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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01. 2019

부산에서 쓰는 첫 편지

바다와 글쓰기


11월 한 달간 서용마 작가님의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2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글쓰기 주제는 ‘나를 찾는 여행’. 나 홀로 여행자에게 동지가 생겼다.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질문에 답하며 나는 나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잘 쓰는 글이 아닌 매일 쓰는 글을 통해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을까.




‘나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내게 답하는 첫 번째 편지



1일 차 주제.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지금 부산에 와있다. 남편 바빴던 일이 잠깐 사그라들고 생일도 축하할 겸 왔다.

광안리 해변 앞에서 죽치고 바다를 보고, 회를 먹고, 책을 읽고,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글을 왜 쓸까?

브런치에 수많은 작가님처럼 원래 글을 써온 것도 아니고 어디에 기고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글 하나 발행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예전에 나는 찌든 상처를 닦아내는 것만을 생각했다.

억울해서, 내가 필요해서 썼다. 그렇다면 지금은?    


생각하고 금방 답을 내릴 수는 있었다. 나에게 지금 글쓰기는 찾아가는 바다와 같다.





바다와 글쓰기



미술 심리상담 자격증 과정 중 내담자 실습 시간이 있었다. 센터 원장님께선 종이를 가득 메운 내 그림 속 바다를 보고, 꼭 무의식을 표상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글을 쓰면 나도 몰랐던 내가 보이고,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의 이면을 발견한다.

때때로 무의식 깊이 가라앉은 축축한 기억도 수면 위로 건져 올릴 수 있다.

낚시하듯 무의식의 바다에서 낚는 것들은 모래알 사이 반짝반짝 조개처럼 많이도 숨어있다.

그래서 바다를 찾아가듯 글을 쓸 때면, 열심히 탐구하고 무언가 건져온다고 할까.

그래서 계속 글을 쓴다.






30일 동안 주말을 포함해 매일 글을 써야 해서, 글을 브런치에 발행할지 잘 쓰지 않는 블로그에 몰래 올릴지를 고민했다.


브런치에 쓰고자 맘먹은 이유는 첫째로 글쓰기 장벽을 허물고 싶어서다.


맘먹고 찾아가는 바다처럼 아직 나한테 글쓰기는 조금 멀다. 잘 쓰고 싶어 검열하다 보니 쓰기 습관 배기가 어려웠다. 그림과 마찬가지로 서툴고 부족한 글일지라도 내보이는 경험이 무엇보다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게 쓰는 편지라고 상상하기로 했다. 각 잡고 쓰는 게 아니라 나와 대화하듯 편하게 쓰고 싶어서.



둘째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누군가에게도 질문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견고한 정체성을 가진 작가님들껜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나와 같은 ‘나를 찾는 여행자’들에겐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혼자 골몰하는 게 익숙한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 싶은 게 있듯이 누군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사하게 얻은 이 기회를 좀 더 많은 분과 나누고 싶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이다. 아침잠 많은 내가 부산에서 일출을 보게 될 줄이야. 광안리 바닷가에서 쓰는 첫 편지를 마치고, 내일은 두 번째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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