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정신에 스무 살 신체(1)

by 최스물

나이가 들어서인지, 앉아서 일하는 직업 때문인지, 잘못된 식습관 때문인지(아마 전부겠지) 몸무게가 100kg 넘었다.

그뿐만인가! 골반전방경사, 거북목, 라운드숄더, 척추측만증 등등 몸이 구부정하고 삐뚜름한 게 어디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소년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30대 직장인 남성 중에 배 안 나온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야식 안 먹는 사람은 또 누구일 것이며, 일하는 내내 앉아있지 않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이 대체 있긴 하던가. 퇴근 후에 운동하기에는 온몸이 천근만근이고, 유튜브나 SNS를 보지 않기에는 하루가 너무 아쉬우며, 야식을 먹지 않고서는 너무 허하다.(어쩌면 허한건 마음인가) 이 쯤되면 30대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내 나이는 스무 살!

넘치는 게 에너지요 끓어오르는 게 혈기고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젊음이다.

최소한 그렇게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비루한 육체 속에 갇힌 스무 살도 금방 늙어버릴 거니까.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드라마, 미생(2014)


스무 살이라면 모름지기 활력이 넘쳐서 매일 아침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냉수마찰을 하고 지하철 종점에서 종점까지 갈 때까지도 빈자리를 두리번거리지 않으며 코 고는 소리마저 우렁차게 '드르렁!' 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정작 나는 매일 아침 침대에서 기어나와 한 여름에도 온수로 샤워를 하고 지하철에 타면 어느 자리가 가장 빨리 날지 눈치 보기 급급하며 코 고는 소리마저 '피융~' 하며 맥 빠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스무 살이 그래서 안 되지. 나는 체력을 먼저 기르기로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헬스장을 알아보았다. 마침 집 앞에 갓 오픈한 따끈따끈한 헬스장이 있었다.

게다가 신규 이벤트로 1년에 35만 원이라고 했다.

1년에 35만 원이면 한 달에 29,167원

하루에 972원쯤?


앗! 헬스장, 커피보다 싸다!

빽다방도, 메가커피도, 심지어 맥카페도 이 것보다 싸지는 않다.


라고 스스로를 진정시키지만, 35만 원이라는 갑작스러운 큰 지출에 손을 덜덜 떨며 카드를 건넨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레이너 쌤이 사무적으로 물어본다.


"언제부터 시작하실 거예요?"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했지. 나는 호기롭게 외쳤다.


"오늘부터요!"




호기는 포기가 되었다.


첫날부터 김종국처럼 '맛있다!'를 외치며 운동하기에는 난 너무 저질인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는 들 수 있겠지? 하는 무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만상을 써가며 운동한 덕분에 몸보다 얼굴에 먼저 근육이 붙는 게 아닐까 걱정될 지경이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혹시나 조금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체중계 위에 올라섰으나. 체중계는 야속했다. 숫자 4개. 그것이 지금의 내 몸상태이다.


102.5


내가 스무 살 때는 호리호리해서 66~67kg을 왔다 갔다 했었다. 당시에 유행했던 샤이니 스키니진도 가볍게 소화할 수 있었던 내가 어쩌다가 이런 몸이 되었는지. 그 당시 몸이라면 지금 입은 바지의 다리 하나에 두 다리가 쏙 들어갈 것이다. 지금이랑 비교하면 정말 반쪽 같은 내 새끼였다.

스무 살 때는 숨만 쉬어도 배에서 왕(王) 자가 쩍쩍 갈라졌으며 뽀빠이처럼 팔에 힘을 줘서 굽히면 아기 머리통만한 알통이 불룩! 하고 튀어나왔었다. 나에게도 허벅지 둘레가 웬만한 여자들의 허리둘레 뺨쳤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체지방률이 30%가 넘었다. 몸의 70%는 물이라고 하니까 내 몸은 물과 기름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아, 어쩐지 살이 흘러내리더라.

배에 흘린 치약을 닦으며 다짐한다. 다시 스무 살의 내 몸과 만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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