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장 #1
여린 짐승은 어느 순간부터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교회 천장에 떠다니던 영롱한 빛의 그림자들을 목도한 건 우연이었다고 치부하고,
방에 칼이 꽂힌 날 그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속으로 뇌까렸다.
제발 점점 나아질 거라는 구역질 나는 말 좀 하지 말아 줘.
길거리에서 그녀의 얼음장 같던 손바닥이 동생 뺨을 갈랐을 때
성에 낀 유리에 갇혀
내지르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것들에 둘러싸여
그저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말이 사라진 그곳에는 짙은 어둠뿐이었어.
전부라고 믿었던 것을 잃었을 땐, 서로의 입속에서 새어 나오는 입김만 바라보자.
우거진 연무 속에 잠시 숨자.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라.
그 감정이 언젠간 너를 칠 테니깐.
짐승들보다 더 짐승처럼 산다면
검붉은 불꽃에서 혀를 날름거린다면
허황된 환상들에 둘러싸인다면
금세 사라져버리는 명성에 목을 맨다면
그날엔 강가에 날 묻어줘. 축축한 흙이 눈과 입을 가리게.
죽은 물고기의 비릿한 냄새, 물에 흠뻑 젖은 갈대들. 그들이 나의 마지막을 장식해 줄 거야.
그 순간이 오면 모든 걸 버릴 거야.
* 독립출판물로 출간된 [푸른 파장]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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