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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희 Nov 29. 2020

직장에 나타난 나르시시스트

'긍정으로 포장한 파괴자' 거리두기가 꼭 필요한  사람들

직장에서 피해야 할 사람이 있다. 


모든 사람에겐 배울 점이 있지만 피해야 할 사람도 있다. 바로 직장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 소시오패스와 나르시시스트다.  소시오패스는 주변 사람을 도구로 보고 희생시키는 사람이고, 나르시시스트는 자기 우월감에 도취해 남의 공적을 쉽게 가로채는 사람이다. 실제로는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가 더 무섭지만 사실상 사이코패스가 직장에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시스트는 성과 지향적이라 조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조직 내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 조직에서 가정 경계해야 할, 피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상처 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고 정신 차리고 벗어나야 한다.


로버트 그린 Robert Greene은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긍정으로 포장한 파괴자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조직에의 헌신, 높은 기준이란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내밀지만 그것은 먹으면 독이 된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유로 구성원들을 몰아붙이고 일을 못한다고 폭발하고 고함치는 등 억압을 활용한다. 그들은 남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모든 걸 직접 감독해야 속이 풀린다. 기준이 높거나 헌신적인 것이 아니라 통제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유형이다. 상대가 통제권을 벗어나려고 할 때 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벌레처럼 밟으려 한다.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로버트 그린은 ‘반항아’ 유형도 소개한다. 권위를 싫어하고 약자를 사랑한다며 정의를 내세우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하지만 선생님을 비웃는 반항기의 10대처럼 날카로운 유머감각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재능을 사용한다. 그들은 권력자를 비판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은 수용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본인 뜻대로 하고자 한다. 그 뜻을 방해하면 어떤 식으로든 상대를 압제자로 묘사하면서 악의적 농담의 표적으로 만든다. 관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은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강박에 눌린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뿐이다. 이것이 상대를 낮추어 자신을 높이는 나르시시스트의 모습이다.


사실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 공격성은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아주 필요한 에너지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적극성과 도전 정신으로 나타나지만 부정적으로 사용되면 그 공격성은 상대를 겨누는 칼이 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공격성으로부터 스스로를 관리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오늘 이야기는 그중 비교적 덜 알려진 직장에 나타난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이야기다. 나르시시스트는 매력적인 성격,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즉흥적이지만 치열하기 때문에 열정이 넘쳐 보인다. 성과를 잘 내고 승진도 빠르다. 자기애가 강해 자기 자랑, 과시, 포장을 잘한다. 위장술이 뛰어나서 멀리서 봤을 땐 멋지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다. 팀원들에게 두려움이나 자책감을 느끼게 해서 이들이 지배하는 부서의 특징은 이직률이 유난히 높다. 이직한 사람들이 보통 경쟁사로 이직한다는 점에서 회사를 위기에 빠트린다.



나르시시스트의 세상에는 자신만이 존재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겪는 사람이다. 과도한 인정과 존경을 필요로 한다.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과 착취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한다. 권력에 집착하며 자기 과시를 하고 싶어 한다. 만약 직장의 리더라면 수시로 찬양을 강요하거나 타인을 깎아내려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 하고 구성원을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사용해 구성원들에게 사적 편의를 제공해 자기편으로 만들고는 그 대가로 자신에게 특별한 대우를 요구한다.


실제 사례다. 어느 회사 부서장은 팀원에게 매일 퇴근길 본인의 가방을 들고 승용차까지 배웅해달라 했다. 생일날 아침 팀원을 집으로 불러 미역국을 끓여달라 하고는 팀원이 자신을 존경한다며 자랑했다고 한다. 또 어떤 회사 팀장은 자신이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싶어 했다. “내가 어떤 리더인지, 어떤 도움을 줬는지 말해봐라!” 회의 시간에 팀원들에게 자신을 칭송하도록 돌아가면서 발표를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에게 팀원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연장이자 장신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르시시스트가 이상적인 리더로 비치기도 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협상력이 좋고 비전 제시를 잘한다.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행동이나 말투를 관리할 줄 안다. 자신감과 매력이 있고 거만과 자신감의 경계에 서서 우월감을 표현한다. 카리스마 있게 약속하고 표면적으로 대의를 주장하며 작은 성과도 크게 과장한다. 스스로 지적 능력, 문화 취향을 상당한 수준이라 여기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봐 불안해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능력과 인맥을 자랑한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잘 안다는 말이 늘 입에 붙어 있다


조직에서 나르시시스트는 위험하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간질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A에게 B 이야기를 전하고 B를 만나면 A에게 들었다며 이간질을 한다.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타인의 능력으로 이룬 성과도 자기 것으로 포장한다. 타인의 아이디어를 탈취해서 팀원이 공들여한 일을 가로채고는 당당하게 자신이 한 일이라며 자랑질을 서슴지 않는다. ‘너는 고작 보고서만 썼을 뿐이다. 단숨에 그걸 내 것 화하는 것은 내 능력이다.’라고 생각한다. 만약 "어디서 감히 너가......"라고 말한다면 그를 의심해봐야 한다.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쳐야 내가 산다


심리학자 레스 카터 Les Carter는 “나르시시스트는 가까운 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라고 했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 일을 밀어붙였다가 실패하면 원인을 다른 직원의 무능력함과 비리비리함으로 몰아간다. 때로는 불쌍한 척, 때로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과대 포장하여 사람을 착취한다. 착취당한 팀원이 자신을 떠나려 하면 자존감에 상처 받는다. 자존감이 아주 낮아서 자기애가 손상되었다고 생각하면 무척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보복한다. 자신의 잘못을 모두 남에게 돌리며 끊임없이 비난한다. '너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너 역시 인정머리 없는 속물이었어. 다른 사람들이 너를 다 욕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폭언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떠나려는 사람에 대한 거짓말을 다른 사람에게 퍼트린다. 자기애가 회복될 때까지 끊임없이 헐뜯는다.  '그는 정말 무능력해요. 제가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 나에게 이렇게 했어요. 저렇게 했어요.' 때로는 상처 받았다고 혹은 개인사를 꺼내며 불쌍한 척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직장에 이런 사람들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신과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육아로 인한 휴직’을 해야 한다거나 ‘당신과 같이 일하고 싶지만 건강이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라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비겁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나를 보호하고 그 끈을 잘라낼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자기애가 손상되면 반드시 보복한다. 그야말로 패대기를 쳐서 팀에서 방출하고 상대를 비하하고 무능력하게 만든다. 상대가 쩔쩔매면 더 전의를 불태워서 사람을 무참히 밟아댄다.

그러니 무조건 피하고 도망쳐야 한다. 나는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나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다. 최대한 빨리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직장에서 생활하며 성과를 내고 성장한다는 것은 인생의 축복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지만 도망쳐야 할 사람도 있다. 소시오패스와 나르시시스트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참으며 버티는 것은 성장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내가 피해를 입는다. 만약 지금 그들과 함께 있다면 나에게 문제의 책임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서는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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