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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Jun 08. 2023

지방소멸 시대 ‘한국형 생태이민’을 생각하자

[2장 신중년 앞 30년 인사이트]

전남 영광, 우리 고향 마을에서 이촌향도가 일어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아들만 다섯인 영범이네가 85년쯤 의정부 쪽으로 이사했다. 그즈음에 사람들은 안산이나 성남, 부천, 의정부 쪽의 위성도시로 이사를 했다. 이제 부모님 세대는 거의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아직도 비슷한 지역에서 무리를 지어서 산다. 우리 집과 형제 구성이 비슷한 집이 많은데, 19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산소가 있어서 상당수의 집안들은 일 년에 한두 번은 고향을 찾는데, 그래도 고향이라는 존재, 혹은 다시 내려올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의 여지를 가질 것 같다.      


특히 어머니는 당신 집과 작은 집, 여동생네 등 3 가구 밖에 없는데도 마을회관을 유치했다. 시골 마을에서 마을회관은 화수분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나와서 난방과 냉방비 걱정이 없고, 식비나 복지비도 나온다. 한빛 원자력도 있어서 다양한 보조 물품도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우리 마을에서는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나름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우선 지금 같을 수는 없다. 이미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라남도는 가장 빨리 인구가 주는 광역지자체다. 출생아수와 무관하게 인구는 준다.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남의 고령인구수는 43만 3천 명으로 전체에서 고령인구 비중은 24.5%였다. 이 숫자는 2030년 55만 9천 명으로 32.9%, 2040년에는 70만 2천 명으로 43.2%, 2050년에는 75만 4천 명으로 49.5%로 예상된다.      


전남의 경우 30년 후면 인구 2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물론 전체 인구는 줄어든다. 2023년 6월 181만 5천 명 정도인 전남 인구는 2050년에는 152만 3천 명 정도로 준다. 이 수치의 상당 부분은 전남에서도 도시화된 여수, 순천권이나 목포, 무안, 나주 권역이기 때문에 농촌형 인구는 상당히 더 감소할 것이다. 지금 2만 5천 명 정도인 구례군 인구는 1만 명을 지키기도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이 상황은 다양한 흐름을 만들 것이다. 이때 꼭 논의할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형 생태이민’이다. 강원도 평창군의 면적은 1,463.9㎢로 605.24k㎡인 서울시의 2.4배 크다. 하지만 인구는 금년 6월 기준으로 4만 700명이어서 서울시 인구(948만 8,454명) 보다 230배가량 적다. 그중 95세 이상 고령인구는 12,728명으로, 31%로 초고령화 가이드라인인 20%를 넘긴 지 오래다.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경북 의성군은 고령화율이 44%다.(전체 50,172명, 65세 이상 22.144명, 22년 10월) 


평창군의 경우 7세 이하의 경우 연령별 아동수는 100 명대고, 13세 이하가 200명대다. 1000명이 넘는 나이대는 61~64세로 이분들이 중간 연령대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고령층 가운데 200명대 이하로 떨어지는 연령은 87세(174명)부터다.      


인구가 적다고, 면적이 넓다고 전기, 수도 등 생활 인프라가 없앨 수 있는 명분은 없다. 산촌에 사는 단독가구도 전기나 수도 통신 등 인프라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개설이나 관리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단적인 예가 공무원 수다. 인구 5만 명인 경북 의성군의 경우 공무원 정원은 893명이다. 상대적으로 인구 49명가량인 인천 부평구 공무원 수가 1,359명인 것을 감안하면 공무원 1인당 인구수에서 격차는 상당하다. 인구가 작지만 면적이 넓은 지방소멸도시에 공무원이 많은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인구와 무관하게 생활 인프라는 필수적으로 깔아야 하고, 고령화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복지 관련 공무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대책으로 이제는 ‘한국형 생태이민’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00년 중국 정부는 생태이민(生态移民 ecomigration)이라는 정책을 들고 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조금 지난 지금 중국에서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700만 명의 농민들이 생태이민을 단행했다. 중국에서 생태이민의 시작은 환경보호 측면이 많아 환경이민(环境移民 environmental migration)이라고도 불린다. 중국 생태이민은 생활 인프라 비용도 있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측면이 컸다. 네이멍구, 칭하이 등 서부지역의 사막화 지역에서 방문은 환경 파괴에 최대의 적이었기 때문에 생태이민을 추진했다.      


그럼 한국형 생태이민은 어떤 모습일까. 또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우선 생태이민의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 어느 한 지역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살기 위한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는 인식을 모아야 한다. 특히 고향에 대한 생각이 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향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상실감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부모 세대가 돌아가시면 고향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남을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가령 한 예로 전북의 산간지역에 위치한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임실군, 순창군은 각 지자체 인구가 2만 명대로 인구가 급감하는 지역이다. 이 지자체들의 면적은 500㎢ 전후로 모두 인천직할시 면적의 절반 정도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도로, 상하수도, 전기, 통신망이 깔려 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 인구가 1만 명이 살고, 5천 명이 살아도 이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이런 인력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때 할 수 있는 대책 가운데 하나가 생태이민이다. 가령 2023년 5월까지 인구가 24,650명인 진안군은 1개읍과 10개의 면이 있다. 물론 면마다 수십 개의 마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읍면 소재지로 1,000명 정도가 사는 거주 단지를 만드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 물론 향후 인구 변화를 생각해서 다양한 주거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경우 우선 인프라 관리 비용이 줄 수 있다. 또 사람들이 한 곳에 있는 만큼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주민이 떠난 지역은 밭 등 농토로 만들어, 밭작물이나 특용작물 단지로 조성할 수 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한국형 생태이민을 정착시켜 갈까. 이 방식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면 정부 단위에서 시범지역을 만들면 된다. 방폐장처럼 미래를 위한 희생이 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우선은 군 단위에서 시범 지역을 만들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펼쳐서 가치를 만들어 가면 된다. 처음에는 광역지자체별로 시범 사업을 하고, 효과가 있다면 더 넓히면 된다.      


사실 한국형 생태이민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내 고향 전남 영광군만 해도 이 흐름이 있다. 영광읍에는 아파트가 지어져 사람들이 몰린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 의료, 생활의 필요에 따라 집중되는 게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런데 체계가 없다 보니, 지역은 지역대로 몰락해 가고, 군소재지는 오히려 난개발 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흐름을 큰 시각에서 보고, 전략을 짜는 한국형 생태이민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중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도시를 지킬 수도 없고, 지키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고향 마을이 이런 생태이민을 통해 인프라가 집중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귀향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결국 귀향하는 인구가 있어야 도심집중도 피하고, 지방소멸도 막을 수 있다.  

중국에 만들어진 생태이민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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