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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Aug 24. 2016

5년 만에 신혼여행

이 세상 흐지부지 생각하면 정말 흐지부지 살게 되는 거다.

난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신혼여행도 다녀오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더욱 재미있게 읽혔다. 그는 결혼식도 하지 않고, 신혼여행도 무려 5년 뒤에나 갔다. (부인이 대단하다) 왜 그런지는 에세이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11년 동안 기자로 성실히 살다 돌연 작가로 돌아선 그가 밝히는 그 이유는 하도 고개가 끄덕거려져 나조차도 놀랬다. 그래, 난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나에게,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만 집중하겠다는 놀라는 집중력. 그래, 저 정도의 결단력은 있어야지. 이 세상 흐지부지 생각하면 정말 흐지부지 살게 되는 거다. 


내가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감정 상태로 있어야 아내도 사랑하고 부모님도 사랑할 수 있다. 
남을 사랑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든다.

결혼할 때 반대가 심해 부모님과 잠시 연락을 끊고 산 작가는 지금까지도 부인과 자신의 부모님의 만남을 성사시키지 않는다. 그건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는 다 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은 남을 사랑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든다는 말. 가끔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간과하곤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한다. 결국 인간은 자신조차 잘 컨트롤 못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대체로 무언가를 때려치우거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면서 정체성을 쌓아오지 않았나 싶다.

고인 물은 어쩔 수 없이 악취를 풍길 수밖에 없다.


사람이 절박해지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완고해지기 마련이다. 한국 신문들이 보수와 진리를 가리지 않고 최근 몇 년 동안 사이좋게 동반 타락한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타락하지 않은 분야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우선 내 감정이 중요하다.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 내 인생 3년을 그런 쓸모없는 일에, LPG 가스통과 화기를 서로 친하게 만드는 작업에 낭비하고 싶지 않다. 기회비용도 엄청나다.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해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감정 상태로 스스로를 가꾸면 3년 동안 장편소설을 최소한 다섯 편은 쓸 수 있다. 내가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감정 상태로 있어야 아내도 사랑하고 부모님도 사랑할 수 있다.

쓸데없는 인간관계, 불필요한 신경, 이런 것들에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린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끈질기게 우리를 귀찮게 하는 것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런 것들에 벗어나 책 한 권, 글 몇 자를 더 쓸 수 있다면 더 행복 해질 테지. 


그러나 인생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부모가 뭐라 하건 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벌어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그건 사는 게 아니다.

보라카이로 다녀온 신혼여행 이야기를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 있다니, 부럽다. 쉽게 읽혔지만 던지는 이슈들은 많았다. 당연히 여기는 것들에 모두 다 딴지를 건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애초부터 당연한 건 없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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