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은 듣기만 해도 설렘이 가득한 나이이다. 한창 꿈이 많을 나이이기도 하고, 넘치는 에너지로 이것저것 부딪히며 도전하기에도 좋은 나이이다.
시간도 많고 체력도 많아서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다.
부족한 것은 딱 하나!
바로 돈.
지금은 어느 정도 돈이 생겼지만 무언가에 도전하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부족해졌다. 내가 시간, 체력, 돈 모두를 다 가진 영앤리치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노멀앤노멀이다.
노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일에는 9to6(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일을 해야 하고 평일에 일을 하기 위해서 주말에는 충전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스무 살은 그래서는 안 된다. 다양한 꿈을 꾸고 도전하는 나이 아닌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한 주 당 소정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그러니까 직장인으로의 삶은 일주일에 40시간이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40시간이면 다른 삶을 하나 더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는 24시간. 자는데 8시간을 빼면 16시간이 남는다. 그중에서 8시간은 직장인으로의 삶의 시간이다. 씻고 먹고 이동하는데 4시간 빼면 4시간이 남는다.
그렇게 평일 5일이면 20시간이다. 그러면 20시간이 부족한데? 괜찮다. 나에게는 주말이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서 각각 10시간씩 가져온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도합 40시간이 생긴다.
좋아, 또 어떤 삶을 살아볼까?
1. 학생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공부, 청소, 다이어트는 끝이 없다.
최스물(1990 - 현재)
나는 늘 공부가 하고 싶었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관심 있는 분야는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는가.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만 해도 170명이 넘는 캐릭터에 각각 4가지 고유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총 680가지가 넘는 기술을 공부해 가면서 게임을 한다. 거기다가 아이템이나 각종 몬스터까지 포함하면 알아야 할 내용이 1,000가지도 넘을텐데 이 모든 것을 알고 게임을 한다는 것는 단행본 한 권을 달달 외우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비단 게임 뿐만이겠는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낚시나 골프 같은 취미에도 알아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인데 공부의 정의를 '책상에 앉아서 뇌에 정보를 주입하기 위해 고통을 받는 행위'에만 국한하기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을 간과하는 것이다.
나는 문과다. 하지만 수학을 좋아한다. 과학도 좋아한다. 다만 고등학생 때 사회를 제일 좋아했을 뿐이다. 얼마나 좋아했냐 하면. 그 당시에는 사회탐구 과목이 11개였다. 윤리와 사상, 법과 사회,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국사, 세계사, 근현대사, 경제지리, 한국지리, 세계지리. (얼마나 좋아하면 아직까지 11과목을 줄줄 외우고 있다.) 안타깝게도 학교에서는 8과목 밖에 안 가르쳤는데 나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3과목을 수능에서 선택했다. 그러니까 나는 고등학생 때 사회탐구 11과목을 모두 공부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학이 좋아서 수능이 끝나고 나서 미적분을 공부했다.(당시에 미적분은 이과과목이었다) 친구들은 내가 재수 준비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특이하고 쓸모없는 것들을 많이 공부했던 것 같다. 킹메이커가 되겠다며 연예인매니저니 비서 같은 자격증을 땄고, 어느 날은 셜록 홈즈에 빠져서 논리학, 해부학, 탐정학, 심리학 같은 것을 공부했으며, 고작 3박 4일로 베트남 여행을 가기 위해 베트남어를 시작했다가 아랍어나 태국어는 글자가 신기해보여서 기웃기웃 거리기도 했으며, 재테크 동호회를 하면서 재무설계나 공인중개사 공부도 했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수험이나 여행처럼 목적이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저 공부하는 게 좋았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저 글자를 읽는 게 좋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B.C. 551 ~ B.C. 479)
영화 《트와일라잇》을 보면 남자주인공 집에 수많은 학사모가 걸려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자주인공이 죽지 않는 뱀파이어다 보니 오랜 시간을 살면서 수 없이 많은 학위를 땄던 것이었다. 나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래서 또다시 찾아온 스무 살에 또다시 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문제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관심있는 전공을 하나씩 나열해보자면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디자인, 법학, 경제학, 음악, 문헌정보학, 고고학, 언어학, 철학, 종교학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한 나의 두 번째 전공은 법학. 다행히 고등학생 때 '법과 사회' 과목을 공부했기 때문에(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은 3과목 중 하나였다) 처음에 공부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첫 학기에는 장학금도 받았다. 졸업하면 학사 학위가 두 개가 된다. 보통 한 번에 두 가지를 전공하면 복수전공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 번에 두 가지를 전공한 게 아니라 복수전공이라 하기 애매하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이중전공?
아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입학 한 번에 두 가지 전공을 이수한 경우를 이중전공, 나처럼 두 번 입학해서 두 가지를 전공한 것이 복수전공이라 하는 게 맞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