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샘 Jul 22. 2024

남자의 눈물

때로 당신도 편하게 울어보세요

초등학생 아들은 눈 안 가득 눈물이 고였지만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댈 뿐 흘리진 않았다.  하지만 온 몸의 대부분이 물로 구성된 걸 증명하듯 매사 눈물을 쏟아대던 딸보다 아들의 눈물이 내겐 더 깊이 각인되었다. 그냥 울었으면 편했을텐데, 저도 나도. 이후로 난 그 문제에 대해 혼자서 많이 고민도 했었다. 혹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하구. 그러다 잊었다. 픽하면 울고 들어와 눈물잔치를 하는 동네 아이들보다는 더 남자스럽다고, 때론 남자라서 다른가 하고 넘겨버렸다. 


유전일까? 

성의 차이일까?

아파서 울고 슬퍼서 울고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우는 나와 달리 울지 않기는 아들과 같은 성(性)을 가진 남편도 비슷하다.

결혼을 하고 이제까지 남편은 딱 두 번 나에게 눈물을 보였다. 

그 중 한번이 시어머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병원으로 부터 전해듣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였다. 

워낙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이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시시때때로 상황에 반응하여 눈물을 흘리는 나로썬 솔직히 이해불가 존재다. 가끔 슬픔이라는 감정을 눈물로 흘려보내지않고 오롯이 가슴안에 담아두면 그 속은 얼마나 짤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살다보니 이것도 적응이 되더라. 술만 드시면 눈물잔치를 벌이던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그것보단 이게 낫지 이러고 살았다.  


그러고보니 남편은 눈물은 잘 흘리지 않지만 슬픈 노래는 무척 좋아한다. 너무 청승맞다며 구박까지 받는 그런 류의 노래.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자기 나름대로  자연스레 뱉어내지 못한 슬픔을 구슬픈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었나보다. 이 글을 쓰다 깨닫는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아들이 문제다.

울음을 안으로 삼키던 그 아들은 성장하며 함께 울고 웃는 것이 어색하고 자신에겐 어려운 과제라고 느꼈다. 어느 날 대학생이 되어 슬픔을 당한 친구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주는게 맞냐고 내게 물어왔다. 그제서야 난 아뿔싸! 했다. 슬플 땐 울고, 억울할 때 소리치며 울고,아플 땐 아프다고 울고..... 그렇게 잘 우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배웠어야 했다. 


연애도 그랬다. 처음으로 모솔을 탈출하여 이쁜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하던 아들은 3개월 사귀고 헤어졌다. 말은 여자아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성품이 별로라고 이야기했지만 난 괜한 걱정을 했다. 함께 울어주지 못하는 남자라서 헤어진게 아닌가해서. 함께 공감해주지 못하는 연애가 아니었을까하는 걱정, 아니나 다를까 여자친구가 너무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했단다.  


누군가의 남편, 아빠가 될 아들의 미래가 걱정스러워진다. 

드라마라도 보게 해서 감정을 끌어올리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해야 하나?


어제는 지인의 모친 부고 소식을 듣고 위로 예배를 드리러 갔다.

간단한 위로 예배 후 상주가 되는 아들이 핏기없는 초췌한 모습으로 일어나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야기를 하는 중 그의 볼 위로 양 갈래 긴 물줄기가 생겼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남자가 울고 있는 것을 봤다. 엄마로써 자식으로써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 우린 모두 안다. 보는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아름다웠고 따뜻했다. 


오랜만에 양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그리움과 사랑을 토하는 남자를 보며 아들과 남편이 떠올랐다.

내 아들도, 남편도 자신의 가슴 속으로만 향하게 한 눈물을 밖으로 흐르게 놔두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랬다면 남자가 왜 픽하면 우냐고 핀잔을 주는 대신 눈물을 딱아주며 꼭 안아주었을텐데......


오랜만에 아들과 남편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가야겠다. 

눈물 꼭 짜게 해주는 슬픈 영화를. 

그들의 감정 선 어딘가에 숨어있는 눈물주머니를 꼭 터뜨려보고야 말리. 

그리고 말할거다.

우는 당신이, 우는 네가 너무 사랑스럽다고. 








작가의 이전글 아파서 더 사랑하게 되는 50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