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나는 어떤 유형입니까?'
내게 답하는 네 번째 편지
4일 차 주제. '유형'
자발적, 수동적, 리더형, 팀원형, 이타주의자, 이기주의자, 완벽주의자, 현실주의자, 이상주의자…
예시 키워드를 봐도 MBTI 검사 결과를 생각해도 도저히 내가 어떤 유형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키워드 하나하나 문답해 보기로 했다.
A: 그렇다
B: 어느 정도 그렇다
C: 아니다
D: 전혀 아니다
Q. 당신은 자발적인 사람입니까?
A. 필요하다 생각하는 일, 마음이 이끌리는 일은 알아서 찾아 합니다. 근데 동기가 잘 안 생기거나 헤매고 있을 땐 요즘처럼(글쓰기 모임) 반 강제로 어디 집어넣어놔야 해요.
A B C D
Q. 당신은 수동적인 사람입니까?
A. 수동을 강요당하며 살았지만 뒤에서 발악했던 것 같아요. 기질은 그다지 수동적이지 않아요.
A B C D
Q. 당신은 리더형 사람입니까?
A. 리더형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가르치는 일을 할 때는 달랐어요. 오히려 제 속도에 딱 맞추도록 애들을 몰아붙였던 것 같아 미안해요. 위 답변과 유사하게 리드를 당하는 게 익숙했지만, 리드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면 다른 것 같아요.
A B C D
Q. 당신은 팀원형 사람입니까?
A. 팀으로 일 할 땐 팀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럿이서 일 하는 걸 선호하진 않아요. 그런 면에서는 방과후 강사 일이 편했습니다.
수업 커리큘럼, 진행, 학부모 관리는 혼자서 담당했지만 행정 처리, 학사 일정에 따른 변동 사항, 학생 상담 등은 방과후 담당 선생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조율하며 일했어요.
A B C D
Q. 당신은 이타주의자입니까?
A. 이타주의도 강요당한 쪽이라(ㅋㅋ) 이타주의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있어요. '이타'의 사전적 뜻이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함'이에요. 잘못된 이타주의는 내 인생은 제치고 언제나 타인의 이익만을 꾀해야 하죠. 그렇게 살면 병나요, 오래 아프죠.
(비슷한 답이 나올 것 같아 '이기주의자' 질문은 패스)
A B C D
Q. 당신은 완벽주의자입니까?
A. 무엇을 위한 완벽주의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두려움에 기인한 완벽주의가 있었어요. 그건 스스로 갉아먹는 지름길이고 남 좋은 완벽주의예요.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탁월성을 향해 가다 보니 완벽을 기하게 되는 건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완벽주의 이면엔 지나친 신중함이란 그림자가 있잖아요.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완벽주의는 나 자신을 가둬요,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그 안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전 이 부분과 싸우고 있고 극복해야 돼요.
그래서 이제는 탁월성을 향해 노력하되 '완성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건 제가 B에 체크하고 싶어요.
A B C D
Q. 당신은 현실주의자입니까?
A. 현실이냐 이상이냐 했을 때는 현실 쪽에 가까워요.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근데 그건 순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취한 적응 방식으로써, ‘억압’했다 보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어요.
정식으로 받은 건 아니고 인터넷으로 MBTI 검사했을 때는 INFJ가 나왔거든요.
의미, 직관, 판단 등의 특성이 조합된 이상 쪽에 가까운 유형인데, 이게 얼마나 들어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비슷한 답이 나올 것 같아 '이상주의자' 질문도 패스)
A B C D
문답 결과: 하나 빼고 전부 B
이전의 난 몇 문항에서 A에 체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근데 A를 못 받아서, 각종 A들을 가진 자기 색 짙은 A급 사람들을 부러워만 했다.
근데 이젠 B가 좀 좋아졌다! 뭐가 이렇게 사람이 애매하냐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유형이든 적당히 소화할 줄 아는 나한테 내가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다. 사람은 어디에 있고 어떤 것을 보고 듣느냐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 같다. 살다 보면 A, D로 들쭉날쭉 바뀔 수도 있겠지.
아마 한동안은 계속 B급일 것 같다.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다섯 번째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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