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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Jul 26. 2021

나는 휘청이는 삶에 속해있다.

코로나 19, 요식업 이야기


나의 눈은 어디를 향해있는가. 처한 환경은 보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


식당을 운영하는 나의 눈에는 배달하시는 기사님들, 다양한 요식업 사장님들이 시야에 걸린다. 연일 최고 기온을 찍고 있는 여름,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곧이어 식당으로 무거운 공기를 함께 밀고 들어오시는 기사님들. 에어컨을 최저 온도로 계속 돌려도 덥다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날씨에 거리를 누비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터. 다행히 점심엔 손님이 없어 에어컨 앞으로 안내, 차가운 물 한 잔도 내어드린다. 그마저도 저녁엔 바쁠 땐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 배달하시는 분들이 다양해졌는데, 20~40대 남, 여뿐만 아니라 50~60대 부모님 나이로 보이시는 분들까지. 작은 몸집의 아주머니는 책가방, 손에 든 보냉백 2개를 챙겨 음식을 받으러 오셨고 10만 원이 넘는 음식을 차곡차곡 쌓아 넣어 나가셨다. 이렇게 도보로 배달하시거나 자전거, 오토바이, 자차를 이용. 모두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픽업하러 오신다. 어떤 분은 오토바이 뒤에 아직 배달용 박스가 준비되지 않아 아이스박스를 임시로 고정시켜 하시는 분 혹은 로켓배송 보냉백을 임시로, 노란색 짐 박스를 사용하기도 하신다.


이렇게 누군가는 준비되지 않았지만 일은 시작해야 되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더운 여름엔 이런 모습들이 한동안 마음에 남는다. 


나 또한 식당을 하지 않았다면 배달을 받는 소비자로서만 존재했을 것이다. 거리 두기 4단계에 매출 걱정을 하지 않았어도, 뜨거운 불앞에서의 노동을 하지 않았어도 되었겠지. 또 누군가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다. 빠른 배송의 당연함, 50도가 넘는 아스팔트 위 생수병을 들고 가시는 택배기사님의 노동, 배달 기사님들의 노동을 당연히 여겼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누군가의 삶은 휘청인다. 나는 휘청이는 삶에 속해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땀 흘리는 노동이 스쳐 지나가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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