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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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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pr 05. 2019

< 나의 보리 >

epi. 36  탐색견의 수집품.






바쁜 아침이 지나고 

찾아오는,이곳 작은 빌라 단지의 한적한 오전.

나와 나의 보리는 이 시간을 전세내어 단지 안을 산책을 한다.

활기차게 바쁜 아침이 지나면 동네가 텅 빈것마냥 한적해진다.


나는 아무도 없는 이 한적한 시간대의 산책을 좋아하지만..

어쩐지 

산책 나올 때마다 마주치는 개 한 마리가 없는것이 나는 나의 보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끔 들곤 한다.

나의 보리가 사교적이지 못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고.


어쨌든 지금 이 시간

텅 빈 빌라 안.

아무도 없지?!


어깨끈 클러줬다가 누군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요즘 세상에 큰일이다.

하지만 마음놓고 클러줘도 좋을만큼 이시간엔 사람이 없는것을 경험상 알고있기에.

free~

나는 나의 보리 어깨끈과 조끼를 풀어준다.


자유야~

자 아무도 없어 마음대로 돌아다니렴~

하는 마음으로 조끼를 벗겨준 건데.

나의 보리는 어디든 갈 거 같지만, 농! non 

멀리 가지 못하고 내 주변만 서성이는 엄마 아들.



나는 책 읽을 거야.


오전부터 읽어 나가는 무라카미 류의 살인 장면에 목구멍이 따끔따끔거리는 느낌이 든다.

오늘의 잘못된 선택이 있다면 그건 

아침 반찬으로 매운 김치를 먹었다는 것과

이 책을 골라 나왔다는 것.

좀 더 맑고 투명하고 퓨어한 책을 골라 나올 걸...


아 목 간지러워..


내가 움찔거리면서 책을 볼 동안 나의 보리는 내 가까이에 혼자서 잘 논다.

어떻게 잘 노냐 하면.



바스락바스락.

앗! 썩은 공 2호 발견.


입에서 뭔가를 물고 나오길래 봤더니

"누나 누나 나 (탁구) 공 찾았어!"


오호~

정말 썩은 공이네~!

영혼없는 반응.

_



잔인하긴 하지만 이 소설 재미있다.

한고비를 넘기니 눈을 뗄 수 없고

방해 없이 쭉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사이 또 어디선가 무언가를 찾아온 나의 보리.

어느 초등학생이 언제 어떤 경위로 흘리고 갔는지, 

초등학생 필통에 있을법한 캐릭터 자를 물고 나왔다.


이야~~

어디서 이런 걸 자꾸 찾아 나오는 거야??


나는 나의 보리의 머리를 아주 건성으로 쓰담쓰담해주고는 

다시 소설안으로 복귀.


이쯤 되면 나는 책을 보러 나온 건지 산책을 하러 나온 건지 ..

참으로 이기적인 유전자.


하지만 나의 보리는


내가

책장을 덮었을 땐.내가 책을읽던 말던

그 만의 세계에 한창 재미를 보던 중이었다.

하하하 혼자서도 잘 놀아 다행이다.


오늘따라 저 혼자 냄새를 따라다니며 흙도 파고 풀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진드기 같은 몹쓸 벌레들이 신경쓰이는것.

아차차, 빌라안 화단은 소독을 주기적으로 하더라.)




오~~ 탐색견 같은데...

"뭐야 뭐야~뭐 찾는데~무슨 냄새나는데" 묻고 싶었지만 대답 안 해줄 거 아니까 질문 패스.

말없이 수분 충전 할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응원해본다.


슬슬 

슬슬 사람들이 지나다닐거 같으니까. 이제 조끼 입자.

나는 나의 보리의 조끼와 어깨끈을 챙겨본다.



그러다가 쓰레기 더미를 발견하는데,

음...


코 푼 휴지.

썩은 탁구공.

담배꽁초.

백 년 된 거 같은 자석.

귤껍질.



....

확실한 취향.




취향 왜 이모양인데..







그런데 참..

이 녀석 행동이 참으로 귀엽다.

주섬주섬 모아놓은게 코 푼 휴지 등등등이어도

참으로 큐트 하다.


제법 모았단 말이지.

탐색한거 맞네.


나는 더미 앞에서 그렇게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나의 보리의 확실한 취향을 감상하다가

다리가 저려 일어난다.

똥 봉지로 가져 나온 봉지를 오늘은 

이 수집품들을 담아야겠다.

한데 담아보니 제법 묵직하다.


귀여운녀석.




나의 보리의 수집품들...

쓰레기는 쓰레기지.








_고 스트레잇 투 더 트레쉬 캔.

_쓰레기 통으로 곧장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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