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청년 50만, 그 안에 있는 나

퇴사 후 1년,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기

by 온하

일을 그만둔 지 11개월, 나는 여전히 나를 찾는 중이다.


아침에 눈을 뜨마자마 밀려오는 압박감에 온몸이, 그리고 마음이 답답해지던 날들이 있었다. 올해가 중순을 지나 연말로 향하고 지금, 나는 무엇을 이루었고, 또 무엇을 잃었나.


2교대 근무로 지난 1년 3개월을 버텨 온 만큼 보상심리도 있었고, 그 기간 동안은 회복과 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천성 자체가 매일 쫓기듯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보니 이러나저러나 후회하기엔 매한가지였다. 쉴 수 있을 때 쉬어두자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같이 일상에 루틴을 만들고 실천하며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일을 그만둔 초반에는 나태한 삶을 살기도 했다. 매일 글을 써도 내 안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고 느껴졌고, 그런 감정에 휩쓸렸다. 꾸준히 해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 보람도, 성취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다 점차 지쳐갔다. 글쓰기도 멈추고 책조차 읽지 않았다. 사유하는 일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부지런한 삶을 살려면 부단히 움직여야 했지만, 나태한 삶으로 가는 길은 너무도 간단했다. 그리 살려면 한도 끝도 없이 그리 될 수 있었다. 가끔 책을 읽거나 생산적인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매일같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꾸준함'이 필요했다.


그래서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부터 집어든 채 30분이고 1시간이고 하염없이 들여다보게 되는데, 글을 30분 정도 쓰고 있다 보면 정신이 깨면서 맑아지고, 이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생겨 바로 움직이게 되었다.


필사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펜을 들고 노트를 펼쳐 필사하는 그 행위 자체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고, 잡생각을 멀리하게 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결국은 '꾸준히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으며, 계속해서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잠옷에서 일상복으로 갈아입는다. 입을 헹구고 세수를 하며 몸을 정돈한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청소를 하며 소화시킨다. 그리고 다이어리에 적어둔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간다. 할 일을 다 끝내서 줄이 그어진 할 일 목록을 상상하며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를 그려본다.


일상 속에서 작고 소소한 일이라도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꾸준히 해내는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은 하늘이 흐리지만, 왠지 하루가 활기찰 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