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앙리 마티스(1869 - 1954)
흔히 창작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고는 한다. 창작이 출산이라면 작품은 내 아이가 아닌가. 우리는 지금껏 수 많은 출산을 해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까마득히 어릴 적에 크레파스로 벽에 낙서한 것마저 창작일 것이다. 물론 고통은 엄마가 겪었겠지만.
3. 사진작가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핸드폰카메라를 거쳐가며 수 많은 사진을 찍어왔지만 그 것이 창작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창작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는 2014년이었다. 그 당시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DSLR' 이라는 광고 문구에 홀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구매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DSLR 카메라는 본체만 있으면 끝이 아니라 렌즈도 필요했다. 샤프펜슬에는 샤프심이 필요한 것처럼.
비싼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조리개를 열고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셔터스피드를 설정하고 난 다음에 구도는 이렇게 화각은 저렇게. 해야 할 것들이 정말로 많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세계가 놀라움이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조그만한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도 DLSR 못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 프로 모드를 사용하면 DSLR과 마찬가지로 셔터스피드와 ISO를 설정할 수 있다. 카메라 렌즈도 2~3개씩 있어서 넓은 화각과 좁은 화각을 선택할 수 있다. 기능면에서는 전문 카메라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휴대성과 편의성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사진은 찍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보정의 단계가 남아있다. 카메라가 보는 색상과 눈으로 보는 색상과 달라서 눈으로 보는 색상에 최대한 정확하게 색감을 보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마음으로 보는 색상에 맞춰서 보정한다. 사진 찍었을 때의 느낌에 맞춰서 시원하게도 따뜻하게도 바꾸며 쨍하거나 은은한 색감으로도 보정한다. 사진을 찍는 것이 신선한 재료를 장보는 것이라면 보정은 요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한 장 한 장이 돈이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찍었다. 여러가지 구도를 찾아보고 그 중에 최적의 구도에서 심혈을 기울여 "하나, 둘, 셋!" 구호를 외치고 끝이 "김치"를 덧붙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손가락 속도만 허락한다면 1초에도 몇 장씩 찍어댈 수 있는 것이 사진이었다.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렇게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니 사진을 쉽게 찍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진첩에는 똑같은 사진이 수 십 장씩 발견되곤 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숀 오코넬이라는 유명한 사진작가가 나온다. 이 사람은 진귀한 눈표범을 찍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서 히말라야에 올랐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눈표범이 나타나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 왔지만 그는 결국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사진을 찍어 방해하지 않고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몇 년 전에 한 골프대회에서 유일하게 타이거 우즈의 사진을 찍지 않은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람이 있었다. 타이거 우즈가 스윙하는 동안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 수 많은 갤러리들 사이에서 홀로 손이는 맥주캔을 쥔 채 타이거 우즈의 샷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두 눈으로 감상한 것이 화제가 되어 맥주회사의 광고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아무리 예쁜 사진이라도 두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할 때가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제일 좋은 카메라가 5천 만 화소인데 비해 인간의 눈은 약 5억 화소기 때문에 선명도에서 10배가 차이날 수 밖에 없다. 그 뿐인가, 색표현력이며 화각이며 뭐하나 인간의 눈을 뛰어넘지 못한다. 가끔 나는 감동적인 순간에는 카메라가 되어 잠시 머무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