이 D를 달달 볶다, 배고픔에 조군이 예전에 왔던 돌고래 순두부 집이 보여 그곳에 들어갔다. 가격도 싸고, 약간 달달한 순두부가 난 특이하기도 하고 맛있기도 했는데 조군은 거의 다 먹은 후 '그때도 맛 없었다고 생각했는데'라는 말을 내뱉으며 후식으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근처 부산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친구를 잠시 만나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헤어지는 길, 씨앗 호떡은 먹어볼까라는 생각에 잠시 줄을 서 2개를 샀다. 배가 불러 둘 다 차 사이드 문에 잘 끼워두었는데 후에 허기짐에 큰 공을 했다. 


부산은 그렇게 일상처럼 지내면서, 잠시 일상을 벗어난 것처럼 조금은 붕 떠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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