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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ug 20. 2019

여름에서 여름까지

 여름.





레몬즙을 짜 놓은 것 같은

햇볕이 찐하게 내려쬐고


나무마다 열매들이 익어가고


온 세상이 활기찬 색깔들로 넘쳐난다.


덥지만, 여름은 밖에서 즐겨줘야 제맛인지라.

우리들은 오랜만에 그동안 못갔던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무려 자전거를 타고.


_

출발 전에 

좋아하는 베이커리에 들려 빵과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뒷자리에 실어 놓았다.


패달을 밟는다.


이~얏호~


기다란 길 위로 신나게 페달을 밟다 보니

온몸으로 지나간줄 알았던 젊음이 다시 흐르는 것만 같다.


햇볕도 내 몸 안으로 흘려 들고, 오늘은 더위를 이겨내기에 쉽지 않은 여름날.

온몸을 타고 땀이 흘러내리지만 뭐 나쁘지않아.


우리들은 그늘을 찾는데

_저쪽으로 가볼까

한눈에 들어온

커다란 나무.

커다란 나무 그늘.


더위에 얼굴이 익어 버렸지만

커다란 나무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좋다.


_바구니 가져올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시간은 분명 오늘의 하이라이트 일거야

신난다.

깔고보니 매트의 디자인이 예쁘다.


우리들의 식욕의 바구니는 제법, 아니 많이 무거운데.

뭐가들었나~열어볼까

우아~

여름만큼이나 알록달록한 피크닉 메뉴.풍요롭기도하지.

하나씩 꺼내볼까요

샌드위치

샐러드

복숭아

 

그리고

B가 사랑하는 바게트!


그리고 오늘을 위해 미리부터 주문해 두었던 

양질의 치즈를 한 덩이 크~게 자르고

choi가 직접 만든 잼을 

한 숟가락 듬뿍 떠서 올려주니

B의 사랑 바게트는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완벽해.


한쪽에서는 

바게트와 함께 샀던 머핀을 꺼낸다.

초코를 듬뿍발라.녹아도 초코는 초코,

초코는 사랑이잖아.


먹자!

잘 먹겠습니다!

누구는 과일을.

누구는 샌드위치를.

누구는 다리를 뻗어본다.


여름날에만 먹을 수 있는 

황금빛 옥수수, 분홍 복숭아


여름의 작물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싱싱해지는 기분이 들곤 하는데, 오늘 많이 싱싱해져 보자.


_

이렇게 멍하니 


먼 곳을 보고 앉아 있자니.

이랬던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인 느낌이 든다.


그동안 참 바빴구나.

한 병을 슥 꺼내어 본다.


꼴꼴꼬꼴~

오늘 햇빛을 닮은 색.


친구들아 

치얼스


우리들이 함께 보내온 시간. 그리고 이렇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모여 우리가 되는것임을 

나이가 들고보니 무슨뜻인지 조금을 알겠다.

그 시간들 중 한 부분이 될 오늘. 더운. 여름날.

술은 미지근해져 있었지만 참 맛좋다.


영원히 젊은 날이 지속될 것만 같았던 시절 우리는 만났다.


오늘 이렇게 보니 발이 예전보다 많이 늙었다.

햇볕은 뜨겁고, 발가락 사이로 불어 드는 바람은 훈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들보다 훈훈할까.


젊은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영원히 나이 들지 않을 것 같던 우리들도

이렇게 시시콜콜 떠들며 간식을 먹으며

함께 나이 들어간다.




나쁘지 않네.





_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사실 여름이라는 계절을 밖에서 즐긴다는 것은 

매실조차 익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들은 페달을 밟는다.

시작은 신나게.그래! 오랜만에 움직이니까 좋다! 느낌으로.

하지만 곧 

10분도 안되어

10분이 뭐야 5분.3분도 안되어.

페달을 밟는 다리도 등도 팔도 이마도 

땀으로 흥건히 들어찬다.


이 세상에 공기가 모조리 햇볕에 타 없어진 것만 같다.

약간 눈이 돌아갈것같은 느낌이 든다.

녹색식물들은 시원하게 보이기커녕 

여름의 신하들 같아

빨강보다도 더 뜨겁게 느껴진다.


자전거 포기.포기포기

됐고 빨리

저기로


빨리무브!

핡핡..

꽤나 큰 나무인 것 같은데 나무 그늘은 좁게만 느껴지는것이 이상하다.그늘이 움지기는것만 같다.


그늘로 부족해.

친구야.

_아까 편의점 갔다 오지 않았니?!

어서 내놓아라!빨리 내놓아라...!!!

당장 롸잇나우


닥달해본다.


아까 친구는 편의점에 들려

준비성 좋게

맥주를 챙기는 기특한 짓을 했던 것.


오 마이 갓.

유 브릴리언트!



물기는 흐르지만 아직 차가워!

시원해.

한마음 한뜻으로 한 캔씩 집어 든다.


푸슉~


꿀꺽꿀꺽


꿀꺽꿀꺽꿀꺽


크~~~~~하~~~~~~!!!!



이것은!!

눈이 뜨이는 맛.

세포가 살아나는 맛.

땀이 식는 맛.

그늘이 제법 넓게 느껴지는 맛.그늘이 고정되는것만 같은맛.

발끝에 선풍기가 있는것같은 맛.

돌고래보다 빠르게 헤엄칠수있을것 같은 맛.


그제야 우리 앞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들 위로 꽤 예쁘게 햇볕이 비치고있구나..하고


우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맥주를 원샷에 끝내어 버렸지.

사이좋게 찍은 셀카샷보다 더 진한 우정샷. 이 탄생한 느낌이 들었다.


자전거 타고 멀리까지 가려했지만 한캔비우고 빠르게 귀가를 결정.

우리들이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말하지않아도 의견이 빠르게 모아진다는것.말하지않아도 같은 행동을 하고있다는것.


시도는 좋았어!하고.

포기할건 버티지않고 빠르게 포기한다.

그리고 순간 한뜻이 되었다는것에 진한 우정을 확인한다.


_

여름의 맛은.

정성껏 준비한 피크닉 바구니보다


그렇다.

뙤약볕 아래 땀범벅으로 먹는 차가운 맥주 한 캔.


나는 그 맛으로 결정.







_네버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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