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보리

<나의 보리>

epi 1. 계란말이와 너

by choi Boram






집 앞 홈플러스 지하 1층에 위치한 동물병원.

에스컬레이터로 바로 옆.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 강아지들 쇼윈도가 있다.

지금의 나의 견은 당시.

아무도 사가지 않아 쇼윈도 자리에서 밀려나고 밀려나서 바닥에 내려와 있던,

"할인"타이틀을 붙이고 있었던 어린 코카스파니엘.





1살의 나의 보리.


001.jpg


잊히지 않을 잠깐의, 희한하고도 이상하고도 묘한 눈빛 교환 한 뒤

나는 그를 우리 집에 데려왔다.

고민과 걱정에 늘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나로서는 신묘하고도 재빠른 결정이었다.


나의 보리 1年.

개월 수에 맞지 않게 작았던 몸과 푸실푸실했던 털.

그리고 힘없던 사지.






그랬던 나의 보리는

우리 집에 오고,

엄청난 식성과 세월에 힘입는 적응력으로 무럭무럭 자라


002.jpg


건장한 모습으로

그는 지금 성견이 되었다.


지금의 그는 마치,, 개가 아닌 양의 새끼를 연상시키는군




나는 다른 음식은 잘할 줄 모르지만,

탁월하게,기깔나게 하는 음식 몇 가지가 있다.

여기서'기갈남'이란

'마치 푸드코트의 모형과 같이 예쁜 외형에 심지어 맛있게 만드는' 그런 음식.


송편과 만두



그리고 계란말이.



계란 하나,

003.jpg

탁탁, 톡.


껍질에서 막 나온

그릇에 사~락 담긴 노랗고 봉그란 날계란 하나를 보면


뭐랄까..

1살. 그 무렵의 나의 보리 모습과 닮았다..


004.jpg


혼자 먹어도 계란 4개는 깨 줘야 먹을만한 계란말이가 나온다.


그릇 하나안에 넘실넘실 4개의 계란

'흠, 부피가 늘었군.'이라 생각하며



탁탁, 톡.


005.jpg


'흠.. 부피가 늘었,, 지'



내 젓가락은. 휘리릭~

006.jpg

유유히 느물거리는 계란들


007.jpg

여기도 느믈거리고.(peace)


008.jpg


한 겹을 더할 때마다 포슬포슬하면서 폭신해져 가는 모습.


009.jpg



010.jpg


다른 노란색보다 계란말이의 노란색은


따뜻하게


평화롭다.



내 곁에 있는 나의 보리를 볼 때마다 나는 따뜻하다.

뒹굴거리고 느믈거리고 폭신하고,

그리고 세상 어떤 것 보다도 사랑스러운 두 눈으로 지금도


넌 뭐가 그리도 뾰족하고 걱정이 많냐며 바라본다, 나를.


뾰족한 내 마음이 폭신하고 따뜻해지는 시선이다.


012.jpg


난 확실히 뾰족한 사람이 맞지만

어쩐 일인지 내가 만드는 계란말이는


그런 너를 닮은 계란말이인 거 같아.


오늘 계란말이를 만들면서

괜스레

나도 따뜻 해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그런 생각들이 문득 들었다.



_문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