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나를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나
요즘 나의 아침 루틴은 이렇다.
- 아침 8시에 일어나 씻고 침대 정리를 한다.
- 간단히 아침 명상을 한다.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면 졸음이 오는 관계로 폼롤러 위에 누워서 명상을 한다.
- 아침 일기를 쓴다. 어제 있었던 일들 중 감사했던 일을 곱씹어 쓰고, 오늘 하루 기대되는 일들을 쓴다.
- 개인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 9시 30분이 되면 쓰고 있던 글을 멈춘다. 그리고 출근을 한다.
아침에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고 싶다는 새해 바람이 상대성 미라클 모닝을 만들었고,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침 일기를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록의 습관이 이어지며 이제는 나만의 글도 쓰고 있다. 언젠가 세상에 내 글을 선보이고 싶다는 작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2024년 만다라트 계획표의 한 꼭지에 자리잡은 키워드 중 하나는 ‘작가’였다. 작가는 나의 생각을 글로 옮기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며 글로 소통하고 싶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벌써 15년도 더 된 꿈인데, 오랜 기간 펼쳐보지 못하고 계속 꿈으로만 간직했다. 나는 일상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할 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고, 세상에는 글쓰기보다 재밌는 것이 너무 많았다. 당장 글을 쓰지 않는다고 밥줄이 끊긴다거나 손해볼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오랜 꿈은 내 마음 속의 영원한 버킷리스트 1번이었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언제나 꼴찌였다.
일상을 기록할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역시 ‘글쓰기’였다. 쉽게 등장하진 않고, 아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만 나오는 해소법이었다. 머리가 마비될 정도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때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나만의 장소에서 아주 날 것의 생각들을 글로 옮기며 나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소화했다. 덕분에 일상의 기록은 없어도, 그때 그 시절 힘들었던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날것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부터 네이버 블로그, 노션 앱까지 글쓰는 장소만 바뀔 뿐 감정을 배출하는 나만의 글쓰기는 오랜 기간 유지되었다.
근 1~2년간 나의 스트레스를 좌우했던 사건은 바로 ‘팀장을 하느냐 마느냐’였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나의 최근 기록 역시 팀장을 거절하는 과정에서의 나의 불편한 마음이 주를 이루었다. 팀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자신은 없는 나의 마음, 내가 거절하는 것이 회사와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죄책감, 그럼에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 내에서 일과 삶에서 균형을 맞추고 싶은 나의 바람, 이것이 나의 이기심은 아닌가 싶은 자기 검열 등 하루에도 열두번씩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을 글로 기록하며 불편한 마음을 글로 꾸역꾸역 소화했었다.
글쓰기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 그 순간 나의 감정을 두고 두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후 보게 된 당시의 일기들은 ‘그때 내가 이렇게 힘들어 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나를 괴롭혔던 여러 감정들을 소화하기 위해 꾸역 꾸역 참아가며 썼던 기록들을 보면서 안쓰럽고 짠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이 글들을 나 혼자만 보는게 참 아깝단 생각도 들었다.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할 퍼포먼스가 발휘되는 것인지, 당시의 나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글을 일필휘지로 쓰고 있었다. 그 주제가 너무나 사적이고 개인적인 글이라 대중에게 선보이지 못하고 나 혼자만 봐야 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나의 스트레스 해소글들을 모아 조금씩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시 모아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침 출근 전 30~40분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나만의 글을 쓰고 있다. 팀장 제안을 받았지만 ‘나’만 생각해서 거절했다는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고 자랑스럽지 못한 내용을 말이다. 회사가 시키는걸 안하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인데 어디가서 자랑할 만한 이야긴 아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두려웠다. ‘이런 글을 쓰는게 맞는 것일까?’, ‘이 글을 쓴다고 읽을 사람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정답은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것이 떳떳한 선택인지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자랑스러운 이야긴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생각이 있으니 나는 나대로 ‘팀장 하기 싫은 사람의 하소연’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비록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부끄러운 이야기도 아니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내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이 글 역시 언제 생길지 모를 야근을 대비하여, 출근 전 매일 아침 시간을 쪼개 썼다. 그리고 주말을 할애하여 쓰기도 했다. 나의 개인 생활이 나의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반대로 나의 일도 내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고 싶다. 내 일도, 내 인생도 잘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을 담은 글이다. 그렇게 매일 아침 출근 전 나의 바람을 담아 한 줄 한 줄 나만의 생각, 나만의 글을 담고 있는 요즘이다.
이 글들이 모여 세상에 선보이게 되는 날이 올까? 이걸 쓴다고 읽을 사람이 있을까? 만약 누군가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그 순간이 나의 오래된 꿈을 이룬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