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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Dec 01. 2015

오늘의 BGM, 5am 양창근


오늘 스무 살 초반 소녀의 글을 한참 읽었다. 

어라운드 잡지를 읽다, 마지막에 소개하는 책에서 인스타그램을 알아냈고. 인스타 몇 개를 훑어보다 글이 괜찮아 블로그를 들어가보았고. 

더 많은 글은 텀블러에 있다 하여 그렇게 책으로 나오게 된 글을 한참 읽었다. 

책을 좋아하고, 매일 아침 일기를 노트 가득 쓰는 참 예쁜 소녀. 

써도 써도 쓸 말이 많다고 하니, 복 받았구나. 


그 나이에 나도 그렇게 매일 주저하지 않고 글을 더  썼다면.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바보같이. 


회의를 하다, 사이 공식 페이스북 홍보를 할 때 

평소 내가 글을 쓰듯이 쓰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무심하듯, 툭 뱉게 쓰라는데. 그게 제일 어렵거든! 내 글을 내가 얼마나 고쳐 쓰는데. 

그리고 그 무드 잡기가 얼마나 힘든데. 

다행인 건, 골방에 쓰는 글이 아닌 대중 앞에  내놓을 수 있는 톤을 만들었다는 생각. 


컨셉진 잡지 프리랜서 에디터 공고가 올라와 지원해볼까 했는데 

막상 잡지를 들여다보니, 내가 어떤 꼭지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뷰는 누군가의 생각을 단순히 옮겨 적는 것 같아 싫어졌는데 말이다. 

아니, 그래서 무슨 글이 쓰고 싶으냐고. 


멀리 여행을 떠나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긴 하군. 

매일 새롭게 변하는 자연을 매일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기도 하고. 

바다의 모습,  새소리, 가끔 만나는 산 짐승을 자세히 묘사해보고 싶기도 하고. 

도시는 정말 꽤 많이 지루하다.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매일, 365일 보는 건. 사람을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오늘은 '시간'이라는 게 나서 잠시 글을 읽고, 필사를 했다. 

내 글도 아닌데, 남의 문장을 적는 게 왜 이렇게 좋을까. 

그러다, 내 글을 좀 쓰기도 했다. 이번 년도 여행 다녀온 날이 급작스럽게 떠올라. 잠시 글로 써보았다. 

글로 옮겨놓으니, 꽤나 더 낭만적인 여행이었더라. 

급작스럽게 떠났었고. 새벽을 달렸고, 잠시 눈을 붙였다 뜨니 푸르스름한 새벽녘과 높다란 봉우리가 눈앞에 걸쳐있어 자연스럽게 환호를 질렸다. 

그리곤 사람이 붐비지 않는 감자바위에 가서 수영을 신나게 했지. 

발이 닿지 않는 감자바위까지 수영해가서 바위에서 아주 많이 주저하며 점프도 했지. 

그렇게 몇 번을 겁도 없이 발이 닿지 않는 바다를 건너 바위를 가는 경험은. 뭐랄까. 잠시 바닷가에 자란 소녀가 된 기분이랄까. 

그러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엄마와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와 편의점 커피를 사다 약 천 원만 더 붙여 파는 

편의점 표 커피를 최고로 시원하게 달게 맛있게 마셨다. 


우린, 너무 나이스 하고 깨끗하고 좋은 공간들만 보고 사는데 

삶이 참 그런 게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자연이 그렇게 그리운가. 


매일 이렇게라도 글을 써야지. 쓰니,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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