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37 나이트메어
폭신폭신한 이불 위.
하루가 끝나고
잠을 자야 할 시간.
바라던 바입니다.
폰을 들여다볼 때는 참으로 말똥말똥하더니
책은 조금만 읽어도 금세 잠이 오는 것이 책은 정말 여러방면으로 어메이징 하다.
좋은 꿈 꿔요.
꿈을 안 꾸면 더 좋겠지만
z
zz
zzz
zzzzz
zzzzzzzz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지금이 출근시간인지 퇴근시간인지
무지하게 붐비네..
여기는 어디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아..
아.
지하철.
여긴 지하철 역이구나.
이 시간의 지하철이라...
참으로 오랜만이다. 퇴직하고 아마도 처음이지 싶은데..
근데 원래 이렇게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었나..
답답해...
...
숨 쉴 수가 없는걸..
!!!
응...?
베이비?!
보리!!!!
아니 너가왜..
왜 거기 있어????!!!
보리야!!!!!!
어딜 보는 거야~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 이쪽을 봐~~
최 보리!!!!!!
아.. 이 답답함.. 답답함이 온몸에 퍼진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도 소리가 퍼져나가지 않는 답답함..
최 보리!!!!!
옳지! 옳지 이쪽이야~ 이쪽으로 와~누나 한 테와~~!!
아니다!!!
내가! 누나가 그쪽으로 갈게 가만있어.
그대로 있어~
!!
자.. 잠깐만요!! 저기요
아저씨!!!
있는 힘껏 사람들을 밀치고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도 나 혼자 제자리인 답답함..
오 마이 갓.
아저씨! 나의 보리 제 동생이에요!
어디 데리고 가는 거예요!
제가 보호자예요!!
이봐요!
데리고 가지 말아요! 어디로 데리고 가는겁니까아아!!
안돼!!
아저씨!!!!
퉁퉁퉁퉁
내 말 좀 들어봐요!
지하철의 출입문은 내 앞에서 잔인하게 닫히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 같아..
미치겠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왜!
문이 닫힌 지하철은 내 앞에서 빠르게 멀어져 간다.
안돼에~~~
나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빨리 쫒아가야 해!
최보람 너는 달리기를 잘 못할 텐데?
그래도 달려가야 해!!
저 지하철 따라가야 해!!
나는 엉엉 울면서..
눈물콧물 범벅으로.
어떡하면 좋아....
어떻게...
이.. 이대로 잃어버리면 어떡해...
정말로 숨이 차서 심장이 따끔 거리는거 보면 이거 꿈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면 더 큰일이잖아
하.. 핳핳..
이 복도는 끝이 어디야.
다음 역!다음역!..
나 너무 숨이 차...
흫..
어디 있니~~
어디로 간 거니~~
빨리 찾아야 하는데 나 심장이 너무 따가워..
!!!!!!!
앗!!
아아아아아아...
말이나 오지 않지만
하지만 나는 너를 발견.
웨잇!
기다려~
제발 기다려 줘요~
기다려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다들 밀어도 밀어내도 물먹은 쌀자루같이 무겁고 움직이지 않아.
다들 너무 무거워.
그렇지만 나는 저쪽으로 가야..
아저씨!!!!
아.. 저씨~~~
제 개예요~
돌려줘요~~~~
돌려주세요.
어디 마트인지 달려도 달려도 마트가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거 같아..
죽기 살기로 달리고 달린다.
하! 잡았다.
아저씨!
저기요!!
이 아저씨 아주 사람이 못쓰겠네!!!!
나의 보리 돌려줘요!!
제 동생. 돌려줘요
아저씨 왜 자꾸 아까부터 안 들리는 척!
돌려달라고요!
돌려...
.... 줘...
핳!!
.... 사...
핳!
뻔한 장면 전환이고 뭐고 눈을뜬 이곳은 어디인가..
살려주세요..
온 사방에 아까 본 그 눈이 달라붙어있는 거 같다.
사방에서 그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사.. 살려주세요..
등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고 나는 너무 무서워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눈만 깜짝깜짝.
천장 위에 벽에 눈들! 나를 모른척하고 지나가 길 바라....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깜깜한 방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땀이 한번 식을 때 즈음 용기를 내어 일어난다.
와 씨!!
내 심장...
지금도 완전 쿵쾅거려..
너무 놀래서 심장이 아직까지 입안으로 올라와 있는 거 같다.
!
보리야~~~
나 너 잃어버리는 줄 알았자 나아~~
내가 너를 그렇게나 불렀는 데에에~~~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나를 모른척하고~~~ 그렇게! 그렇게 에나멜 아저씨랑 가버릴 수가 있어어어~~~
나 너 영영 잃어버리는 줄 알았자 나아아~~~
이 새벽의 나는 나의 보리를 부둥켜안고 진심으로, 진심을 다해 푸념한다.
푸념했을 때 그 새까만 눈들이 없어져감을 느끼고, 푸념하고 하고 또 하고.
정말 너무 놀랬고
너무 소리 질렀고
너무 오래 달렸고
너무 많이 울었어.
그리고 정말 서운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푸념을 하며. 푹신푹신한 나의 보리의 등을 만지며.
완벽하게 현실로 복귀한다.
하..
정말로 잃어버리지 않아 다행이다.
_잠이 안 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