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의 가쁜 숨

인생이란 마라톤 속에서 [에세이 08]

by 연서글서


호흡의 순환을 가장 크게 느껴 보았을 때는 언제인가. 폐 속 깊은 곳까지 치고 들어오는 찬 공기와 내뿜어지는 더운 공기의 순환으로 찢어질 것 같았던 폐가 역설적이게도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순간, 나는 그때가 바로 달리기를 할 때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첫 달리기는 2013년 11월 10일, 제15회 부산 마라톤 대회 10km 참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회사에서 마라톤 행사 후원을 하게 되어 직원들의 마라톤 참가 인원 신청을 받았었다. 젊은 혈기의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아침 일찍 지하철 1호선 종점 신평역(당시에는 다대포까지 연장되지 않았다.)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마라톤 시작 전 우리 회사 행사 부스에 들어가 신규 멤버스 회원 모집을 하고 (아마도 양말을) 사은품으로 나눠줬다. 그리고 10km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마라톤 첫 참가(그것도 공짜!) 정도의 의의만 두고 가볍게 시작한 나의 10km 달리기가, 달리면 달릴수록 중도에 포기할 줄 알았던 내가, 결국 끝까지 달리기로만 완주를 해냈다. 끝이 보이지 않아 포기를 부르던 달리기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가 모여 30분을 달리자, 정말 말로만 듣던 그것이 찾아온 것이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머릿속이 비워지고 오로지 나의 가쁜 숨이 장기를 훑어 폐를 차갑게 식히면서 내 안의 무언가를 끓어 올렸다. 나는 그 순간 달리기에 중독되었다.


13년도의 나는 22살이었다. 달리다 포기할 줄 알았던 내가 계속 달려 10km를 완주할 줄 몰랐다. 도중에 당연하게도 달리다 포기하고 걸어서 완주할 줄 알았었는데, 포기가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달려보자. 그렇게 오롯이 달리기와 나의 숨소리에만 몰입을 해 1시간 2분 이내로 완주하였다. 첫 완주기념 메달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첫 10km 마라톤 대회 참여를 지나, 나는 삼십 대에 접어들었다. 이십 대 때는 친구 따라 이것저것 다양한 운동들을 조금씩 맛보았지만 기부 금액만 늘어날 뿐이었다. 삼십 대가 되자, 문뜩 떠올랐다. "달리기가 하고 싶어!" 퇴근 후 혼자 집에서 광안리까지 달려보았다. 몸이 가벼웠던 이십 대 때와는 달라진 삼십 대의 몸으로는 달리다 걷다 달리다 걷다를 반복해야지만 목표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경험해 온 운동 중 가장 나에게 맞춤 운동은 달리기라는 것을 10년이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삼십 대의 나는 마라톤 대회를 여러 번 참여하게 되었다. 가까운 경주에도 다녀오고, 백양산, 광안대교도 달려 보았다. 그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하는 마라톤 대회일지라도, 달리기의 세상 속에서는 나 혼자만의 나와의 대결이었다. 길거리에서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을 지나칠 때마다 나도 함께 나를 응원하였다. "연서야, 조금만 더 달리면 돼! 조금만 더!"



언제나 머릿속이 복잡한 나에게는 이토록 가뿐 숨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달리기야말로 최적의 운동이다. 그리고 중독에 취약한 나의 나약한 정신에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쾌감은 나의 도파민을 자극하기 아주 유혹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달렸다.


코로나 때는 더 많이 달렸다. 독서모임 활동으로 알게 된 분들과도 달리기 모임방을 개설해 퇴근 시간에 만나 광안리를 달렸고, 함께 대회도 나가보았다. 작년 여름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트니스 센터의 러닝머신으로 하루 30분씩 꾸준히 달렸었다. 그렇게 꾸준히 모인 km가 쌓여가는 나의 달리기는 나를 움직이게 하였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우리는 죽음으로 향하는 인생의 데스 레이스(Death Race of Life)를 달린다. 달리다가 숨이 가빠지면 걷기도 한다. 멈추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다시 달려간다. 긴 여정의, 몇 km인지 알 수 없는 끝을 모르는 인생이란 달리기 속에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대결이 아닌, 나와의 대결. 나는 10km의 가뿐 숨 아래 나 자신과의 대결을 두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였다.


"멋지다! 연서야. 파이팅 최연서!"




오늘도 나는 나의 레이스를 완주했다. 바로 이 글, 에세이 한편 쓰기를 완주한 것이다. 오늘의 나는 라이팅 하이(Writing High)를 경험했다. 이 중독되는 쾌감이 나를 계속하여 글을 쓰게 만든다. 『다시 문학, 다시 글쓰기』 레이스의 열여덟 번째 글의 탄생이다. 목표는 60화 완주로 쓰고 있다. 4월 17일 마지막 결승전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달려본다.


나의 첫 이야기 레이스 『다시 문학, 다시 글쓰기』에 함께 완독까지 달려줄 여러분이 계셔줌에 나는 계속해서 감사의 마음으로 키보드 위를 달려갑니다.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