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리>
epi 2. 병아리만쥬를 먹으며
<코카스파니엘>
원산지-영국
그룹- 사냥견 그룹
체중-10~12kg
키- 36-41cm
색상- 검은색, 크림색, 적갈색의 단색과 흰색에 무늬가 있을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나의 보리는 누워있거나 엎드려있거나.
그러나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냥견 그룹 품종의 하나로써
조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고 민첩하다.
베란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거나 하면
나의 보리는
굵은 몸을 일으켜 굳이 가본다.
왜냐하면
나의 보리는
베란다 밖에서 나는 소리의 대부분은
이 비둘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비둘기로 말하자면,
지난겨울,
외할머니에게 받은 옥수수를 죄다 뻥튀기로 만든 후
나는 뻥튀기 부자가 되었다.
겨울철, 새들은 무엇을 먹고살까... 걱정되는 마음에
매일 베란다 난간에 뻥튀기를 조금씩 내어 놓았고
동네에 두세 종류의 새들이 매일 비슷한 시간 우리 집 베란다 난간으로 찾아온다.
나는 겨우내 그걸 보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나의 보리는 본디 다른 건 몰라도
산책을 나간다거나 하면 새에 민감한데,
새는 무조건 쫒고 봐야 하는 본성의 나의 보리에게 이 비둘기는 꽤나 스트레스가 되었다.
한 계절을 보내면서
가만 보니 이 비둘기가 얼마나 영악한지
나의 보리가 온몸으로 골을 내며 짖는 모습을 보며 날아가는 척하면서
아까보다 살짝 더 다가와
나의 보리를 야무지게 놀리고는 유유히 날아가는 것이다.
내가 듣기에도 거슬리는
일정한 데시벨의 구구 구구 소리와 함께
나의 보리는 좀 전보다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자칫 뒤로 넘어갈 것만 같이 더더 흥분되어 짖는다.
인간인 나는 자기 좋은 것에만 집중한다.
지난겨울 내내 뻥튀기 먹으려 내 앞에 모여드는 새가 신기하기만 하여
나의 보리가 그리 흥분되어 짖어도
짖는 줄 몰랐다.
미안함 마음에
큰소리로
나의 보리를 불러본다.
며칠 전 출장 갔다 온 아모개 씨에서 선물 받은 병아리 만쥬.
나는 적당한 힘으로 스르륵 풀어지는 포장지의 심플한 맛의
이 만쥬를 좋아한다.
나는 여전히 나좋아하는 것 앞에서 생각이 짧고.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지
아니면 나의 착각에 그렇게 보인 건지..
나의 보리는 한동안 그 만쥬를 쭉-보고 먹지 않고 쳐다만 보았고.
'새와 , 같이 사는 여자에게 당했다!'
라고 나의 보리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는
나의 보리에게나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까이 있으면서 가까이 있어서
늘 이래 왔던 것 같다.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 못 보고 더 지나치기 쉽다고,
변명까지 그럴싸하게 아주 잘 늘어놓았던 기억들..
나의 보리를 쓰담 쓰담하며.
병아리 만쥬를 먹으면서
나는 가까이 있는 소중함에 대해, 그리고 나의 무심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_무신경에 가까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