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_20 해피밀 2
나와 나의 보리가 챙겨 먹는
애정 하는 음식들. 우리들의, 아니 나의 식사 두 번째 이야기.
1. 바게트와 계란 프라이
가끔 유난히 부지런을 떠는 날이 있다.
원래 아침만은 참으로 꼬박꼬박 챙겨 먹지만.
이렇게 유난히 부지런을 떠는 날 아침은
바게트를 사다 논 날 다음날 아침이다.
바게트가 참 좋다.
맛있다 라는 말이 너무나 심플하게 딱 들어맞는 맛이라고나 할까...
빵 중에 "가장" 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엔 내게 가장이 너무 많아 붙이질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바게트는 좋아하는 빵 중 탑 리스트에 속한다.
저렇게 서걱서걱 무심하게 잘리는 느낌도 좋아.
서걱서걱 두어 조각 잘라놓고,
오일을 잔뜩 두른 팬 위에
계란을 올린다.
바글바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계란 프라이는 내가 자신 있게
예쁘게 만들 수 있다.
접시 위에 바게트 두어 조각과
계란 프라이를 함께 올리고 우유 한잔이면,
이것도 애정 하는 아침메뉴인데
간단하면서 가질 수 있는 '상냥한 맛' 은 다 가진 그런 한 접시 되겠다.
나의 보리는 사료 위에 아까 만들어 놓은 계란 프라이 한 개 추가.
바게트는 줄 수 없어요.
나의 보리는 사료 위에 계란 하나 추가하는 것으로 '만찬으로'즐길 줄 안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묻히지 않은 그냥 바게트를 사랑하지만
가끔 무언가를 올려 혹은 묻혀먹는다면
크림치즈와 함께.
뭐랄까
주연에 밀리지 않는 확실한 조력자로
크림치즈는 그 색깔만큼이나
상냥하다.
바게트를 뜯으며
우리는 해피밀~
2. 아보카도와 밥과 간장.
코스트코에 가면 연어와 더불어 아보카도를 사 온다.
집 앞 마트보다 알이 굵어 만족스럽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알이 작고 빈약하고 쭈글쭈글한 아보카도에 한알에 3000원 뭐 이런 금액이 붙어있으면 급으로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준비물은 아보카도 한알과 계란 한알
코스트코에서 팔고 있는 아보카도들은 익지 않은 아보카도들이 대부분(바나나와 마찬가지로)
해서 신문에 한알씩 싸서 쌀통에 넣어놓으면
고르게 잘 익는다.
하루 이틀 넣어놓으면 익어진 아보카도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면 바로 냉장고로 옮긴다.
고르게 잘 익은 아보카도 단면의 무해한 민트색을 보면 뭐랄까 눈부터 건강해지는 것만 같은,
그런 만족감이 먼저 든다.
씨를 발라내어
퉁퉁퉁 잘라 '쌀밥' 위에 얹어
계란과 간장과 함께라면
그 어떤 다른 종류의 부러운 맛이 떠오르지 않는다.
끼니로 빵도 좋고 떡도 좋지만
흰쌀밥만 한 게 없다고 느낄 때, 이렇게 베스트들을 만났을 때.
가만 보니(딱 봐도) 아보카도는 고기도 물고기도 아닌데
야채의 신분으로 참으로 성실하다.
나의 보리의 밥그릇엔 아보카도 한 줄 추가.
컴퓨터도 티브이도 켜기 귀찮고 (밥 씹는 것은 어찌 안 귀찮은지..)
숟가락만 들기를 허용할 때
핸드폰조차 손에 들기도 싫을 때
아이폰을 자연스럽게 다리사이에 껴고
드라마를 보며
밥을 먹는다.
맛있다~
하늘에 떠있는 풍선이 된 느낌이야.
3. 마늘과 토마토만 넣은 파스타.
심플 이즈 더 베스트
귀찮은 거
재료 많이 들어가는 거 싫어요.
그렇지만 레트로 음식도 싫어요.
면을 삶는다.
심플.
토마토는 슈퍼푸드라 해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빨갛고 물도 많고 살도 많아서 좋아한다.
토마토 두 알 정도를 탕탕 네 등분
마늘은 한주먹.
어떤 음식이던 마늘이 많이 들어가서 불평인 적이 없다.
모든 종류의 싱싱한 재료들이 다 그렇겠지만
유독 마늘은 마늘만의 힘이 있다고 생각해.
올리브유 두르고
이 두 재료만 불에 볶는다.
촤아아아아~~~
두 재료만으로 근사한 냄새가 난다.
마늘이 노릇한 색이 될 때까지.
토마토의 물엔 여유가 있어 타지 않는다.
삶아진 면을 넣고
함께 볶아주면
끝인데...
매일 먹으라 해도 먹을 수 있는 맛이랄까.
신나 하며
냠냠
나의 보리의 밥그릇엔 토마토 반쪽 추가~
이미 다 먹어버리고
나의 마늘 토마토 파스타를 넘보는 나의 보리
줄 수 없다. 이건 내 밥이야~~~
_ 순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