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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Feb 09. 2021

소통 기초는 내부에서 자유로운 의견 교환

<소통 담당 공무원의 소통 일기> 소통부서와 실국과의 거리

“시민소통담당관이 하는 일은 기자를 통해 언론을 상대하는 일도 있지만, 시 실국과를 시민과 언론에 연결하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실과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지난해 연말에 시장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지시가 있으면 가능하면 하는 성격이라 곧바로 담당 계에 요청해 각 국의 실과장과 면담을 잡았다. 시청에는 9개의 국소가 있다. 각 국에는 6명 정도에서 10명까지 과장이 있다. 국장의 배석 여부에 상관없이 국별로 과장들을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먼저 4장자리 페이퍼를 만들었다. 안에는 미팅을 하는 취지와 더불어 소통 환경이 바뀌는 것을 담았다. 기존 대시민 홍보나 소통이 보도자료나 기자 간담회가 중심이었다면 이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대비해 SNS나 OTT 같은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어서 내가 생각하는 시민소통담당관실의 역할 변화를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실과에서 참여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어 SNS별 차이를 설명하고, 마지막은 보도자료 작성법에 대한 간단한 문구를 넣었다.      

아울러 2019년 11월에 시 도시 브랜드 이미지가 바뀌었지만 실제 시 곳곳에서 여전히 과거의 브랜드가 사용되는 현상을 해소하는데 압장서주는 것을 요청하기 위해 도시 브랜드 가이드 책자와 내가 스토리를 써서 만든 시 스토리텔링 만화도 같이 소개했다.      

실과와 소통부서간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자료

이 과정을 통해서 느낀 점은 몇가지가 있다. 우선 과장급 공무원이라고 해도 소통이나 협업, 언론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기초지자체에서 사무관 정도면 리더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수한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소통을 챙기기에는 힘겨워했다. 물론 적극적으로 홍보나 소통을 위한 방법을 묻는 이들도 많았다. 

두 번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홍보하는 것에 대한 기술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도 실감했다. 특히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나로도도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통해 신문에 나오는 게 홍보의 메인 방법은 아닙니다. 좋은 이미지라면 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좋은 내용이라면 블로그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하는 게 더 좋은 홍보입니다. 시민들이 잘 볼 수 없는 장면에 멋진 설경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최고의 홍보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매체의 부정적인 기사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언론은 생리적으로 좋은 기사를 쓸 가능성보다 부정적인 가능성을 쓸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런 기사를 취재하면 겁부터 먹고 외면하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가장 초보적인 대응이다. 기자로 첫 직장을 가진 필자지만,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보장하면서 공무원의 정당한 방어권을 보장해야만 바른 기사가 나갈 수 있다. 공무원이 피하면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고, 중요한 행정 행위가 무위로 그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면담을 통해 나는 공무원 조직 사이에 소통이나 협업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한 공직사회와 지자체의 기초인 시민들간에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에서부터, 광역 지자체, 기초지자체 등 수많은 공무원들은 행정 행위를 한다. 그 중에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정책이 상당수다.      

과거 공무원이 하는 일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당대에 들어서는 이런 매체들을 보는 이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당연히 편리한 이동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 춘천 시민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주는 정보를 어떤 방식을 통해 받을까. 우선 사람들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시의 경우 국과의 정책은 필요에 따라 동장, 읍면장 등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러면 다시 이통장 등을 통해서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가장 오래된 방식인 이야기를 통한 방식이다. 난 이런 추억에 익숙하다.      

어릴적 아버지는 마을에서 이런 직분을 계속 맡았다. 젊은 시절에는 마을 이장을 했고, 조금 지나서는 영농회장을 했다. 행정단위나 농협 등에서 진행되는 갖가지 행정이 아버지를 통해 전달됐다. 아버지는 마을 분들의 의견을 청취해 대출이나 혜택 등을 마을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사람의 입과 발이 중요한 한 소통 수단이었고, 지금도 그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해서 우리 집에는 서울신문이 매일 배달됐고, 한달에 한번씩 새농민이나 어린이 새농민 같은 잡지가 왔다. 신문을 즐기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내 좋은 일을 거리였다. 덕분에 나는 한자를 좀더 빨리 익힐 수 있었다. 이렇게 신문은 중앙정부의 정책을 작은 시골 마을이 이장에게 까지 알리는 역할을 했다.      

내가 대섯살 때 전화가 가장 먼저 놓은 집도 우리집이었다. 전화도 당시 소통 방식 중에 하나였다. 물론 비상시에 쓰인 방식이지 모두의 집에서 보통적인 수단으로 쓰인 것은 한참 지나서다.      

그럼 소통 부서(공보부서)와 실국과의 효과적인 협업은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성이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한 개인에게 천금이 있다고 해도 쓰지 않다가 죽으면 그 돈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실제로 삶의 목적이 재산을 모으는 사람이 많다. 돈을 모아서 자손들은 좋을 수 있지만, 잘 쓸줄 못하는 자손들은 그 돈을 가치있게 쓸 확률은 극히 낮다. 

     

정부나 지자체에도 수없이 좋은 정책이 많다. ‘정부 지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이들도 많다. 부정적인 의미지만 그 돈을 받아쓰는 사람들에게는 반기는 일이다. 반면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경우도 많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담당자들이 제대로 그 자금이나 정책 등을 알아야할 대상에게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또 제대로 된 홍보를 통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실국과 소통부서의 업무진행 

춘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반려동물 동행도시를 위한 선포식

그럼 실국과 소통부서의 업무 진행은 어떻게 진행될까. 우리 시가 진행하는 사업을 한 사례로 풀어보자. 2020년 4월 춘천시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춘천을 반려동물 산업 메키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 브랜딩을 추진하고, 반려동물 플랫펌을 구축해 반려인과 반려동물 산업을 연결하겠다는 포괄적인 계획이다. 이 안에는 플랫폼센터, 펫펨타운 조성 같은 240억원의 인프라 구축을 포함해 600억원을 투입하는 의미있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왕래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이상기온으로 인한 재해 들이 발생하면서 이 사업은 탄력을 붙기 힘들었다. 필자 역시 이 사업이 발표된 이후 임명되어 초반기에는 사업에 대한 이해조차 쉽지 않았다. 다행히 실무 책임자가 적극적인 분이어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일을 익히고, 소통부서로서 협업을 해갈 수 있었다. 그럼 이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 프로세스에 대한 내 의견을 정리해 본다.   

   

첫째는 이 사업에 대한 홍보나 소통의 방식을 정리해야 한다. 우선 이 사업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어떨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반려인도 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반감이 있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만약 이들을 간과한체 반려 동물 사업을 진행하면, 시민의 여론을 분열할 수 있고, 시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방향으로 여론을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선은 시민들의 생각을 아는 여론조사 등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반려동물 산업 전체가 시 전체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해시키면 더 좋을 것이다. 2020년에 이미 30%가 반려인이 있고, 산업 규모도 적게 잡아도 5.8조원에 달하는 산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성장세도 가파르다. 또 체계없이 관리하는 것 보다는 체계를 두는 게 비반려인들도 더 안심하고 이 분야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일을 하기 편리하다. 이런 과정은 담당 국과에서 할 수 있지만, 소통부서랑 협의하면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다.      

둘째는 관련 홍보 전략을 짜는 것이다. 이런 사업은 필수적으로 소통부서를 협조자로 넣는다. 일단 홍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투적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홍보의 결과에 따라 이 사업의 성패를 나눌 수 있는 만큼 소통부서랑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소통부서의 전문가가 약하다면 전문 컨설팅이나 홍보대행사를 쓰는 게 효율적인 사업도 있다. 물론 아주 큰 사업일 경우에 그렇다. 홍보 전략은 우선 자신들이 가진 아이템의 가치를 파악하고, 각 매체에 맞는 총괄적인 전략이다. 가령 ‘반려동물 산업’이라면 신문, 방송, SNS, OTT 등의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신문들은 다양한 특집면을 구성하는 만큼 관련 기획들이 언제라도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효과적인 매체와 방식 등을 잘 고민해야 한다. 반려동물 산업은 방송에도 적당한 아이템이다. ‘동물농장’,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이미 공중파에 정규 편성이 있을 만큼 이 아이템의 호응은 좋다. 이 방송의 제작자들은 다양한 소재를 찾는다. 이런 방송의 특성과 시 자체 사업의 매칭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시 자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 이런 사진을 사용하면 좋은 반응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유튜브는 수많은 애완동물 관련 유튜버가 있는 만큼 이런 매체가 공중파보다도 효과적인 홍보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타깃 매체를 찾았다면 소통부서와 협의 후 비용이나 타임 테이블 등을 짜야 한다.      

세 번째는 실제로 홍보 등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은 행사 등을 보도자료로 알리는 ‘리퍼블리시’ 과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 시도 반려동물 관련 정책 이후 반려동물 동행주간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것은 소극적 소통부서의 역할이다. 우리 시도 이런 특집을 하기에 적합한 신문의 특집 지면을 찾았고, 자료를 전송해 특집 보도가 나갈 수 있게 했다. 또  ‘동물농장’, ‘개는 훌륭하다’ 등 공중파와 관련 적합한 프로그램 등을 선정해 아이템 협의 등을 진행했고, 좋은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안타깝게 반려동물 동행주간 행사가 코로나로 인해 축소되면서 홍보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이런 협업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무부서가 아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협업의 과정을 정리해 더 발전적인 행정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춘천시가 추진하는 반려동물 동행 도시 산업은 지역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강원대는 국내 수의학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대학이다. 시의 정책과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가치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춘천시에는 바이오산업진흥원이 산하기관으로 있다. 실제로 진흥원이 주관해서 진행한 코로나 특화 사업으로 춘천은 세계 유일의 전주기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보유한 지역이 됐다. 측 진단(이메디안디노스틱 등 8개사), 백신 개발(유바이로직스), 치료제 개발(이뮨메드), 백신 생산(한국코러스)를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도시라는 뜻이다. 반려 동물 관련 의료시장이나 약물 시장도 세계적인 시장성을 갖춘 만큼 이런 기반들은 공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춘천에 본사를 IT기업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반려견 테마파크 '강아지숲'을 춘천에 오픈했는데, 민관이 공동으로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서의 가치도 부여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반려동물 산업에 관한 실부서와 소통부서의 협업에서 알 수 있듯이 각 부서에서 홍보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더욱이 시 단위 정도의 소통부서가 가진 인원이나 전문성은 한계가 명확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소통 부서는 그 단체의 사람, 업무, 관계 전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접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자세와 적극성이다. 실 부서는 열린 자세로 소통부서를 이용하려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반면에 소통 부서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실과와 시민, 미디어를 연결하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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