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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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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pr 01. 2019

< 나의 보리 >

epi. 35 개코




내가 나의 보리와 지내며

느낀것 중 하난

나의 보리는

아마 끝없이 넓은 모래사장에서도 냄새나는 바늘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개라면 냄새를 잘 맡는 건 당연할 수 있는 얘기일지 모르나..


나는 매번 

'아.. 냄새로 나는 어떻게든 이 아이를 속일 수가 없겠다..'라고

생각한다.


나의 보리는 창가에 엎드려 매일을 시간이 아닌, 냄새로 구분하는지도 모르겠다.









평화로운 나날.

햇볕을 등에 덮고 살 수 있을 만큼 나의 보리는 햇볕은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창가는 나의 보리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 중 하나가 된 지 오래였다.


나의 보리는 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냄새로 밖을 구경하고 있겠지?

한편으론 부러우면서 놀라운 능력이다.

과연 무슨 냄새가 날까... 내가 맡지 못하는 냄새가 궁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왔다~왔다 그가 왔다~

'여러분~돌아왔어요 내가~'

왔다네 돌아왔다네~~>


하며 겨울을 지나 바람을 타고 들어온 그의 향기.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한 어느 날

나의 보리는 아무도 모르게 그의 향기를 맡았다.



예전부터 나의 보리는 비둘기와 관계가 좋지 않다.

나의 보리에게 비둘기란. 참새와는 다른 경우의 참을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내가 보아도 비둘기는...세월이 지날수록 몸뚱이들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

나의 보리와 대적할만한 체급이 되어가는 듯하다.




지금 막 '조용히' 우리 집 앞에 도착해서 '조용히' 앉아있던 비둘기는.

_너는 이미 들켰어.

나의 보리의 우렁찬 소리에 불편해진다.

내가 뭘 어쨌다구구구구구...



왜 이렇게 화를 내시냐구구구구구...



내가 온 줄 어찌 알구구구구구...

조용히 앉았구구구구구


못살겠다구구구구구!

그렇게 잠시도 비둘기가 저 가까이에 있는 꼴을 보지 못하고.

저 멀리 보내고는 무척 만족스런 얼굴로 돌아서는 나의 보리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쒜리 역시

개코 중에 개코.


어떻게 알고 저리 발빠르게 쫒아버리는지..





과연! 개코.


_그런데 도대체 비둘기 냄새는 뭘까.알고싶지않다가도 못내 궁금.








나갔다 돌아오면 나를 온몸으로 반기던 나의 보리의 모습은

사진 속 한 장면이 된 지 오래였다.

비누거품 머금은 스펀지가 거실에 누워있는 오늘의 사진.

'왔느냐~인사는 눈으로 하는 게 진짜야.'


그래그래~왔다 나.

머리가 무거워서 얼른 방으로 들어가야겠다.

나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는데,

<훌라~세뇨르~세뇨리따~

라밤바 밤바~~나도 당신이 반가운 밤이에요~ 훌라~>


그렇게 심했던가.. 내 발 냄새...

아닌데.. 부끄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고 나 발 냄새 잘 안 나는데...


정말?아닌거같은데?

.. 이 버섯 행진 냄새는?!


나 이냄새 좋아

이 버섯집 내 거야!!!


_

사실

이건, 별로 놀랍지 않은 행동으로

나의 보리는 밖에 나갔다 온 양말을 그렇게나 좋아한다.

나줘~나줘~~~~

벗어 줄 때까지,

내 발이 없어질 때까지 팔 심정으로 박박 파기 시작하는데,,

이게 꽤 아프단 말이지..


아... 알았어 주... 주께~

하고 허겁지겁 양발을 벗어준다.

(부끄럽네,,)


그러면

나의 보리는 내게 빼앗은 양말을.

입안 한가득 야무지게 물고 기분 좋게 나를 올려다본다..



뭐!



_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눈인사지만 양말은 몸소 행차할 만한 무엇인 것인가...

양말은 반가운 것인가.

입안 가득 양말을 물고

이불로 가서는

입에 아주 고이 물고 잠이 든다.


잠든 아기 손에서 장난감을 빼놓듯

나는 잠든 나의 보리의 입에서 냄새나는 양말을 빼놓는다...





_너.. 좀 많이 그래.










더러운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모두가 잠든 밤.

온 집안이 조용해진 시각.


어둠 안에서 용 장군이 조용하게 등장한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하게

이 시각의 둔한 다른 가족에게는 힘이 없는 용 장군이지만.


하지만

용 장군은

나의 보리의 코를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고,


일방적으로 용 장군에게 사정없이 코를 공격당한 나의 보리는

처참한 기분으로 비몽사몽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내었다  


내방 문을 열고 내 방안의 화장실 문을 또 열어 내 앞에 앉은 나의 보리.

뜨끔!

'나 깼어.. 빨리 끝낼 수 없을까?플리즈.

나 코 아파...'



궂이 여기와서 졸고 있는 나의 보리.

이쉐리 나 마음 급하게...


문을 두 개나 닫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지...

자꾸 부끄럽네 .. 저녁을 많이 먹었어..


나의 보리를 안고 침대로 올라온다.

이불 안은 따뜻하고 속도 편안하다.

아.. 완벽해. 풜풱!


나의 보리의 꿈속에서 나는 화장실에 있었더랬다.

하고 마무리하고 싶지만,

속이고 싶어도 냄새를 숨길수가 없어.


개코와 함께 지내는 것은

네 앞에서는 민낯으로만 살 수 있다. 라는것.


아무도 모를줄 알았겠지만 나는안다.너는 야밤에 똥을 쌌었더랬다!



_거짓 없는 라이프.






산책을 나가서도 나의 보리는 꽃이나 나무 이런 것에는 관심이 도통 없달까.

확실한 취향이 있달까.


나는 꽃이랑 나무 냄새 좋아하는데

그건 

내 코에는 그 꽃냄새와 그 주변 냄새가 좋아서인데,


나의 보리의 코에는 이 꽃향이


그다지 좋아하는 냄새가 아니라는 거.

내가 맡지 못하는 다른 냄새가 분명 있으리라.


꽃 앞에는 정확하고 확실하게 돌아서는 개코.





_꽃의 내가 모르는 다른향이란...큐리어스.







요롤레히~요롤레히~요~

땅속에서 노래를 부르면 나오는 감자군들의

행진.



당근은 지구의 맛이 아닌 외계의 맛.

지구로 이사온 외계인들.



왕족하면 역시 고기지.


순혈의 퓨어한 고기들.

그리고

환상의 가루.


그렇게

나의 보리의 콧속으로 행진.


킁킁~



2동 304호. 오늘저녁 메뉴는 카레.





_우리집은 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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