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두명의 투자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양팀이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습니다.
주식시장은 언뜻 보기에는 나름 공정한 게임을 하는 장소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곳이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그 속에서 자로 잰듯한 답을 원하는 투자자는 엉뚱한 답만 잔뜩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시장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유리한 위치에 서있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여러 부류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투자자가 바로 '메자닌 투자자'입니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자산 = 자본 + 부채
자산 = 자기자본 + 타인자본
위 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그 기업의 자산 중 자기자본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그 기업의 채권을 보유한 사람은 그 기업의 자산 중 타인자본(=부채)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업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해당 기업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고정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채권 투자는 그 기업이 장사를 잘하던 못하던 관계 없이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업이 장사를 엄청 잘하여 많은 돈을 벌더라도 채권투자자는 일정한 수익 이외의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채권투자자와 달리 주식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이익 총량이 투자자의 이익과 비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세차익이든 배당으로든 말이죠. 그러나 그 기업이 많이 벌지 못하거나 적자가 나게 될 경우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점점 작아집니다. 배당도 없을뿐더러,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떨어지겠죠.
그러나 주식투자자와 채권투자자의 지위를 모두 누릴 수 있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메자닌 투자자'입니다. 실제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전환사채를 보유한 투자자입니다.
전환사채는 평소에는 채권과 동일하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 받지만, 전환사채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하길 원한다면, 일정 비율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입니다.
예를 들어, A 기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채권으로 꼬박 꼬박 이자를 받다가, 어느 날 A 기업의 수익성이 극적으로 개선되어 주식 가격이 뛰게 된다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그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제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기업 입장에서는 왜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특정 투자자에게 이점을 제공할까요? 사실 여러 이해관계들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주식과 채권에서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성장 없이 그 자리에만 있게 되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와 성장이 필요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새로운 기술을 계속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공장을 증설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매출액과 이익률을 높여 가야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늘 돈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기술 개발비, 공장 증설비 등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가장 좋은 조달 방법은 바로 그 기업의 이익에서 일부를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순이익 100억을 벌었다면 50억은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고 나머지 50억은 기술 개발비나 공장 증설비 등에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만일 순이익이 남지 않는 기업인데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크게 2가지입니다.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주주(새로운 혹은 기존)들에게 투자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자본과 부채 중 부채가 늘어나게 되며, 매년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주주들에게 투자를 받게 되면 자본과 부채 중 자본이 늘어나게 되며, 매년 지불해야 할 비용이 증가하진 않습니다.
잠시 자본조달 방법을 다시 정리해보면,
1. 순이익의 재투자
2.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
3. 주주들로부터 투자유치
크게 위의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식이 대부분의 정상적인 기업들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식이 은행 등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이자를 지불하고 자금을 빌려오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 그 기업이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타인자본이 증가하는 이벤트라 지금은 동일시 여기면 됩니다
마지막 방식이 흔히 들을 수 있는 유상증자의 방식입니다. 기존 주주 혹은 새로운 주주들에게 투자금을 받는 것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업이 자본조달에 선택해야 하는 순서는 1번, 2번, 3번 순서입니다. 3번에서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경우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전환사채 발행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