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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03. 2019

결국 건강해야 하잖아요

세 번째 편지


'나는 _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게 답하는 세 번째 편지



3일 차 주제. '앞으로 가지고 싶은 정체성'



오늘 질문을 받자마자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니 몇 자 못 쓰겠더라고요.


추상적이어도 좀 더 상위에 있는, 날 것에 가까운 욕구를 말하자 싶었어요. 지금 써가면서 내가 정말 그걸 바라는구나 느끼고도 있고요.







장애가 있지만 건강한 삶



장애에 관심이 많아요.

더 정확히는 심리 장애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장애에 여러 정의가 있지만,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 또는 그런 일.' 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걸맞아요.


가까이에 장애를 가진 가족, 지인이 있어요. 예술 강사로 일할 때 장애인 복지기관에도 출강했었고요. 그 때문에 장애라는 게 저한텐 멀지 않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사전적 의미처럼 누구나 넓은 차원에서는 자기 삶에서 장애를 겪고 혹은 극복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함께 그렸던 그림


그래서 정신병리학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심리적 장애를 앓는 이든, 자신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측면에서 저는 그들과 구분될 수 없어요.


복지기관에서 수업했을 때도 그분들을 돕는 입장이란 생각보다는 동질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제가 만난 분들의 특성과 환경 가운데 기능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수업 평가 나오셨을 때 점수가 형편없었어요. 수업 진행은 능숙한데 소통이 없다는 피드백이었고요. 다음 해엔 지원에서 떨어졌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장애가 있고

그 장애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개인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이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날이 올까요. 삶으로 먼저 증명해야 하죠. 어느 작가님 말씀처럼 삶으로 쓰는 글. 그런 글은 정말 필요했던 누군가에게 닿으면 죽어가던 세포도 살리거든요, 제 경험으로는.



생명력 있는 무엇을 만들고 싶어요. 그 무엇이 경험을 풀어놓은 게 전부일지, 그림으로 전하는 형태일지 아무것도 지금은 구체화할 수 없어요. 너무 거창하게 쓰긴 했지만, 어찌 됐든 저 멀리 있는 나를 떠올렸을 때 결국엔 건강한 삶이라는 지점을 향해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 즈음 올랐던 강원도 민둥산


지금 저는 ‘나부터가 건강해지자’는 단계에 있어요. 그래서 오늘 쓴 바람은 언제 이룰 수 있을지 몰라요. 초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 같고, 어쩌면 이루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삶을 일궈나가는 방향성은 중요한 거니까요.


오늘 주제 덕분에 막연했던 소망을 눈으로 확인했어요. 이따 저녁에 청국장을 푹 끓이려고요. 모두 환절기 건강 잘 챙기세요.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네 번째 편지를 씁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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