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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Jun 02. 2023

30년 후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2장 신중년 앞 30년 인사이트]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4층이다. 얼마전 우리 부부는 집근처 공원을 걷다가 막 입주하는 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말했다.      

“와 뭐 저렇게 높게 지었지. 베이징에서 27층에 살 때 생각난다.”

“난 이제 저런 데서 못할 것 같아. 땅에서 떨어지면 힘들어.”

“나도 그래. 엘리베이터라도 고장 나 봐라.”

“맞아. 그래서 4층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우리가 잘 골랐지.”     

결국 저층에 사는 부부들의 자기위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시간이 갈수록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대도시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뉴욕이나 도쿄, 상하이 등도 그렇다. 물론 젊은 층이 새롭게 유입되고, 경제력이 풍부해 도시의 인프라를 잘 운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일 뿐이다.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늙는다. 뉴욕이나 도쿄도 쥐가 출몰하고, 낡아간다는 느낌이 완연해진다.      

가장 큰 것은 도시 인프라가 노후화된다는 것이다. 도시가 오래되면 당연히 유지 개선이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것이 전기, 도로,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다. 다리, 상하수도 등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가 괜찮고, 젊은 층이 많을 때는 이런 유지에 필요한 인력을 댈 수 없지만 20년 후, 30년 후는 쉽지 않다. 이미 도시 운영을 위한 인력 문제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많은 층을 차지한 2차 베이비부머가 떠나고 나면 정규직의 비중이 줄고, 그 만큼 전문인력도 준다. 필자는 비교적 노후한 1호선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이전에 비해서 휠씬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느낀다. 도시가 늙으면 도시 인프라도 늙는다. 사람이 늙으면 혈관이 늙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전, 수돗물 누수, 가스 폭발 등도 위험성이 커진다.      

집도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 우리집 화장실 세면대 위 선반이 갑자기 앞으로 밀려나왔다. 내년이면 입주 10년이니 당연히 이런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타일들도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를 부르면 50~100만원은 쉽게 들어간다. 한사람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근처에 사는 고향 친구에게 요청해 해결했다. 물론 간단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지만 내부에 있는 전기나 배관 시스템이 고장나면 비싼 비용을 들여 전문가를 부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고장이 엘리베이터 등으로 옮겼을 때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고장 수리 인프라가 좋고, 정기점검도 비교적 잘 유치되고 있어서 높은 층을 걸어서 오르내리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년후에도 잘 유지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20년후인 2043년 우리나라 인구피라미드를 보면 역삼각형 구조가 명확하다. 40세 아래쪽은 삐쩍 마른 반면에 70세를 기준으로 위쪽이 블룩하다. 결국 신중년 세대가 인구의 중심이 되는 시기다. 평균 연령도 53세로 예측된다.      

신중년이 70세 초중반인 20년 후 한국이 경제구조가 튼실하다면 많은 이들은 지금처럼 도시를 중심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한다면 연금 부족이나 귀향 등으로 인해 지역으로도 어느 정도 분산될 가능성도 크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우선 일자리도 농촌에 비해서 많지만, 인력공급도 많다보니 인건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태유 교수의 주장처럼 55세부터 75세까지의 ‘인생 이모작’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환경을 잘 파악해야 한다.      

건강이 나쁘지 않고 의지만 있다면 65세까지 일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남성들의 경우 택시운전이나 아파트 경비원은 70살까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다. 여성들도 간호나 요양,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에 따라 어느 정도 전문적인 자격증이 필요한 일이 있는데, 자격증이 있을 경우 좀 더 업무 나이를 늘릴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도시에 폐지를 줍는 등 위험에 노출된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널리 알려졌듯이 이런 일은 한달 수입이 30만원에 미치지 못할 만큼 열악한 임금구조를 갖고 있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선배 한 명은 외교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 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했다. 경제 활동으로 삶보다는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생각하시면서 자격을 취득했고, 지금도 관련 일을 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신다.      

사실 도시에서 신중년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차츰 체계를 잡아간다. 노인 돌봄 서비스의 경우 인건비가 높은 젊은 층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신중년 층 이상이 적합일이다. 정부의 복지 예산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관련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다. 고수익 직종은 아니지만, 건강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또 신중년층 한사람은 그 자체가 가장 큰 사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책이 아닌 중장년층으로 만든 ‘인생 라이브러리’를 운용하는 곳이 많다.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어떤 삶이 궁금하다면 라이브러리 인물과 인터뷰를 통해 그 인생을 읽는 방식이다. 특히 라이브러리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한 문화 및 예술 활동, 체육 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도 갈수록 늘어갈 것이다.      

물론 도시는 첨단 기술의 수혈을 받아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시스템 등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뉴욕이나 도쿄 등 선진 도시들도 이런 도시로 완전하게 연착륙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결국 서울이나 부산 등 우리나라 도시들도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부산은 고령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이기 때문에 구도심이 슬럼화에 자유로울 수 없을 수 있다. 슬럼화되는 도시는 생산력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슬럼화된 도시의 미래/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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