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신중년 앞 30년 인사이트]
‘꼰대’라는 즐겁지 않은 어감의 말이 있다. MZ세대가 기성세대에 대해 하는 멸칭이다. 처음에는 권위주의적인 선생님에게 쓰였다가 지금은 노인세대 등 기성세대를 비하할 때 쓰인다. 나이가 먹었다고 모두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닐 텐데, 젊은 세대가 선배 세대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당연히 섭섭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나올 수 있는 말이 기득권이다.
MZ세대의 아버지 세대인 베이비부머는 분명히 아이들에게 벽을 보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세대가 만들어놓은 부동산 장벽이나 일자리 장벽 등이 너무 높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앞 세대를 욕하는 문화는 하루아침 일은 아니다.
서구 철학의 기초를 세운 소크라테스와 제자들은 소피스트를 비판하면서 학문의 질서를 세웠다.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엘리야는 바알 신을 숭배하는 기성세대의 도덕적인 타락과 부정을 비판하며, 신의 진리를 회복하도록 했다. 노자 등 도가 사상가들은 앞선 세대의 철학을 비판하면서 철학의 한 체계를 세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 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무엇이든 폭발하기 전에 현명하게 푸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대 구분은 다양하다. 당장 나이로 인해 노년, 장년, 중년, 청년, 청소년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트렌드를 반영하는 용어들이 있다. 다양한 의견은 있지만 간단히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1차 베이비부머: 1956~1964년생
386세대: 1960~1969년생
2차 베이비부머: 1968~1976년생
X세대: 1965~1979년생
M세대: 1980~1994년생(Y세대:1981~ 1996년생)
Z세대: 1995~2004년생
보듯이 1, 2차 베이비부머 사이에 386세대가 끼어있고, 2차 베이비부머와 X세대,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Y세대는 혼재되어 있다.
이름을 지은 것은 특징이 있다. 우선 전후 세대를 상징하는 베이비부머(1956~1976년생)는 우리 산업화 사회의 후반기를 책임진 성장하는 시대를 살았다. 우선 인구적으로 이름처럼 엄청난 숫자를 갖고 있다. 1970년을 전후로는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나던 해가 4번이나 있었다. 지금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당연히 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부했다. 한 반에 60면을 기본이었고, 심지어는 하루에 3번으로 나눠서 수업하는 3부제 수업까지 있는 경우가 있었다. 대입 경쟁률은 치열했고, 시험도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어 가는 시기기도 하다.
이제 1956년생은 고령층에 접어들었고, 1976년생은 곧 50살을 바라본다. 공무원 등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 아니라면 50살은 직장에서 퇴직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인생이모작에 대한 고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50대 초반의 남성들은 IMF로 인해 취업에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가진 이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는 나이다. 이들이 필자가 말하는 ‘신중년’ 세대들이다. 문제는 이미 두루 불안한 상황인데,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30년 넘게 사는 것도 예고되어 있다. 이들은 앞서 소개한 ‘마처세대’(마지막으로 부모를 부양하고, 처음으로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라는 처지에 공감한다.
이들 중 1차 베이비부머의 자식세대가 M세대이고, 2차 베이비부머의 자식세대가 Z세대다. 이들을 합쳐서 엠지세대(MZ세대)라고 통상 부른다. 엠지세대부터는 핸드폰에 익숙하다. 남자의 경우 군대에 가서도 구타를 크게 당하지 않은 세대다. 특히 Z세대는 병영생활 중에도 일과만 끝나면 핸드폰 사용이 가능했다. ] Z세대는 내 아이가 속해 있어서 그 특성에 좀 익숙하다. 우선 이들은 스마트폰을 몸을 넘어서 의식에 품었다 할 정도로 익숙하다. 아들의 군대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필자가 세대전쟁이라고 말한 이유는 가장 큰 것이 엠지세대가 부모 세대를 고맙게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먹었으면서도 자신들의 아파트값을 올려서 자기 세대는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는 원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을 포기)’, ‘칠포세대’(5포+취업+희망)라는 말도 난무한다.
문제는 이들 엠지세대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어서 투표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1970년생의 경우 한 해 100만 명이 태어나, 올해는 88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갖고 있다. 반면에 2000년생의 경우 64만 명이 태어나, 올해는 63만 명 정도다. 두 연령은 25만 명 정도 차이인데, 지금 한해 태어나는 인구수 차이 정도다.
젊은 세대는 내외적인 이유로 앞선 세대에게 반항을 하려는 마음도 당연히 갖고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함으로써 자신들의 처지를 항변하고, 바뀌는 미래를 경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갈수록 희망이 없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이 추세면 250년 후 대한민국 인구는 0명이 된다는 추론들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문제는 인구소멸에 대한 해법도 이 문제를 풀 철학도 없다는 데 있다. 베이비부머의 걱정도 인구소멸이 있지만 자신들의 빈곤을 걱정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인구가 줄어서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노년이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중년에 해당하는 층들이 이 시계를 늦추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젊은 층들이 소외받는 내용을 명확히 찾아서 풀어야 한다. 인구 감소를 막는 이유도 있지만, 자신들의 행복에 상당수가 자식세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을 보는 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별 인구 숫자에 따라 투표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에게 1인 1표를 준다면, 인구가 적은 엠지세대에게는 1인 1.5표를 주는 방식 등이다. 민주주의는 명확히 1인 1표를 주는 게 원칙은 아니다. 세대 간에 합의를 통해 제도를 고쳐서 미래에 희망을 만들면 그 제도 자체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