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편지
'나는 _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게 답하는 세 번째 편지
3일 차 주제. '앞으로 가지고 싶은 정체성'
오늘 질문을 받자마자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니 몇 자 못 쓰겠더라고요.
추상적이어도 좀 더 상위에 있는, 날 것에 가까운 욕구를 말하자 싶었어요. 지금 써가면서 내가 정말 그걸 바라는구나 느끼고도 있고요.
장애가 있지만 건강한 삶
장애에 관심이 많아요.
더 정확히는 심리 장애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장애에 여러 정의가 있지만,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 또는 그런 일.' 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걸맞아요.
가까이에 장애를 가진 가족, 지인이 있어요. 예술 강사로 일할 때 장애인 복지기관에도 출강했었고요. 그 때문에 장애라는 게 저한텐 멀지 않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사전적 의미처럼 누구나 넓은 차원에서는 자기 삶에서 장애를 겪고 혹은 극복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신병리학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심리적 장애를 앓는 이든, 자신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측면에서 저는 그들과 구분될 수 없어요.
복지기관에서 수업했을 때도 그분들을 돕는 입장이란 생각보다는 동질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제가 만난 분들의 특성과 환경 가운데 기능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수업 평가 나오셨을 때 점수가 형편없었어요. 수업 진행은 능숙한데 소통이 없다는 피드백이었고요. 다음 해엔 지원에서 떨어졌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장애가 있고
그 장애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개인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이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날이 올까요. 삶으로 먼저 증명해야 하죠. 어느 작가님 말씀처럼 삶으로 쓰는 글. 그런 글은 정말 필요했던 누군가에게 닿으면 죽어가던 세포도 살리거든요, 제 경험으로는.
생명력 있는 무엇을 만들고 싶어요. 그 무엇이 경험을 풀어놓은 게 전부일지, 그림으로 전하는 형태일지 아무것도 지금은 구체화할 수 없어요. 너무 거창하게 쓰긴 했지만, 어찌 됐든 저 멀리 있는 나를 떠올렸을 때 결국엔 건강한 삶이라는 지점을 향해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저는 ‘나부터가 건강해지자’는 단계에 있어요. 그래서 오늘 쓴 바람은 언제 이룰 수 있을지 몰라요. 초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 같고, 어쩌면 이루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삶을 일궈나가는 방향성은 중요한 거니까요.
오늘 주제 덕분에 막연했던 소망을 눈으로 확인했어요. 이따 저녁에 청국장을 푹 끓이려고요. 모두 환절기 건강 잘 챙기세요.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네 번째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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