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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Dec 09. 2020

스와라 인디아

첫 인도 여행기_the road bengaluru to mysore


2020年 2月 18日

마이소르 가는 길


일어나자마자

빠릿빠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호텔 샴푸와 비누를 챙겨 담고

어젯밤 조금 쌀쌀했던 날씨를 생각해 긴팔이지만 바람이 잘 통하는 연두색 옷을 골랐다.

사실 옷을 몇 개 가져오지 않아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후다닥 짐을 챙겨

마이 페이보릿 모자를 쓴 뒤 가방을 메고

호텔 문을 나섰다.



내심 일등으로 로비로 집합해, 거 참 부지런한 젊은이들이구나 하는 모습을 선생님들께 보여 주려는 계획을 품고 제법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자 약속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모두가 1층 로비 앞에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이분들 앞에서 그런 계획 따위는 그만두자 생각했다.

영미쌤은 선생님들 이마 위에 빈디를 찍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 난생처음으로 빨간색 빈디를 찍고 기뻐했던 기억이 났다.

선생님의 빨간 물감이 묻은 손가락을 보며 나는 인주 위에 엄지손가락을 찍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무심코, 빈디는 스탬프 같은 것을 이용하리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만든다.'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_


선생님은 손바닥 위에서 노란색 가루를 소량의 물과함께 개어

분말 반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으로 눈썹과 눈썹 사이에 가볍게 찍어주셨다.

오늘은 노란색.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나 보다.


인도 여성 하면 떠오르는 빈디란 무엇일까.

도대체 왜 찍고 다니는 걸까. 무슨 의미 일까.




이마에 찍은 작은 점 빈디(Bindi)

힌디어로 빈디는 ‘방울’, ‘작은 조각’, ‘점’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빈두(Bindu)’에 어원을 두고 있다.

빈디로 장식하는 지점은 양쪽 눈썹 중간 부분으로 ‘차크라(Chakra)’ 생명의 에너지 또는 기(氣)가 모이는 곳으로 여긴다. 신체에는 7개의 중요한 차크라가 있다고 하여 명상과 신체 수련에서 중요시된다.

빈디를 찍는 부분은 ‘여섯 번째 차크라’란 뜻의 ‘아즈나(Ajna)’이다. 아스나는 직관의 눈이란 의미를 갖는다. 무엇인가 마음의 눈으로 보이거나 꿈속에서 보인다면 그것은 아즈나에 의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디를 붙이는 지점인 아즈나를 ‘제3의 눈’으로 부른다. 힌두교 신자들은 아즈나가 영적 능력을 높이고 에너지를 보존하며 집중력을 강화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악마 또는 불행으로부터 보호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과거 기혼여성은 빈디에 붉은 칠을 하고, 과부라면 칠을 하지 않거나 검은 빈디를 붙였다.

현대에 와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그리고 소년, 소녀들도 하며 종교, 나이, 결혼 여부, 그리고 인종의 제한 없이 두루 퍼져 있다.

또한 장식적인 성격이 강해지면서 색깔이나 모양의 제한도 없어지고 있다. 천이나 금속 등을 소재로 스티커처럼 간편하게 붙일 수 있는 빈디도 사용된다.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스탬프, 가루, 스티커 등이 판매되고 있다.


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인도 여성의 이마에 찍는 작은 점, 빈디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 2013. 12. 20., 유만찬, 김진경)



자야는

아침마다 자신의 신앞에서 염원과 헌양의 마음을 담아 기도 드린 후 감사의 마음을 이마 위에 빈디를 찍어 담는다고 덧붙였다.


매일 새벽, 혹은 아침. 헌양의 마음을 담아 기도로 여는 하루라..

어떤 마음 일까. 나일론 신자인 나는 그 헌양의 마음이라던가, 신앙심에 대해 잘은 몰라도

참 좋은 습관일 수 있겠구나_하고 생각했다.


같은 색 파우더지만, 자야 이마 위에는 옅은 황금색이, 내 이마 위엔 진한 노란색 점이 빛났다.

선생님은 그 위에 예쁜 스티커도 함께 붙여 주셨다.


만화 '오 나의 여신님'속 베르단디가 된 기분이 들었다.




벵갈루루는 큰 도시였다.


유리로 된 높은 빌딩, 아파트, 편의시설,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살면서 흔히 보던 도시의 풍경이 길 옆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아침 식사할 식당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현지인들이 출근 전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 식당 같아 보였다.


남인도는 채식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식당마다 비건, 혹은 베지테리언이라 명시되어있고,메뉴판은 물론이며 주문하는 코너도 어김없이 분리되어 있었다.


이 식당 간판에도 베지 레스토랑이라고 쓰여 있었다.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붐볐다.


이 동네 맛집인가.

붐비는 식당 안에서 우리 일행이 다 함께 앉을 만큼의 대형석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해서 테이블이 비는 족족 3명~4명씩 분리해서 앉기로 했다.


식당은 입구에서 안쪽으로 디저트 코너와 식사 코너로 분리되어 있었다.

우리말 기역자(ㄱ) 구조를 하고 있었는데


식사 코너는 우선 베지테리언과 논 베지테리언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벵갈루루 지역 메뉴를 주문받는 곳과 그 외 남인도 지역 메뉴를 주문받는 곳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자야와 로흿은 정신없어 보였다.

그러다 자야가 손짓하는 게 보여

그 앞으로 갔다.


자야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일행들 앞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오케이.

주문형태는 샌드위치 전문점_서브웨이와 비슷했다.

안쪽에서 요리사들이 각자 주문된 음식을 차례차례 급식판에 담아 주었다.

샛노란색 식판 위로 바나나 이파리 한 장이 깔린 동그란 식판과, 네 칸으로 나뉘어 있는 네모난 식판 버전이 있었다. 식판 형태에 따라 메뉴가 다른 모양이었다.

잠시 뒤, 주문한 메뉴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로 눈앞에 나타났다.

도너츠 링 하나, 코코넛 밥, 이들이 두어 개 , 그리고 삼바르나 쳐트니, 콩으로 만든 두어 개의 소스와 커리가 한 식판 위에 담아져 나왔다. 작은 디테일은 달랐으나 대체로 비슷한 구성이었다.



먼저 나온 음식을 선생님들 앞으로 옮기고

우리들 분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나는 오늘의 아침을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여행에 오르면, 늘 있던 사소한 순간에도 새로움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는 도너츠 링으로 손이 움직였다.

튀긴빵같은데,도너츠 모양이지만 도너츠는 아닌..

 

처음에 살짝 단단하다가 금방 폭신하게 씹히면서 짭조름한 맛과 고소한 맛이 함께 났다.

이 음식은 바다(vada) 혹은 바라(bara)라고 해서 향신료와 코코넛, 콩을 함께 갈아서 튀긴 것이라 했다.  

남인도에서 끼니 혹은 간식으로 먹는 튀긴 음식이다.


쳐트니, 삼바르, 커리에 찍어 함께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었다.


콩의 고소함과 기름의 고소함이 함께 있었다.

뭐랄까 이 바라는, 가끔 거짓말을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실한,좋은 사람 같은 느낌이다.

그런 맛이었다.



그런데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남자들만 이용하는 식당인가 싶을 정도로

먹고 있는 손님도,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홀을 바쁘게 정리하는 직원도

온통 남자들 뿐이었다.

가끔 여자 손님이 들어오기 긴 했지만 아주 가끔이라 그녀들은 보이지 않았다.


_

남인도 아침 메뉴는 소식(小食)이 기본값이랄까.

내입장에서는, 먹기 전에 보면  '에게? 이게 다라고?' 할 만큼 적은 양

하지만 막상 먹고 나면 기분 좋을 만큼 배가 불러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건 그렇기 때문에 각자 남기는 음식이 없으니 이 식사에서 음식 쓰레기는 없다.

그리고 손으로 먹는 문화기 때문에 손을 씻는 세면대가 식당 안에 갖추어져 있고 식사는 항상 손을 씻는 일부터 시작하므로 청결하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매일 먹으라 해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이라 생각하며 한판을 싹 비워 낼 때쯤

자야가 짜이 4잔을 들고 우리들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식당의 짜이는 딱 급식 컵처럼 생긴 컵 안에 조금만 흔들려도 넘칠양으로

찰랑찰랑 가득 담겨 나왔는데,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보다 납작하고 넓은 컵이

짜이를 담은 컵 아래에 포개어져 나왔다.



자야는 짜이를 두 개의 컵 이쪽저쪽으로 능숙하게 높게 옮겨담으며 어떻게 먹는 건지 보여주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차를 마시기 좋게 식힐 수 있고 무엇보다 컵 바닥에 가라앉은 설탕을 섞어주는 거랬다.

자야가 한대로 고대로 따라해 본다.


아뜨~거!

이 급식 컵은 열 전도율이 미치도록 좋았다. 왜 이런 컵에 뜨거운 짜이를 담아 마시는 건지..

컵 끄트머리를 간신히 잡고서 납작한 컵 쪽으로 겨우 조금을 옮겼다.

나도 모르게 손이 부드드 떨렸는데 옆 테이블을 정리하는 직원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청년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차 한잔에 엄살떠는 거 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여 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 세상에는 뜨겁기 때문에 더 맛있는 것들이 있다.

비 올 때 마시는 뜨거운 커피가 그러하고

식후의 짜이가 그렇다.

달콤하고 고소한 진한 홍차 향이 식사 후 입가심에 딱이었다. 미지근하거나 차가웠더라면 이 정도로 입가심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밖에서도 짜이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디저트 진열대를 구경하며 반쯤 남은 짜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세상은 아침해의 밝고 엷은 레몬색 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앞자리에서 짜이를 마시던 캐주얼한 정장 차림의 아저씨는 차를 마시는 내내 손목시계를 확인하다가 빠르게 들이켜고는 길 위로 사라졌다.

그렇게 도시는 비슷하다.


누군가의 쫓기는 출근길이, 여행자인 내 눈에는 이렇게 여유롭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출근시간에 나는 출근 안 한다는 요상한 행복함이 그 시간을 더 밝게 보여주는 듯했다.


개들은 자기 안방인 듯 여기저기 아무 데나 편하게 누워 있었다.

몸집도 생김새도 서로 닮은 개들이었다.


나는 어디서든 그곳의 개들을 볼 때마다 집에서 자고 있을 우리 집 보리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가 어디서든 개들에겐 마음이 크게 갔다.

본능적으로 일어나 턱을 긁었다.


졸린 것 같으면서 슬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을 먼저 깨달은 눈 같기도 했다.

어디서든 제집 안방과 같이 지내니 말이다.


녀석 시원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쭉 빼들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옆으로 드러누웠다.

나는 개들이 긴장하지 않은 상태의 모습을 사랑한다.

등을 쓰다듬으며 나는 이 개가 앞으로 험한 일 없이 살아가길 바랬다.





길 건너에 주차되어있는 버스로 가기 위해 로흿을 따라 무리 지어 무단횡단을 했다.

이쪽저쪽에서 빵빵거리는 크렉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뻔뻔하게.



이제부터 버스를 타고 (안밀린다면) 6시간에 걸쳐 마이솔로 이동할 것이다.


마이솔, 마이소르.

요가, 특히나 아쉬탕가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일 것이다.

마이솔 지역에서 하는 인도 전통 방식의 아쉬탕가 수업 형식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 지역 이름도 함께 유명해졌다.


_

버스 이동 6시간이란 말 앞에서 생각 없던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는데, 사실은 뇌가 나를 속이는 것일 뿐 마렵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좌석에 착석한다.

벵갈루루 시내는 우리네 출근길과 다를게 없어보였다.

길이 많이 막혔다.

차량이 많은 도시인데다가 하필 출근시간이라 완전히 꽉 막혀 버렸다며_로흿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거나 은샘이랑 셀피를 찍거나

인스타그램을 한다거나 아무튼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창밖에는 짜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자들, 원색의 사리를 입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들,

화려한 색의 사리를 진열해 놓은 옷가게, 통신사 대리점.


서로 끼어드는 릭샤들, 야채 가게, 수박 더미, 그 옆에 수박주스 웨건,

줄 서있는 사람들.


코코넛 더미, 해적 칼로 코코넛을 댕강 하고 자르고 있는 코코넛 주인, 어슬렁 거리는 개들

코코넛을 옮기고 있는 깡마른 노인들.


바나나. 사탕수수밭.

금 장신구를 한 진한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여자 모델 금 백화점 광고판,



길 위에 펄럭이는 빨랫가지들, 이어지는 먼지바람..


그리고


조용한 버스 안에는



잠 요정이 찾아왔다.


뱃속에 조금 전 먹은 음식이 소화가 되는 동안 잠 요정은


버스의 규칙적인 엔진 진동음으로 모두를 잠들게 했다.


무언가를 탈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찾아왔다.

모두가 잠든 동안



굴러가는 바퀴와 엔진 소리, 이따금씩 울리는 경적 소리만이 살아 있는 듯했다.

맨 앞자리의 자야에서부터 맨 뒷자리의 진주까지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이 이어졌다.


참으로 신기한 건

한 두 사람 깨기 시작하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모두가 깬다는 것.

그리고 하나같이 화장실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버스는 적당한 곳에 잠시 정차했다.

허리도 뻑지근 하고 선생님들은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냈다.

쉬어갈 타이밍이 맞았다.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건조한 먼지바람과 따가운 햇볕이 코와 이마로 확 치고 들어왔다.


 ‘아.. 해가 머리 위로 올라오는 시간에 해 아래에서 쌩으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겠다’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길을 건넜다.

건너편에는 작은 상점들이 몰려 있었다.

주변에 버스종점이 있는 모양이었다. 종점 화장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작은 스낵점을 구경하며 걸었다.


스낵 샵 정면에 있는 유리장 안에는 우리네 '옛날 빵' 같은 느낌의 빵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릴 적, 아주 작은 마을에 있던 할머니의 집은, 가면 동네에 딱하나 있는 슈퍼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본적 있는 형광색 빵들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얀 생크림, 형광 생크림이 가득 채워져있고 그위에 새빨간 체리가 얹어져 있는 빵이라던가


분홍색 하늘색 민트색의 크림들로 장식된 80년대 레트로 케이크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냉장이 되지 않는 진열장이라 생크림들은 녹아 흘러내리기도 했다.


배고프지 않았지만 시간은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차가 밀려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는지 선생님은 이곳에서 간단하게 스낵을 사서 버스에서 나누어 먹자 하셨다.


영미쌤은 자야에게 무엇 무엇을 사라고 야무지게 지시하고는 우리를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마치 엄마 닭을 쫓아가는 병아리들같이 영미쌤을 쫒아 쪼르르 화장실로 이동했다.



화장실 입구에는 풍채 좋은 아줌마 한분이 앉아 있었다.

말은 알아듣지 못했어도 입장료가 쓰여있는 피켓을 보아하니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영미쌤은 이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면서

자신의 덩치에 두배나 커 보이는 아줌마를 향해 기세 좋게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영미쌤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한번 놀랬고, 말이 너무 빨라서 또 한 번 놀랬다.

대단한 기세였다.

아줌마는 알았다면서 원래 가격의 1/3만 내라고 했고

영미쌤한테는 그것도 납득가지 않아 보였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돈을 지불했다.


화장실은 돈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의 화장실이었지만

문도 있고 볼일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을 보고 나왔다.



_

로흿은 투명한 파란색 봉투와 검은 봉투를 팔에 걸고 흔들리는 버스 좌석 사이를 비틀거리며 자야가 사 온 스낵을 나누어 주었다.

세 가지 종류의 빵이었다.


야채 튀김 냄새가 나는 딱딱한 식감의 비스킷 하나,

매콤한 커리 향 나는 폭신한 빵 하나, 코코넛 가루가 촘촘하게 묻혀진 초코볼 하나를 은색의 조개 모양의 일회용 접시에 받았다.


망고주스 한 병과 함께.


은샘이와 반씩 나누어 먹었다.

야채빵 한입 초코빵 한입.짠단짠단의 조합이었다.

화장실 갔다가 이렇게 뭔가를 먹고 있으니 리셋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떠들기 시작했고 다시 셀카를 찍었고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옆으로 지나가는 버스 승객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묵뚝뚝 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도 무뚝뚝함 뒤로 환한 미소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도처에 존재하는 빅 스마일들.


마이소르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마이소르 궁전이 멀지만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_

시판용 망고주스는 색깔만 노란 끈적한 목넘김의 설탕물. 망고가 들어가긴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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